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토요일 저녁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에게 전해진 건 '포스트시즌 탈락' 소식이었다. 경기가 없는 날,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14일까지 142경기 71승2무69패(0.507)를 기록 중이던 KIA는 마지막 경우의 수에 기대를 걸었다. 5위 두산이 남은 4경기를 모두 패배하고 KIA가 17~18일 NC전을 이기면 5위를 놓고 두 팀의 순위 결정전이 성사될 수 있었다.
다르게 보자면, KIA가 자력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기회는 없었다. 두산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하루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될 수 있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고, 두산이 14일 LG전에서 3-2로 승리하면서 최소 5위를 확보했다. 자연스럽게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모두 결정되면서 KIA의 도전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2021년 이후 2년 만의 포스트시즌 탈락이다.
▲목표는 5강 그 이상이었는데
지난해 정규시즌을 5위로 마감한 KIA는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면서 단 1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그만큼 선수들과 팬들이 느끼는 허탈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비시즌 기간 동안 전력을 재정비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공존했다. 분명한 건 목표는 5강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포수 박동원이 떠나면서 안방의 무게감이 줄었다. 시즌을 앞둔 KIA의 최대 과제이기도 했다. KIA는 외부 영입 대신 내부 경쟁을 택했고,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전까지 좀처럼 고민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영입하며 선발진을 보강했지만, 끝까지 완주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대체 외국인 투수로 시즌 도중에 KIA 유니폼을 입은 마리오 산체스와 토마스 파노니 역시 꾸준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시즌 전부터 후반기까지 KIA가 원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새 시즌 준비가 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치명적인 건 '줄부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역시나 부상이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나성범을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사실상 KIA가 '완전체'를 가동한 시기는 정규시즌 전체 일정에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부상자가 점점 늘어났다. 주전 내야수 박찬호가 지난달 12일 손가락 인대를 다친 데 이어 부상 복귀 이후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나성범이 오른쪽 햄스트링 손상 진단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최형우, 최원준까지 부상으로 빠져나갔다.
부상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은 있었지만, 주전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걸 극복하는 건 사실상 무리에 가까웠다. 누가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었다. 잘 벼텨왔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이들을 지켜봐왔던 팬들까지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 빠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김종국 KIA 감독은 "잘 이겨내왔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수확이 있었다면
6위라는 팀 순위가 당연히 만족스럽진 않다. 그래도 과정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우선 '2년 차 내야수' 김도영의 성장이다. 지난해(103경기)보다 올해(82경기) 적은 경기 수를 소화한 김도영이지만, 홈런을 7개나 쏘아 올리는 등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냈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노려볼 만하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도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면서 제 몫을 다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150안타 달성으로 타선에 힘을 실어줬고, 수비에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1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소크라테스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김종국 KIA 감독도 "찬스가 왔을 때 적시타를 한 번씩 계속 쳐주니까 적은 잠수 차이긴 해도 계속 이기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양현종의 건재함이 돋보였고, 이의리를 비롯한 좌완 영건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불펜의 한 축을 맡은 최지민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마무리투수 정해영은 여전히 팀의 뒷문을 지켰다.
▲유종의 미 거두고 새 시즌 준비해야 하는 KIA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KIA 역시 홈 최종전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 중이었다. 오는 17일 NC와의 경기에서 '빛고을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이의리·윤영철·김도영의 팬 사인회를 비롯해 입장 관중 대상 응원 타올 증정, 선수단 광주 유니폼 착용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팬들에게 극적인 반전을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제는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시기다. 팀의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광주-KIA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한 팬들의 성원에 승리로 보답해야 하는 KIA다.
사실 지금보다 더 중요한 건 시즌 종료 이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될 마무리훈련, 내년 초에 열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2024시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KIA는 올 시즌의 아쉬움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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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