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9월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불펜의 실점으로 시즌 4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토론토는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3-8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시즌 성적은 74승61패. 반면 4연패 수렁에 빠진 콜로라도는 49승85패가 됐다.
선발 중책을 맡은 류현진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4경기 연속 5이닝 투구로, 시즌 평균 자책점은 2.25에서 2.48로 소폭 상승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토론토: 조지 스프링어(우익수)-데이비스 슈나이더(3루수)-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루수)-브랜든 벨트(지명타자)-대니 잰슨(포수)-위트 메리필드(2루수)-달튼 바쇼(좌익수)-어니 클레멘트(유격수)-케빈 키어마이어(중견수), 선발투수 류현진
-콜로라도: 찰리 블랙몬(우익수)-에제키엘 토바(유격수)-엘리아스 디아즈(포수)-라이언 맥마혼(3루수)-브렌든 로저스(2루수)-헌터 굿맨(지명타자)-놀란 존스(좌익수)-엘레후리스 몬테로(1루수)-브렌튼 도일(중견수),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
▲경기 초반은 투수전 양상으로
플렉센과 류현진의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크리스 플렉센이 1회초를 공 6개로 끝냈는데, 이 과정에서 좌익수 존스가 3번타자 게레로 주니어의 장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낚아내며 플렉센에게 힘을 실어줬다.
플렉센은 1회초에 이어 2회초에도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2회초 2사에서 메리필드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한 뒤 바쇼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2사 2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류현진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진 2개를 곁들여 1회말을 마감한 데 이어 2회말에는 세 타자 연속 땅볼 유도로 빠르게 이닝을 마쳤다. 2회말에 던진 투구수는 6개에 불과했다. 류현진 특유의 '영리한' 투구가 이번에도 돋보이는 듯했다.
▲1사 2·3루 기회 살리지 못한 토론토, 먼저 앞서나간 콜로라도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건 3회였다. 2이닝 연속으로 안타 없이 침묵한 토론토는 3회초 1사에서 키어마이어의 2루타로 절호의 기회를 마련했다. 후속타자 스프링어가 3유간을 가르는 안타까지 치면서 1사 1·3루를 만들었고, 플렉센을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플렉센의 폭투로 1루주자 스프링어가 2루를 밟은 뒤 1사 2·3루에서 '루키' 슈나이더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게레로 주니어의 3루수 땅볼로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콜로라도는 3회말 선두타자 존스의 안타 이후 몬테로의 투런포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볼카운트 1-2로 몰렸던 존스는 류현진의 4구 체인지업을 그대로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스코어는 2-0.
▲초반 주도권 내준 토론토, 홈런 세 방으로 분위기 바꿨다
플렉센을 상대로 1~3회 3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한 토론토가 힘을 내기 시작한 건 4회초였다. 선두타자 벨트가 볼카운트 1-1에서 플렉센의 3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큼지막한 솔로 아치를 그렸다.
이번에는 클레멘트가 나섰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플렉센의 초구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로 2-2 균형을 맞췄다. 시즌 첫 홈런이라 본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한 방이었다.
동점으로 만족하지 않은 토론토는 6회초에 승부를 뒤집었다. 1사 1루에서 등장한 잰슨이 풀카운트에서 플렉센의 직구를 잡아당겨 역전 투런포를 터트렸다. 토론토는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고, 류현진이 승리 요건을 갖추는 순간이었다.
▲존스의 역전포 한 방, 그러나 만만치 않았던 토론토의 반격
토론토는 6회말에 앞서 선발 류현진 대신 이미 가르시아를 마운드에 올렸다. 가르시아는 3루수 슈나이더의 송구실책과 맥마혼의 안타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로저스와 굿맨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때 토론토는 한 번 더 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다. 좌타자 존스와의 승부를 앞두고 좌완 헤네시스 카브레라를 호출한 것인데, 오히려 이 선택이 독이 됐다. 존스는 볼카운트 2-1에서 카브레라의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아치를 그렸다. 2점 차로 끌려가던 콜로라도는 리드를 되찾았고, 류현진의 승리 요건은 사라졌다.
리드를 빼앗긴 토론토는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7회초 선두타자 키어마이어의 안타와 스프링어의 연속 안타 이후 슈나이더가 1타점 2루타로 5-5 균형을 맞췄고, 게레로 주니어의 삼진과 벨트의 볼넷 이후에는 1사 만루에서 등장한 대타 알렉산드로 커크가 왼쪽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었다. 좌익수 존스의 타구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주자 세 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8-5.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메리필드도 2루타를 때리며 2루주자 커크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7회초에만 5점을 뽑은 토론토는 9-5로 리드를 되찾았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경기 후반, 마지막까지 리드 지킨 토론토
카브레라에 이어 등판한 네 번째 투수 조던 힉스가 7회말 도일-블랙몬-토바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면서 콜로라도의 추격을 저지했다. 8회초에는 2사에서 슈나이더의 볼넷 이후 게레로 주니어가 2루타를 쳤고, 존스의 어설픈 수비를 틈타 1루주자 슈나이더가 홈까지 파고 들면서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8회말에는 트레버 리차드가 마운드에 올라와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면서 토론토가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고, 9회초 클레멘트의 2타점 3루타와 스프링어의 1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자축했다. 다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 복귀한 채드 그린이 9회말에 4점을 내줬고, 토론토로선 마무리투수 조던 로마노까지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승리 놓친 류현진, 투구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류현진은 3회말 투런포의 몬테로를 제외하면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4회말에는 불리한 볼 판정으로 득점권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1사 1루 풀카운트에서 존스에게 던진 6구 직구가 볼로 선언됐는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게임데이'의 그래픽 상으로는 존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류현진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은 류현진은 1사 1·2루의 위기 속에서도 병살타 유도에 성공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고, 5회말 역시 무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6회초에 비슷한 상황으로 위기에 몰린 플렉센이 잰슨에게 투런포를 맞으면서 교체된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76구를 던진 가운데, 직구(35개)를 가장 많이 구사했다. 지난 등판과 마찬가지로 컷 패스트볼(19개), 커브(12개), 체인지업(10개) 등 직구 이외의 구종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1마일(약 145km)로 측정됐다.
비록 4승 도전은 미뤄졌지만, 투구 내용만 놓고 보면 이날도 크게 흠 잡을 데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류현진 등판 시 팀이 5승 1패를 기록 중이라는 점에서 그의 복귀는 분명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토론토가 미국 서부 원정 6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로테이션대로이 돌아간다면 류현진은 오는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 팀 투수 기록
-토론토: 류현진(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가르시아(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2실점 비자책)-카브레라(⅓이닝 1피안타 1실점)-힉스(1이닝 1피안타 무실점)-리차드(1이닝 1탈삼진 무실점)-그린(⅔이닝 5피안타 4실점)-로마노(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콜로라도: 플렉센(5⅔이닝 7피안타 1볼넷 4실점)-개빈 할로웰(⅓이닝 무실점)-제이크 버드(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3실점)-브렌트 수터(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토미 도일(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다니엘 바드(1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
사진=AFP, A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게임데이 캡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