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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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 등장한 북한 女 응원단…"조선 선수 이겨라!" 외치고 승리 만끽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09.20 10:15



(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김지수 기자)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이 여성 응원단을 중국 항저우에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응원단은 소규모였지만 2시간 가까이 우렁찬 목소리로 "조선 선수 이겨라"를 외쳤다.

북한 남자 축구 대표팀은 19일 중국 진화시 저장사범대학 동경기장(zhejiang Normal University East Stad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F조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북한 남자 축구의 국제대회 공식 경기 승리는 지난 2020년 1월 16일 태국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베트남을 2-1로 꺾은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북한은 당시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북한 축구는 이후 2020년 1월 말부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창궐로 팬데믹 상황에 빠진 뒤 모든 국제대회에 불참했다. 감염 우려를 명분으로 진행 중이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을 기권해 논란을 빚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도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제재를 받으며 정치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고립을 자초했다.





북한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다시 국제대회에 참가를 결정했다. 남녀 축구를 비롯해 북한이 강세를 보이는 역도 등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공식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은 총 18개 종목, 191명의 선수단을 항저우에 보냈다. 

아시안게임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북한의 여성 응원단의 경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남자 축구 1차전에서 4명의 여성 응원단이 저장사범대학 동경기장을 찾아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날 북한 여성 4명은 보라색 티셔츠와 모자, 검정 바지를 맞춰 입고 관중석에 자리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인공기를 스탠드에 내건 남성 몇 명만 눈에 띄었지만 경기가 시작된 뒤 여성 응원단은 멀리서도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전반 초반부터 북한이 주도권을 잡고 대만을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한 뒤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북한의 홈 경기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응원단 4명의 존재감은 컸다. 





응원 구호는 단순했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를 시작으로 "잘한다! 잘한다! 조선 선수 잘한다!", "조선 이겨라! 조선 이겨라!"를 번갈아 가며 외쳤다.

북한이 전반 6분 리조국이 선제골을 앞세워 1-0 리드를 잡자 응원단의 함성은 더 우렁차졌다. 준비해 온 인공기를 펼쳐보이면서 더 큰 응원을 이어갔다. 응원단 주변에는 북한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성이 옆을 지켰다.

현장에서 북한과 대만의 경기를 취재하던 기자 중 일부가 응원단에 접근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동행 중인 남성이 이를 제지했다. 전반전 종료 후에는 자리를 반대쪽 골대로 옮겼다. 북한의 공격 위치에 맞춰서 응원을 이어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신용남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만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 응원단들의 응원에 큰 감동과 힘을 받았다"며 "선수들이 (응원 덕분에) 경기장에서 더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북한은 메이저 국제대회 때마다 여성 응원단을 현지로 보내는 일종의 전통이 있다. 한국에서 열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시작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8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북한은 여성 응원단을 현지로 보냈다. 북한 선수들의 경기 때마다 여성 응원단의 모습이 적지 않은 화제를 뿌렸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이해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영향으로 우호적인 남북 관계 속에 북한 선수단을 비롯해 여성 응원단과 취재진 간 교류 등이 있기도 했다. 사진 촬영에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선수단 및 관계자, 응원단과 취재진의 접촉은 원천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2-0 승리에도 믹스트존을 인터뷰 없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믹스트존에서 대기 중이던 남한 기자들이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을 건넸지만 대부분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버스를 향해 걸어갔다. 신용남 감독도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답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북한 축구는 20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오는 21일 조별리그 1차전과 같은 장소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F조 최강 인도네시아와 2차전을 치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는 총 23개국이 출전한다. A, B, C, D, E, F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는 16강에 직행, 3개국이 편성된 D조를 제외한 A, B, C, E, F조 3위 중 상위 4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구조다.

최근 C조에 편성됐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이 갑작스럽게 불참하면서 C조의 다른 2개 국가 홍콩, 우즈베키스탄은 16강에 자동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북한은 1차전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어 2차잔에서 인도네시아를 꺾는다면 조기에 16강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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