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캡틴 허경민이 팀 컬러에 걸맞은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과거 '0%'의 확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경민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앞서 "다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축복인 것 같다"며 "우리가 NC보다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팀이 하나로 뭉쳐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해 정규리그 74승 68패 2무, 승률 0.521을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지난해 9위에 그치며 2014년 이후 8년 만에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던 아쉬움을 털고 곧바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했다.
비록 시즌 막판 3위 다툼에서 밀려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개막에 앞서 5강 전력으로 분류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을야구 진출도 적지 않은 성과다.
다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성상 5위팀이 매우 불리하다. 정규리그 4위팀이 1승의 어드밴티지를 안고 시작하는 반면 5위팀은 1, 2차전을 모두 이겨야만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2015 시즌 1군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이후 5위팀이 4위팀을 업셋(Upset)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5위팀이 1차전을 이긴 것도 2016년 KIA 타이거즈, 2021년 키움 히어로즈뿐이었다. 2015년 넥센(현 키움), 2017년 NC, 2018년 키움, 2019년과 2020년 LG, 2022년 KT까지 모두 승부를 1차전에서 끝내고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두산은 2015 시즌부터 2021 시즌까지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험과 저력이 있다. 2021 시즌에도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5위로 가을야구를 맞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위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느낄 압박감, 긴장감은 경험이 없다. 여러 가지로 NC보다 불리한 게 사실이다.
허경민도 "가을야구에서는 1패의 차이가 정말 큰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은 한 번만 지면 끝이다"라면서도 "오늘 지면 시즌이 아예 끝난다는 생각을 조금은 잊고 게임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팀이 시즌을 잘 치러서 이 자리까지 왔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특별히 말한 부분은 없다"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이 이긴 게 0%라고 들었는데 이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다. 언젠가는 어느 팀이 깰 텐데 그게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경민은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커리어를 가진 '가을 사나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72경기 타율 0.324(222타수 72ㅏㄴ타) 1홈런 28타점 10도루 OPS 0.806으로 큰 경기에서 강한 기질을 유감없이 뽐냈다.
허경민은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데일리 MVP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웃은 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을야구를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경기에서) 강하다는 이미지가 선수 생활 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5일 SSG 랜더스전 수비 중 당한 부상도 게임 출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경민은 당시 SSG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강습 타구에 관자놀이를 맞고 쓰러졌다. 큰 부상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몸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에 정상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허경민은 "나도 시즌이 끝나는 줄 알았다"며 "하늘에서 내게 가을야구를 하라는 의미로 크게 다치지 않게 해준 것 같다. 타박상 정도로 끝났다"고 웃었다.
한편 두산은 이날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로하스(지며타자)- 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김인태(좌익수)-허경민(3루수)-조수행(우익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투수는 곽빈이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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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