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자신을 키워준 구단에 무리한 연봉과 계약 조건을 요구를 한 뒤, 파리로 떠난 잔루이지 돈나룸마(PSG)가 2년 만의 친정팀 방문에서 굴욕을 당했다.
AC밀란 팬들이 8일(한국시간) 산 시로에서 열린 PSG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유스 출신으로 팀을 떠난 돈나룸마 골키퍼를 향해 경기 전 수많은 가짜 돈다발을 투척했다.
팬들이 경기 전 공개한 가짜 돈다발엔 미국 달러 지폐에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 등 미국의 위인 대신 돈나룸마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날 돈나룸마가 경기 시작 전 밀란 서포터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올 때부터 수많은 가짜 지폐들이 나부꼈다. 돈나룸마는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경기장 위에 안착한 지폐들을 치우는 웃픈 상황도 연출됐다.
PSG는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시로에서 열린 2023/24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강인은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골대를 강타하는 슈팅까지 나오며 적극적인 모습과 공격적인 기량을 선보였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PSG는 지난 10월 26일 홈에서 펼쳐진 밀란과의 3차전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면서 죽음의 조라고 평가받은 F조에서 선두 등극에 성공했었다. 당초 PSG는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를 2-0으로 꺾으며 기분 좋게 조별리그를 시작했지만, 2차전 뉴캐슬 원정에서 1-4 패배로 분위기가 크게 꺾였다. 다행히도 이어진 3차전을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다만 조별리그 6경기 중 4번째 경기를 앞두면서도 순위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PSG와 AC 밀란의 경기에 앞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뉴캐슬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가 승리해 선두 자리를 탈환했기에 순위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PSG가 승리한다면 다시 F조 순위 싸움에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으며, 밀란도 조별리그 탈락이 아닌 3위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했었다.
이번 경기에서 PSG가 패하며 F조는 죽음의 조 다운 상황이 펼쳐졌다. 선두 도르트문트(승점 7)부터 4위 뉴캐슬(승점 4)까지 승점 1점차로 모든 순위가 갈리는 상황이 됐다.
홈팀 밀란은 4-3-3을 꺼내들었다. 마이크 메냥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테오 에르난데스, 피카요 토모리, 말릭 치아우, 다비드 칼라브리아가 수비를 구성했다. 티자니 레인더스, 유누스 무사, 루벤 로프터스-치크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하파엘 레앙, 올리비에 지루, 크리스천 풀리식이 득점을 노렸다.
원정팀 PSG도 4-3-3으로 맞섰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고, 아슈라프 하키미,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키뉴스, 뤼카 에르난데스가 백4를 구성했다. 워렌 자이르 에메리,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가 중원을 책임졌고, 우스만 뎀벨레, 랑달 콜로 무아니, 킬리안 음바페가 최전방 3톱으로 출전했다. 앞서 리그 2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던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돈나룸마는 1999년 나폴리 근교 도시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2013년 AC밀란 유스팀으로 이적한 그는 2015/16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당시 나이는 16세에 불과했다.
긴 팔과 다리로 무수히 많은 선방쇼를 펼친 돈나룸마는 2020/21시즌까지 밀란에서 251경기 265실점, 88번의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2021년 여름, 재계약을 두고 눈치를 보던 돈나룸마는 유벤투스행이 틀어진 뒤, PSG의 강력한 관심을 받았다. 당시 돈나룸마는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를 승부차기 끝에 우승으로 이끌면서 한창 주가가 치솟은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밀란은 돈나룸마가 재계약을 꺼리면서 2021년 7월이 지나자 FA로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보스만룰 때문에 이미 이적료를 받을 기회는 사라졌고 선수는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었다. 당시 바르셀로나, 토트넘도 그와 접촉했지만, 돈나룸마의 선택은 PSG였다.
이 과정에서 밀란 팬들이 돈나룸마에게 화가 난 건 돈나룸마의 태도 때문이다. 당시 밀란에서 그가 받던 연봉은 600만유로(약 83억원), 하지만, 그는 타구단과 접촉하면서 밀란에게 과한 요구를 했는데 만약 밀란이 2021/22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연봉 2배 인상과 에이전트 수수료 2000만유로(약 279억원)를 요구한 것이다.
밀란이 2020/21시즌 코로나19 휴식기를 지난 뒤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도 인터 밀란에 뒤져 준우승에 머무른 것은 사실이지만, 2위로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했기에 밀란 팬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긴축 재정을 운영하던 당시 밀란 수뇌부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결국 돈나룸마를 파리로 보내줘야 했다. 그는 늘 챔피언스리그에 가는 PSG로 이적하면서 연봉으로 900만유로(약 125억원)를 받는 계약을 했다. 오히려 AC밀란이 챔피언스리그에 가지 못할 경우에 받는 연봉보다도 적은 금액이었고 밀란 팬들이 더 분노하게 됐다.
돈나룸마는 2년 뒤, 친정팀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산시로를 방문했고 밀란 팬들에게 가짜지폐 테러를 당했다. 여기에 돈나룸마는 전반 12분 하파엘 레앙과 후반 5분 올리비에 지루에게 실점하며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프로에 데뷔했던 꿈의 구장에서 좌절을 맛봤다.
사진=Reuters,AP,EPA,AFP,DPA/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