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AS로마 입단 후 맹활약 중인 로멜루 루카쿠(AS로마)가 첼시에 있을 때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영국 매체 '미러'는 9일(한국시간) "로멜루 루카쿠는 로마에서 조세 무리뉴 감독으로부터 신뢰받는다고 말하면서, 첼시 비평가들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한테 반격했다"라고 보도했다.
루카쿠 발언은 그가 10월 A매치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뒤에 나왔다. 로마는 9일 이탈리아 칼리알리에 위치한 우니폴 도무스에서 열린 칼리아리 칼초와의 2023/24시즌 세리에A 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로멜루 루카쿠의 멀티골을 포함해 도합 4골을 터트리며 4-1 완승을 거뒀다.
이날 로마의 포문을 연 건 알제리 미드필더 후셈 아우아르였다. 전반 18분 칼리아리 페널티 박스 인근까지 접근한 레프트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가 박스 안 빈 공간에 위치한 아우아르를 발견하고, 센스 있는 오른발 패스를 시도했다.
스피나촐라 패스는 정확하게 아우아르한테 향했다. 아우아르는 곧바로 왼발 터닝 발리 슈팅을 시도했고, 아우아르 슈팅은 골망을 흔들면서 로마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칼리알리 선수들은 아우아르의 오프사이드를 주장해 봤으나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우아르가 선제골을 터트린지 불과 1분 만에 로마는 추가골을 넣으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로마의 두 번째 골 주인공은 키 191cm, 체중 103kg 거구 벨기에 공격수 루카쿠였다.
후반 19분 로마 역습 상황에서 라이트백 릭 카르스도르프가 골문 앞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빠른 속도로 쇄도하던 루카쿠가 가슴으로 공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로마는 아우아르의 선제골과 루카쿠의 추가골에 힘입어 전반전을 2-0으로 마치며 승리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기세를 탄 로마는 계속 칼리아리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5분 레안드로 파레데스의 롱패스를 받은 이탈리아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가 멋진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팀의 3번째 득점을 올렸다.
승기가 로마 쪽으로 기운 가운데 루카쿠가 멀티골을 달성하면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13분 벨로티 패스를 받은 파레데스가 원터치 패스로 박스 안에 있던 루카쿠한테 침투 패스를 넣었고, 이를 루카쿠가 골대 구석을 노린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스코어를 4골 차로 벌렸다.
패색이 짙어진 칼리아리는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후반 26분 만회골을 터트리는 듯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면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후반 41분에 페널티킥으로 1골 만회하면서 무실점 패배를 면하는데 성공했다.
칼리아리 원정에서 4-1 완승을 거둔 로마는 승점 11(2승3무3패)이 되면서 리그 10위로 도약했다. 불안한 시즌 출발을 보였지만 최근 모든 대회에서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로마의 반등 비결엔 루카쿠가 있었다. 칼리아리전 멀티골을 포함해 루카쿠는 최근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로마 입단 후 8경기에 나와 7골을 터트리며 로마의 주포로 거듭났다.
2023 여름 이적시장 때 첼시에서 인터밀란 이적을 앞두고 변덕을 부리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던 루카쿠는 지난 8월 31일 로마와 임대 계약을 체결해 이번 시즌 로마에서 등번호 90번을 달고 뛰게 됐다. 당초 그는 여름 때 첼시에서 인터밀란 이적이 매우 근접했으나, 이탈리아 또 다른 명문 유벤투스가 자신을 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밀란 대신 유벤투스행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발각되면서 인터 밀란은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결국 루카쿠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이에 더해 유벤투스마저 첼시와 이적료를 두고 큰 격차를 드러내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루카쿠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첼시는 거액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으로 루카쿠 보내길 원했으나 선수 자신은 중동으로 절대 가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해 첼시의 속을 더욱 태웠다.
루카쿠는 그럼에도 첼시 훈련을 거부하며 자존심을 원 소속팀에서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적시장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옛 스승 조제 무리뉴 감독의 제안을 받아 로마에 임대 신분으로 가는 것에 합의했다. 스승을 부름을 받아 로마에 입성한 루카쿠는 팬들의 열띤 환영을 받으면서 로마에서 '무리뉴의 전사'가 될 준비를 마쳤다.
루카쿠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데 성공했다. 합류하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하며 경기당 1골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최근 활약상으로 자신감을 얻은 걸까. '미러'에 따르면, 칼리아리전이 끝난 후 루카쿠는 인터뷰를 통해 "난 프로이기에 이번 여름에 열심히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난 말없이 경기장에서 내 능력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 말했듯이 무리뉴 감독과 난 특별한 관계이다"라며 "그는 내 가족과 아이들을 알고 있으며,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고 강인하다. 과거 다른 코치들도 그랬지만, 이게 내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루카쿠 인터뷰를 두고 매체는 그를 외면한 포체티노 감독을 저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첼시 신임 사령탑 포체티노 감독은 루카쿠와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았으며, 그가 첼시 21세 이하 팀(U-21)에서 훈련을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체티노 감독으로부터 기회조차 받지 못한 루카쿠는 무리뉴 감독 밑에서 날개를 펴는데 성공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루카쿠가 현재의 득점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해 첼시와 포체티노 감독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졌다.
사진=EPA,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