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든다"던 최지훈, 5할 맹타로 금메달 주역 '우뚝' [항저우AG]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과 함께 야구대표팀의 테이블세터를 이룬 SSG 랜더스 최지훈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대회 4연패에 기여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야구 금메달 결정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올해 항저우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이전 아시안게임과 비교했을 때 젊은 선수들로 팀이 꾸려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월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당시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을 진행했으며 와일드카드로 만 29세 이하 선수 중 3명을 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야구계 안팎에서 세대교체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정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소위 말해 '주축 선수'들 없이 이렇게 큰 대회를 치르는 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4명의 선수 중에서 연령 및 연차 제한이 있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포함한 국제대회에서 한 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9명에 불과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들은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을 떠안아야 했다.

대표팀 외야진의 한 축을 책임진 최지훈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김원형 SSG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나보다 잘하는 에레디아 선수도 있고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가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먼저 드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게 된 것보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것.

최지훈은 지난 3월 WBC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주로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고, 3경기 3타수 2안타 타율 0.667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린 최지훈은 "주전이 아니라 백업으로 (WBC에) 다녀온 것이기에 부담도 없었고 좋은 경험을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국제대회에) 나가게 돼서 현재로서는 많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국내 훈련 및 연습경기로 컨디션을 조율한 최지훈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1타수 6안타 타율 0.545 1홈런 4타점으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데 이어 5일 일본전과 6일 중국전에서 각각 2타수 1안타,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전의 경우 희생번트를 두 차례나 성공하며 작전까지 착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도 해피엔딩이었다. 최지훈은 7일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출루를 달성했다. 리드오프 김혜성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으나 열심히 밥상을 차리면서 찬스를 연결했고, 전문 외야수가 적은 가운데서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 최지훈의 최종 성적은 21타수 11안타 타율 0.524 1홈런 5타점 OPS 1.209.

김현수(LG)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야수들이 하나둘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새롭게 외야진을 꾸려야 했던 대표팀은 이번 대회로 최지훈의 성장을 발견했다. 이제는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프리미어12와 WBC와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최지훈이 주전 외야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한 가지, 대회 전 최지훈은 "팬분들께서 나와 (박)성한이가 가서 잘하고 활약한다면 좀 더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한 바 있다. 5할 이상의 고타율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그는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와 팀의 도약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