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여자축구 한국-북한전을 통해 비디오판독(VAR)이 없는 경기에서 심판 한 명이 얼만큼 경기를 쥐고 흔들 수 있는지 직접 경험했다. 이제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황선홍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심판이 상대의 과격한 태클을 눈감아주는 것은 물론 한국의 골까지 취소해도 아무 문제 없는 대회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중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을 치른다.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황선홍호에게 최대 고비가 될 경기로 여겨지고 있다.
개최국 중국의 일방적인 응원과 VAR이 없는 상황에서 거친 플레이에 대한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축구 팬들은 불과 하루 전 한국과 북한의 여자축구 8강전에서 이 2가지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30일 원저우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북한과 맞붙어 1-4로 완패했다. 전적상 19전 1승3무15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 있었던 대표팀이었지만 경기 초반까지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등 북한과 대등하게 싸우며 4강 진출 가능성도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 전반 막판까지 1-1로 비기면서 대등하게 싸웠다. 내용 면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합동 응원, 거친 플레이에 침묵하는 심판 판정으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심판 한 명이 경기를 얼만큼 쥐고 흔들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경기장은 말 그대로 북한의 홈과 다름 없었다. 응원석에 자리 잡은 북한 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과 중국인들의 응원까지 더해져 일방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중국 관중들은 북한 선수들이 공을 빼앗고, 공중볼을 따내고, 득점에 성공할 때면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한국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때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건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기준이었다. 대회 전부터 VAR이 없다는 점에서 오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오심을 넘어섰다. 북한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이 쏟아졌다.
전반 3분 지소연을 향한 양발 태클은 다이렉트 퇴장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카드도 꺼내지 않았다. 경기 후 지소연은 "처음으로 심판 능력, 자질을 한 번 의심해 볼만한 경기였다"면서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불공정한 경기는 처음 한 것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전반전 내가 태클 당했을 때 VAR이 있었다면 레드카드까지 나왔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VAR의 부재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화를 냈다.
손화연의 경고 누적 퇴장 장면도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손화연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정확히 공을 건드렸으나 골키퍼를 밀쳤다는 이유로 경고가 나왔다. 정당한 볼 다툼으로 볼 여지가 충분했으나 주심은 곧바로 옐로 카드를 꺼냈다. 이미 경고 한 장이 있었던 손화연은 경기를 마쳐야 했다.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북한이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후반 막판까지 잘 버텨냈으나 끝내 3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도 이 정도의 편파 판정이 나왔는데 개최국 중국과의 경기에서 얼마나 더 심판 판정들이 나오게 될지는 뻔하다.
황선홍호는 지난 6월 중국과 2차례 평가전을 통해 VAR 없이 중국의 거친 축구에 맞선 경험이 있다. 이 경기에서도 중국은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고, 결국 엄원상이 발목 인대 손상으로 조기 귀국해야 했다. 2번째 경기에서도 조영욱과 고영준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상처만 남은 평가전이 되고 말았다. 중국과의 평가전을 추진한 황선홍 감독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은 16강에서 거친 축구로 퇴장까지 당하며 한국전에서도 거친 축구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심판이 배정된다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북한 경기와 같은 수준 미달 심판이 나온다면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를 향한 여정에 큰 장애물이 될 예정이다. 한국의 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중국 반칙을 이겨낸 뒤 득점하는 것까지 무효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대회가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황선홍호가 어떻게 이 고비를 넘길지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