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30 10:11 / 기사수정 2011.06.30 10:11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SK는 올해 5년만의 최대 위기다.”
김성근 SK 감독은 6월 벽두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워낙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말하는 스타일인 만큼 그 속에는 약간의 과장도 있는 게 사실인 김 감독 특유의 엄살로 보였다. 실제 SK는 5월말 타선이 최저점을 찍으며 힘겨운 승부를 이어왔는데, 이후 타선의 힘이 살아난데다 김광현과 송은범이 나란히 복귀하면서 상승 분위기를 잡았던 게 사실이다. 3~5일 문학 KIA 3연전을 내리 내준 이후 SK는 4연속 2승 1패 시리즈를 해냈다. 이후 장맛비로 들쭉날쭉한 일정 속에서 1승 2패를 추가하며 6월 10승 10패로 보합세다. 그런데 7월이 가기 전 결국 급상승세의 KIA와 삼성의 협공에 주저앉고 말았다.
▲ 엄살보다는 통찰력
기본적으로 김 감독이 구사하는 모든 말의 의중을 파악하는 건 100% 불가능하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또는 빙빙 돌려가면서 팀과 선수의 상황을 묘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김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SK 선수들을 항상 벼랑 끝으로 내모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강훈을 시키고 실전에서 또 다른 힘을 확인하면서 시즌을 운용해나가는 게 김 감독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김 감독의 말과는 관계없이 SK는 선발진의 붕괴와 타선의 집중력 부족으로 어려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딱히 대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팀 홈런(40개, 7위)과 팀 도루(60개, 5위)가 모두 하위권에 처져있다는 건 그만큼 펀치력과 기동력이 동시에 무뎌지면서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며 선발 평균자책점이 3.99로 2위지만 4.51이닝 소화에 그치고 있다는 걸 보면 제아무리 현란한 불펜 운용이 동반되더라도 마운드 부하는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계속해서 “SK는 5년만의 최대 위기다” “SK는 6~7위 전력이야” 등을 말했다. 이는 엄살이 아닌 '냉정한' 상황 예측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그런 일종의 독설마저 줄어든 편이다. 으레 김 감독은 진짜 팀이 위기에 봉착한 시기에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는 편이다. 다른 팀들이 김 감독의 말을 엄살이라고 치부할지 몰라도 김 감독은 예리하고 냉철한 통찰력을 앞세워 정확하게 SK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설령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지나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일 뿐, 그마저도 현실론에 기인한 것이다.
SK가 투타의 힘이 확연히 떨어진 건 어떻게든 김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벼랑 끝 정신 무장 등으로 풀어간다고 해도 삼성과 KIA의 전력과 기세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 최대 난제다. 과거 SK를 위협하던 팀은 두산, KIA, 삼성 등 특정 한 팀이었다. 그럴 때마다 SK는 그 팀에 맞춰 승수 쌓기 전략을 그려왔고, 실제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제는 두 팀이 협공하는 모양새라서 더더욱 기민한 대처가 쉽지 않아졌다. 냉정하게 볼 때 SK에 당장 두 팀 모두 떨쳐낼 힘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상대 팀의 행보는 SK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SK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엔 더욱 신경이 쓰이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모든 상황을 예측해서 행동하는 SK와 김 감독에게 더 큰 위기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감독은 과연 어떠한 말들을 풀어놓을까. 엄살보다는 말 자체를 아낄 가능성이 크다. 진짜 위기 때 김 감독은 그래왔다.
[사진=SK 김성근 감독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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