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연이은 VAR(비디소판독) 판정이 불만스러운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자신의 축구 철학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재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7일(한국시간) 첼시와의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서 1-4 패배를 거둔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토트넘은 VAR 거쳐 손흥민과 예릭 다이어 골이 인정되지 않고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당하는 등 기술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VAR에 대해 "VAR은 현재 축구가 나아가는 방향이고 이것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될 것 같다"면서도 "나는 심판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어야하는 VAR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VAR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을 했다.
포스테코글루가 VAR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심판의 권위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그는 "VAR이 심판의 권위를 해친다고 생각한다"며 "오심은 없을 수 없다"고 전했다. VAR로 인해 오심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핸드볼과 태클에 대한 고의성 등, 영상을 아무리 돌려봐도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부분을 떠나 심판 개개인의 역량과 최대한의 중립성을 지킨 주관성으로 판정이 제기되는 종목 특성상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의 권위가 살아야한다는 포스테코글루의 주장이다.
그는 "사람들은 매주 판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항상 그랬다"며 "그래서 VAR이 시행됐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결국 VAR은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렸고 이제 심판은 경기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는 포스테코글루의 성향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감독들과 매우 반대된다. 지난 10월 리버풀과 토트넘이 맞붙은 리그 7라운드 경기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팀의 득점이 취소된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전수조사와 재경기를 실시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는 그러한 성향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이 모여 심판들에게 경기 운영에 대해 가르쳐야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포스테코글루는 "바로 그런 생각이 문제"라며 "감독은 감독직만 수행하면 된다. 나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절대 심판과 규칙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심판의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난 어렸을 때 부터 심판을 무서워했다. 마치 경찰인줄 알았다"며 "어떻게 경찰에게 말대꾸를 하나"며 심판에게 강한 항의를 하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고 전했다. 또한 "26년 동안 나도 심판의 판정으로 많은 이익과 손해를 보았다"며 심판의 결정은 득실이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감독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규칙을 알려달라. 그러면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VAR은 축구에 최신 기술을 접목시켜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약 26년간 축구에 종사한 포스테코글루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는 이에 대해 "난 지나간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의 순수함을 좋아한다"며 "사실 VAR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내 문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VAR과 자신의 축구 철학이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에 VAR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있다는 이야기다. 포스테코글루는 "VAR 판정을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안하고 서있는 것이 싫다"며 "나는 박자가 빠르고 공격적이며 수비라인도 높게 형성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퇴장과 페널티 킥 판정에도 '경기를 진행한 뒤 다시 공격을 해보자'는 식의 축구를 원한다"고 전했다. 골을 내주더라도 열심히 뛸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더 좋다는 포스테코글루 입장에서는 경기의 박자를 늦추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VAR이 미울 수 밖에 없다.
현행 VAR의 흐름을 포스테코글루가 막을 순 없다. 그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벽에 대고 말하는 늙은이같지만 난 그런 사람"이라며 겸허히 자신의 의견에 쏟아질 수도 있는 비판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VAR을 통해 경기의 투명성은 확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현대 축구가 나아가는 방향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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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