기사입력 2023.11.08 21:43 / 기사수정 2023.11.08 23:59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게임 초반 0-4의 열세를 뒤집는 저력과 뒷심을 보여주면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LG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KT 1승) 2차전에서 KT를 5-4로 이겼다. 전날 2-3 석패의 아쉬움을 털어낸 것은 물론 극적인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의 균형도 맞춰졌다. LG의 한국시리즈 승리는 지난 2002년 삼성과의 5차전 이후 7670일 만이다.
▲쿠에바스 난조에도 추격 실패한 LG, 초반 흐름은 KT 쪽으로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지난 3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등판 이후 4일 휴식을 뒤 한국시리즈 2차전 마운드에 올랐다.
LG는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가 쿠에바스를 공략해 주기를 바랐지만 3루수 뜬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대신 2번타자 박해민의 중전 안타로 반격을 시작했다.
LG는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좌익수 뜬공에 그쳐 어느새 2사 1루에 몰렸다. 4번타자 오스틴 딘의 우전 안타로 2사 1·3루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은 없었다. 오지환이 1루수 땅볼로 아웃되면서 소득 없이 1회말 공격이 끝났다.
▲도망가지 못한 KT, 추격의 불씨 당긴 LG
KT는 2회초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선두타자 신본기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조용호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하지만 조용호가 2루에 도달한 뒤 3루를 파고들다 LG 야수진의 빠르고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잡혔다. 후속타자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조용호의 주루사는 아쉬움이 컸다. 황재균이 좌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KT의 추가 득점이 불발됐다.
KT는 3회초 LG 3번째 투수 정우영의 구위에 눌렸다. 정우영은 알포드를 삼진, 박병호와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KT의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 처리했다.
LG는 3회말 만회점을 얻었다. 선두타자 신민재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홍창기의 타석 때 2루 도루 시도가 잡히며 흐름이 한차례 끊겼지만 집중력을 유지했다. 홍창기의 볼넷 출루, 박해민의 내야 안타로 1사 1·2루 찬스가 중심 타선으로 연결됐다.
LG는 김현수가 내야 땅볼에 그쳤지만 2사 1·3루에서 4번타자 오스틴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스틴이 3유간을 꿰뚫는 안타로 3루 주자 홍창기를 홈으로 불러들여 팀에게 첫 점수를 안겼다. LG가 4-1로 KT를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LG는 그러나 계속된 2사 1·2루에서 오지환이 1루 땅볼로 아웃되며 더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추격에는 성공했지만 썩 만족하기는 어려운 결과였다.
▲총력전 펼친 LG, 불펜 물량 공세로 4-1의 격차를 유지하다
LG는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승부를 펼쳤다. 오는 9일이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이날 2차전을 어떻게든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4회초 수비에서 정우영이 1사 후 문상철과 대타 오윤석에 연속 안타를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베테랑 김진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성은 긴장한 듯 조용호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김상수를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내고 실점 없이 귀중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렸다.
KT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황재균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었지만 김진성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황재균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고 포효하면서 점수 차가 벌어지는 걸 막았다.
LG는 5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2차전 5번째 투수 우완 백승현을 투입했다. KT의 중심 타선 알포드-박병호-장성우를 묶겠다는 계산이었다.
백승현은 알포드를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장성우까지 처리하면서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KT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장성우가 끈질긴 승부 끝에 백승현에게 볼넷을 골라내 출루했다. 후속타자 배정대까지 중전 안타를 때려내 2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LG 벤치는 위기에서 또 한 번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우완 영건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려고 했다.
유영찬은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전날 1차전에서 결승 1타점 2루타를 쳐낸 KT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KT는 4회초에 이어 5회초에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안타깝게 살리지 못했다.
LG 벤치는 위기에서 또 한 번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우완 영건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려고 했다.
유영찬은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전날 1차전에서 결승 1타점 2루타를 쳐낸 KT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KT는 4회초에 이어 5회초에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안타깝게 살리지 못했다.
▲침묵 깬 LG 캡틴, 오지환 솔로포로 스코어는 4-2
LG는 KT 타선을 물량공세로 막아내고 있던 가운데 6회말 점수 차를 좁혔다. 선두타자 오스틴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오지환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오지환은 쿠에바스의 초구 142km짜리 컷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1m의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1회말 첫 타석 2사 1·3루, 3회말 두 번째 타석 2사 1·2루 찬스에서 침묵했던 아쉬움을 씻고 힘차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쿠에바스는 오지환에 홈런을 허용한 뒤 2사 후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고 흔들렸지만 KT 벤치는 6회말을 쿠에바스에게 끝까지 맡겼다. 쿠에바스는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기록했다.
▲KT 압박하는 LG의 집념, 접전으로 바뀌는 점수판
KT는 전날 1차전에서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손동현을 7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또 한 번 멋지게 LG의 추격을 잠재워 주기를 바랐다.
손동현은 7회말 LG 선두타자 신민재를 유격수 땅볼,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쉽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다. 전날 1차전과 비슷한 그림이 연출됐다.
하지만 LG의 집념은 무서웠다. 박해민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KT도 후속타자 김현수의 장타를 의식해 투수를 손동현에서 셋업맨 박영현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영현도 전날 1차전에서 9회말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냈다.
김현수는 박영현을 상대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KT 1루수 박병호 쪽으로 강력한 타구를 날려 보냈고 박병호가 이를 잡지 못하면서 타구가 우측 펜스 가장 깊숙한 곳으로 흘러갔다.
1루 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살려 거침없이 질주했다. 2루와 3루를 거쳐 여유 있게 홈까지 들어오면서 스코어는 4-3이 됐다. KT 쪽으로 쏠렸던 승부의 추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흔들렸다.
▲잠실 뒤흔든 박동원의 한방,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LG
LG는 8회말 공격에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오지환의 볼넷 출루 후 문보경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동점 찬스를 잡았다.
LG는 여기서 박동원의 한 방이 터졌다. 박영현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폭발시켜 스코어를 5-4로 만들었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박영현의 124km짜리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1차전 아픔 지운 고우석 세이브, 시리즈 1승 1패
고우석은 1차전 패배의 아픔을 2차전에서 씻었다. KT의 마지막 저항을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29년 만에 정상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강철 감독 2차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
다음은 이강철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경기 총평은.
초반에 타격전을 했는데 이후 추가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마지막에 (흐름을) 넘겨준 것 같다.
- 투수 기용을 고민했을 듯하다. 손동현, 박영현은 1차전에 비하면 아쉬웠는데.
조금 지친 모습이 보여서 빠르게 교체했다. 결과가 안 좋았지만 그동안 잘해줬기 때문에 내일 하루 쉬면 괜찮을 것 같다. (1차전서 정강이에 타구를 맞은) 박영현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상 없다고 했다.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 고정 마무리투수를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3차전도 마찬가지인가.
상황에 맞춰 서로 도와가면서 하겠다. 3차전엔 투수 운용 잘 하겠다.
- LG에선 투수 8명이 나왔다. 상대 불펜진이 강하다고 느꼈나.
상대 선수들이 잘해줬다. 우리 선수들도 잘했는데 LG 불펜진이 좋았던 것 같다.
- 타순 변경 계획 있나.
생각해보겠다.
- 7회말 2사 1루 김현수의 우전 2루타 당시 박병호의 수비가 잘 안 된 것 같다.
타구가 라인에 붙었는데 마지막 바운드가 떨어지며 공을 놓친 것 같다. 수비 위치는 잘 잡았다.
- 3차전 선발투수는 누구인가.
벤자민이다.
▲염경엽 감독 2차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
-경기 총평은.
최원태가 오늘 잘 안 되면서 초반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 우리 불펜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줬다. 타선에서도 오지환의 홈런과 김현수의 타점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박동원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역전 홈런을 기록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 해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늘 승리가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게 시리즈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그런 경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소득은 젊은 불펜들이 경험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독에게 많은 카드를 만들어 준 경기였던 것 같다.
- 감독에게도 의미 남다른 승리.
나에게도 굉장히 크다. 1차전을 졌기 때문에 매 경기 다 중요하겠지만 전체적인 시리즈 봤을때 굉장히 중요했다. 투수들을 8명 투입했는데 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최원태 조기강판.
최원태가 5이닝 이상 던져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초반에 너무 빨리 무너졌다. 제구가 안되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 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최원태가 빨리 강판된 게 4차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만들어졌다.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아니면 최원태를 아예 빼고 갈지 그건 전체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고우석 하루만에 좋은 모습
1차전도 구위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투 하나를 상대가 잘쳤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았지만 오늘 또 고우석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홍창기에 대한 고민 계속될 듯
고민은 없다. 자기 걸 할 거라고 생각하고 아직 한국시리즈가 많이 남아있다. 자기 모습을 충분히 찾을 거라 생각한다. 3차전에도 똑같이 가겠다.
- 오늘도 팬들 많이 왔는데 선수들의 플레이는.
1차전을 지면서 정말 죄송스러웠다. 뜨거운 응원을 해주셨는데 거기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쉬웠다. 잠도 못잤다. 선수들이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 타격 파트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웃고 돌아갈 수 있게 해줄 수 있었던 게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 유영찬은 준비 과정에서도 좋았나.
중간중간 바꿀 때마다 구위와 상대 타자 대비해서 교체했다. 유영찬이 2이닝을 끌고 갔고 유영찬이 완벽하게 그 이닝을 막아줘서 역전의 발판이 됐다. 구위가 좋아서 끌고 갔다.
- 뛰는 야구
신민재가 죽었는데 스타트 자체가 늦었다. 상대 볼이 송구가 너무 정확했다. 어쨌든 고영표도 그렇고 쿠에바스도 그렇고 슬라이드 스텝 자체가 페넌트레이스와 비교하면 많이 대비를 해서 나온 부분이다.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뛰지 않고 저희도 맞춰서 대비하려 한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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