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파리 생제르맹 미드필더 이강인이 부상 복귀 이후 팀에서 첫 선발 출전을 소화한 가운데, 낮은 평점과는 달리 호평이 적지 않았다.
PSG는 2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스트라스부르와의 2023/24시즌 리그1 9라운드 경기에서 킬리안 음바페, 카를로스 솔레르, 파비안 루이스의 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강인도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이강인은 지난 8월 20일 리그 2라운드 툴루즈전 이후 약 2달 만에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PSG는 4-4-2로 나섰는데,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로 출전해 최전방 공격수 곤살루 하무스와 킬리안 음바페를 받쳤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은 공격진 어디에서나 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쌓아가고 있다.
경기는 PSG의 일방적 흐름이었다. PSG는 점유율 78%를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선제골도 빠르게 터졌다. 에이스 음바페가 전반 10분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다. 박스 안에서 바르콜라의 패스를 받은 하무스가 수비에게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음바페는 왼쪽 하단을 찌르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전반 31분 PSG가 한 골 더 달아났다.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전방으로 침투하는 음바페를 보고 움직임에 맞춰 패스를 찔러줬다. 공을 받은 음바페는 박스 안에서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골라인 근처까지 드리블하는 과감한 플레이를 펼쳐 수비를 흔들었다. 이후 음바페가 중앙으로 내준 공을 골문 앞에 있던 솔레르가 발만 툭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을 2-0 리드로 여유롭게 마친 PSG는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파비안 루이스의 쐐기골로 편안한 승리를 가져갔다. 우스만 뎀벨레가 오른쪽 측면을 흔든 후 중앙으로 내준 패스가 상대 수비에게 끊기자 이강인이 달려들어 다시 공을 탈취해냈다. 루이스가 잡아 다시 뎀벨레에게 내줬고, 뎀벨레의 슈팅이 수비 벽에 맞고 나오자 솔레르가 잡아 루이스에게 연결했다.
루이스는 단 한 번의 터치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 시켰고,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왼발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강인의 적극적인 압박이 눈에 띈 장면이었다. 이후 스트라스부르에게 기회를 내주지 않은 PSG는 홈에서 3골 차 완승을 거두고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강인은 90분 동안 슈팅 1개를 기록했고, 53번의 패스 중 48개를 동료에게 전달해 9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기회창출은 1회, 드리블 성공은 3번 중 1번 성공이었다.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가로채기 1회를 기록했고, 리커버리는 무려 7회였다.
다만 음바페 중심으로 돌아가는 PSG 특성상 이강인이 공을 만질 기회가 적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강인이 위치한 오른쪽보다 음바페가 주로 뛰었던 왼쪽의 공격 전개 빈도가 59%나 됐다.
평점은 다소 아쉬웠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7.1을 부여했다. 전체적으로 높은 평점이 매겨졌고, 이강인은 다닐루와 함께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낮은 평점이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업체 소파스코어 역시 이강인에게 평점 6.9점을 부여했다. 선발 출전한 11명 중 최저 평점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도 이강인에게 가장 낮은 6.6점을 매겼다. 이강인의 모습이 사실상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
반면 매체들의 평가에서는 호평이 적지 않았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엔리케는 중원에 이강인, 파비안 루이스, 카를로스 솔레르를 기용해 팀을 180도 변화시켰다 음바페와 함께 이뤄진 변화는 AC 밀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빅매치를 앞두고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다"라며 이강인이 경기력 변화에 핵심적인 기용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이강인에게 평점 6점을 부여하며 "두 달 만에 나선 선발이었다. 그는 오른쪽 날개에 배치되어 있다가 우스만 뎀벨레가 투입되며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활동량과 열정을 선보였다.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음바페에게 두 번째 골 기회를 준 침투패스는 정말 훌륭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경기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엔리케 감독이 아직 이강인을 제대로 활용해 볼 기회를 잡지 못했던 부분이 컸다. 이강인은 이번 여름 PSG로 이적했지만, 부상으로 PSG에서 실전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다.
프리시즌 첫 번째 친선경기에 곧바로 나섰으나 이 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약 3주 동안 결장한 이강인은 8월 초 전북현대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했고, 프랑스로 건너가 로리앙, 툴루즈전에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툴루즈전을 치른 뒤 또다시 부상에 발목 잡혔다. 9월 A매치까지 건너뛰며 회복에 집중했다.
9월 20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하며 부상 복귀전을 치른 이강인은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다시 3주간 팀을 떠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을 받은 이강인은 10월 A매치까지 치르고 돌아왔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제대로 써 볼 여유가 없었다.
다만 이강인은 A매치 튀니지전에서 2골, 베트남전에서 1골을 넣으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A매치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PSG 복귀 후 곧바로 선발 명단에 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곧바로 선발 복귀전을 치르며 주전 경쟁과 경기력 반등을 위한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
특히 아시안게임 차출 전 우려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강인의 이번 선발 복귀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 매체 '풋 수르 7'은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를 앞뒀을 당시 "이강인은 아시안 게임으로 인해 PSG에서 잠시 결장한다. 이런 출발이 그에게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라고 보도하며 "이강인은 PSG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됐다. 이강인은 아직 PSG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기에도 아직 조금 멀었다. 그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그룹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상상하지만, 한국 대표팀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며 몇 경기를 더 결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결장 이후 이강인의 주전 자리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이강인에게 앞으로 다가올 문제는 PSG 베스트 11의 통합이다. 분명히 그는 엔리케 감독이 그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설득할 시간이 다른 선수들보다 적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주전 쟁탈전을 벌이는 와중에 팀을 2주라도 떠나는 것은 큰 리스크다"라며 이번 아시안게임 차출이 주전 경쟁에는 악영향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강인은 팀 복귀 이후 곧바로 선발로 출전하며 정상 컨디션으로 기량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주전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프랑스 매체 '풋365'도 "이번 여름 마요르카에서 PSG로 이적한 이강인은 PSG에서는 자신을 보여줄 시간이 거의 없었다. 부상과 아시안게임 참가로 그는 PSG 수뇌부와 팬들에게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드물게 출전하는 동안 PSG 유니폼을 입고 좋은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선택도 기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한국의 빛나는 승리를 이끈 위대한 설계자 중 한 명으로 두 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라며 이강인의 이번 선택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강인은 주전 경쟁에서는 아직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지는 못한 것과 달리 팀 내에서 팬들의 인기 순위로는 이미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프랑스 매체 풋01은 22일 "음바페와 이강인이 PSG 매장에서 경쟁한다"라고 보도하며 이강인의 인기에 주목했다.
매체는 "여름에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가 떠나며 음바페가 모든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뒤집고 있는 영입이 바로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이미 상업적으로 음바페를 능가한다"라며 이강인의 인기를 언급했다.
이어 "이강인은 PSG에서 2군 선수가 아니다. 그는 엔리케의 선발 라인업에서 자리를 찾고 있다. 또한 이강인의 중요성은 현장 밖에서도 드러난다. 이적 전 프랑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한국에서는 스타다. 소식에 따르면 이강인의 유니폼은 PSG 매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그는 음바페보다 PSG 유니폼을 많이 판매한 선수다. 이는 서울이 아닌 PSG의 파리 매장에서의 판매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며 서울이 아닌 파리에서도 그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PSG 소식에 정통한 프랑스 유력 기자 압델라흐 불마도 자신의 SNS를 통해 "마요르카에서 이적한 이후 큰 인기를 얻은 이강인은 유니폼을 가장 많이 판매한 PSG 선수다. 음바페보다 약간 앞선다"라고 전했기에 이번 보도는 실제로 이강인의 유니폼 판매량이 음바페를 상회한 것을 확실하게 해주는 소식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강인의 인기와 기량에 대해 "이는 그가 PSG 이적 이후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강인은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팬들의 신뢰에 보답해 줘야 할 뿐이다. 유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한국에서 손흥민의 강력한 경쟁자도 될 수 있다. 이강인은 올여름 메시라는 같은 유니폼 판매 기계를 잃은 것에 대한 좋은 위로다"라고 설명했다.
선발 복귀전에서 다소 아쉬운 평점에도 좋은 평가가 줄을 이은 이강인이 팀 내 상위권인 인기와 더불어 주전 경쟁까지 우위를 점하며 파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팀에서 발군의 기량 펼친 상승세 재현이 기대된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