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BO리그 역사가 담긴 서울 잠실에 첨단 돔구장이 들어선다.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잠실 돔구장 건립 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 로저스센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으로, 2020년부터 토론토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이곳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로저스센터 곳곳을 둘러본 오 시장은 "야구를 보는 것도 목적이지만 가족 단위 등 삼삼오오 모여 즐길 수 있게 시설이 아주 잘 돼 있어 하나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호텔이 돔구장과 붙어 있어 가능한 일이다"라며 "우리도 이렇게 야구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호텔과 연계해 돔구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로저스센터는 약 4만1000석 규모의 돔 경기장으로, 토론토 메리어트시티센터 호텔과 일체형으로 조성돼 있어 일부 객실에서 투숙객들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시즌 중에는 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이 호텔을 방문하고, 비시즌에는 컨벤션센터 방문객이 호텔을 찾는다.
숙박비는 경기 일정에 따라서 약 40~250만원 수준이다. 시즌 중에는 거의 빈 객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고, 토론토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가 열린 이날도 호텔 객실 300여실(야구장 뷰 70여실)이 꽉 들어찼다.
호텔 측은 야구장을 조망할 수 있는 복층 객실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객실 1층에는 5∼6명 정도가 간단히 업무를 보거나 모임을 할 수 있는 크기의 공간에 테이블, 의자 등이 갖춰져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경기가 열리고 있는 야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2층에 마련된 침실에서도 유리창 앞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마르니 스타크먼 로저스센터 사업운영부 부사장은 "야구 경기가 없을 땐 잔디 위에 판을 깔아 콘서트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야구팬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보수를 거쳐 프리미엄클럽 같은 시설을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 시장이 로저스센터의 시설과 구조에 만족감을 나타낸 가운데, 그에 버금가는 야구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잠실 돔구장은 민간투자로 진행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개발 사업'의 일부다. 서울시는 현재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가칭·주간사 ㈜한화)와 돔구장 건립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개폐식이 아닌 폐쇄형 구조에 국제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석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로 계획 중이다.
돔구장은 우천·폭염 등 악천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 올스타브레이크(올스타전이 개최되는 약 1주일간의 정규리그 휴식기), 오프 시즌에는 대규모 공연·행사도 열 수 있다. 시는 내·외야를 순환하는 360도 개방형 콘코스(관중석과 연결된 복도공간)와 스카이박스, 필드박스, 패밀리존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프리미엄석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돔구장과 호텔(야구장 뷰 120실 포함해 총 300여실)을 연계 조성해 객실, 레스토랑, 피트니스 등 호텔 내 여러 공간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호텔과 연계한 야구장은 로저스센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가 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잠실 돔구장은 현재 잠실야구장 자리에 지어진다. 시는 내년 말까지 실시협약을 마무리하고 2025년 시즌까지 기존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뒤 2026년 착공, 2031년 말 준공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6시즌을 다른 곳에서 소화해야 하는 홈 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대체 구장 확보다. 아직 검토 중인데다가 두 구단과 서울시의 의견이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주경기장에 리모델링을 통해 1만7000석 규모의 대체 구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러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면 안전관리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LG와 두산, KBO에서 공사를 나눠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렇더라도 안전 확보가 쉽지 않고 10개월 이상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척스카이돔, 목동야구장, 수원KT위즈파크, 인천SSG랜더스필드 등 기존 구단과 같이 나눠서 쓸 수 있는 방안을 KBO와 구단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돔구장 건설비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민간투자 기업이 당초 제안했던 개방형 구장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돔구장 건립 결정으로 인해 사업비가 커지면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투자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 구단에서 일부 비용을 분담하는 안도 검토했지만 민투사업법상 전체 사업비가 함께 늘어나는 문제가 있어 기업 측이 전부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며 "초창기에는 준비가 덜 돼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현재 관련 리스크는 거의 해소됐고 원만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돔구장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고척 스카이돔이 완공돼 키움 히어로즈가 쓰고 있지만 관중석이 1만8000여석에 불과해 서울을 상징하는 스포츠 시설로 내세우기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호텔 등 부대시설도 없다.
최근엔 SSG 랜더스 모기업 이마트가 2028년 인천시 서구에 청라돔(가칭)을 지어 SSG의 홈구장으로 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야구의 중심으로 지은지 40년 넘은 잠실야구장이 더욱 초라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오 시장이 돔구장 건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결국 6년이라는 긴 시간 LG와 두산의 홈 경기를 보기 위한 팬들의 요구가 어떻게 충족될지가 가장 큰 난제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LG와 두산이 서울시 밖의 야구장을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무려 6년의 세월 동안 연고지를 이동한다면 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키움이 현재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 과거에 홈으로 썼고 현재 아마야구가 낮에 열리는 목동구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지만, 이 역시 어려운 문제다.
서울 목동구장은 조명과 소음 문제로 야간 경기를 안 치른 지 오래인데, 키움이 과거 넥센 시절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를 할 때도 주민 반대가 심해 다시 목동구장을 활용한다고 하면 엄청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LG, 두산 중 한 팀이 고척 스카이돔을 키움과 나눠쓴다고 해도 다른 한 팀은 홈구장 구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당사자인 LG와 두산의 고민이 가장 크다. 일단 두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합동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신축구장 이전 때문에 대체 구장을 쓴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2020년 류현진 소속팀인 토론토가 홈구장을 떠나 미국 뉴욕주 버펄로로 옮긴 적이 있긴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기 힘들다보니 나온 임시 방편이었다.
축구에서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 대체 구장을 쓴 적이 있다. 토트넘은 2016/17시즌까지 쓰던 화이트하트레인을 무너트리고 같은 자리에 신축구장 지을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런던을 떠나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9만 수용 규모의 웸블리를 임시 홈구장으로 쓴 적이 있다.
토트넘은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포함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안방 경기를 치렀고, 리그컵의 경우는 동쪽으로 75km 정도 떨어진 MK 돈스 홈구장을 썼다. 토트넘은 1년 6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9년 4월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홈구장을 찾았다. 미식축구 경기는 물론 비욘세 콘서트까지 열리는 등 신축 구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웸블리와 함께 오는 202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런던 개최 구장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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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