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불가능했던 일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KT 위즈가 이제는 '리그 선두' LG 트윈스까지 위협하는 중이다.
KT는 25~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을 싹쓸이로 장식하면서 62승2무47패(0.569)가 됐다. 공교롭게도 독주 체제를 유지하던 LG는 이 기간 NC 다이노스에 덜미가 잡히면서 3연패를 당했고, 두 팀의 격차가 4.5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현실적으로 4.5경기 차를 빠르게 따라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지만, 쫓기고 있는 LG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하다. 그 정도로 KT의 페이스가 만만치 않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 또 타 팀 선수들과 사령탑들도 LG와 더불어 KT의 전력을 경계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이력도 중요하지만, 비시즌 기간 큰 전력 누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대권 도전이 가능한 팀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KT의 생각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하나 둘 발생했고, 5월에는 토종 선발 소형준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면서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보다 부상 선수들의 몸 상태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크고 작은 부상을 떠안은 선수가 셀 수 없이 많았다.
6월 초까지만 해도 KT의 승패 마진은 -14였다. 패배한 경기 수에 비해 계획대로 승수를 많이 쌓지 못했고, 결국 순위는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부상자가 하나 둘 돌아올 시기가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격차를 따라잡는 건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팀의 주축 타자인 강백호가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허덕이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까지 발생했다. 때문에 시즌 전 구상과 달라진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코칭스태프로선 밤낮 가리지 않고 고민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이 있었다면, 시즌 전 구상에 없었던 선수들이 팀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KT는 5월 중순 트레이드로 좌완 심재민을 롯데 자이언츠에 넘겨주는 대신 내야수 이호연을 품으면서 내야진의 새로운 활력소를 발견했고, 그의 합류와 함께 타선이 조금씩 살아났다. 여기에 지난 시즌 초 부상으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보 슐서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의 부름을 받으면서 6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7월 이후에는 더 강력해진 선발진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고, 이달에는 황재균과 오윤석 등 그동안 잠잠했던 타자들까지 나섰다. 덕분에 팀은 지난달 11~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승수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SSG 랜더스를 끌어내리고 2위 자리까지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14였던 팀이 '선두를 위협하는 2위'가 되기까지 세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KT 위즈라는 팀명처럼 말 그대로 '마법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KT가 지금의 상황에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갈비뼈 미세 골절' 엄상백, '왼쪽 발목 염좌' 김상수 등 팀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누군가 또 나타나서 공백을 메울 수만 있다면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분위기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KT는 해 왔던 대로 계속 경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이제 남은 경기 수는 33경기로,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다. KT뿐만 아니라 순위 경쟁이 한창인 모든 팀들의 상황이 그렇다.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는 마법사 군단이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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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