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첨예한 대립 속, 우정이 돋보인다.
NC 다이노스 주장 손아섭과 2년 후배 박건우는 절친한 사이다. 팀 타선의 최고참으로 손아섭은 1번, 박건우는 3번 타순을 지키며 포스트시즌 나란히 맹활약 중이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함께 이끌어왔다.
늘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주제에선 부딪혔다.
▲쟁점 1 : 우익수와 지명타자 사이
그간 손아섭이 지명타자를 도맡았다.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박건우가 우익수 수비를 책임졌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후 손아섭은 "내 뒤에 박민우, 박건우까지 좋은 타자가 두 명이나 연속으로 있어 오히려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선수들이 뒤를 지켜주니 타석에서 편하게 임했다"며 "투수들도 나와 승부하려 하다 실투가 많아졌다. 박민우, 박건우가 있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건우는 "(손)아섭이 형은 욕심부려야 한다. 지명타자 하고 계시는데, 안타를 더 많이 쳐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형이 수비 좀 나갔으면 좋겠다"며 "2차전 때 내가 지명타자, 형이 우익수였는데 형이 갑자기 수비하면 조금 그럴 것 같아 코치님들께 내가 수비하겠다고 했다. 지명타자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손아섭도 할 말이 있다. 그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면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비를 하지 않아 체력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주루도 더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며 "단지 욕심을 내면 역효과가 나니 내려놓겠다고 한 것이다. 지명타자일 때는 책임감이 더더욱 크다"고 해명했다.
이어 "2차전에 내가 우익수였던 것은 맞다. (박)건우가 본인이 수비하겠다고 하더라"며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강한 모습을 보여준 점에 대해 정말 높게 평가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쟁점 2 : 손아섭은 어떤 사람인가
앞서 손아섭은 팀에 조용히 묻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건우는 "아니다. 형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빛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며 "항상 말로만 묻어간다고 한다. 그래 놓고 잘했을 때 뽐내려 하는 것이다. 형은 정말 독한 선수다"고 손을 내저었다.
손아섭은 "누구나 빛나면 좋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다. 나 혼자 해결하려 하면 부담감이 생긴다"며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야 한다. 안타, 홈런을 치고 싶어도 때에 따라 볼넷을 고르거나 번트를 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묻어간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팀의 주장이자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야구를 할 땐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그래서 아픈 곳이 있어도 경기에서 빠지지 않으려 한다. 책임감을 발휘하며 좋은 성적을 내야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우 말대로 독한 것은 맞다.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쟁점 3 : 포스트시즌 보너스
박건우는 2차전 종료 후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아섭이 형이 포스트시즌 보너스 절반을 내게 준다고 했다. 한 번 지켜보겠다"고 귀띔했다.
손아섭은 제법 단호했다.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수비를 소화하면 준다고 했던 것이다. 3차전 때 내가 우익수, 건우가 지명타자로 나가며 전제조건이 깨졌다"며 "건우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내 보너스 절반은 줄 수 없다. 정말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주려 했는데 안타깝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다 갖겠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대신 포스트시즌을 마치고 나면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을 대접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확실히 수비하러 나가니 더 흥분되고 재밌었다. 내가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며 "지명타자로 뛸 때 긴장감이 더 크다. 원래 직접 뛰는 선수보다 지켜보는 선수가 더 긴장한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사실 아섭이 형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팀을 잘 이끌어 준 덕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형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손아섭도 "가끔 내가 동생인 것 같다. 건우가 항상 나를 놀린다"면서도 "건우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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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