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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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좀비'의 퇴장…정찬성, 할러웨이에 3R KO패→곧장 "그만 할게요" 은퇴 선언

기사입력 2023.08.27 08:0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UFC에서 두 차례 타이틀 매치를 치렀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37)이 UFC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UFC 페더급 8위인 정찬성은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홀러웨이 대 코리안 좀비' 메인 카드 페더급 1위 맥스 홀러웨이(31·미국)와 맞대결에서 3라운드 시작 23초 만에 KO로 패배했다.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완패한 뒤 낙담해 은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정찬성을 일으킨 건 홀러웨이의 '도전장'이었다.

홀러웨이가 지난 4월 앨런 메인을 꺾고 "정찬성은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고 링 인터뷰에서 발언한 뒤부터 '격투가' 정찬성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은퇴 경기가 될지도 모를 경기라는 예감과 함께 "1%의 의심도 없이 승리한다"는 자신감으로 훈련에 나섰다.



해외 전지훈련 대신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자신의 체육관에서 홀러웨이전을 준비했던 정찬성은 전날 계체량까지 무사히 통과해 옥타곤에 섰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의 예상대로, 정찬성은 홀러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찬성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더 크랜배리스(The Cranberries)의 명곡 '좀비'(Zombi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여유 있는 표정으로 관객의 환호를 유도하며 등장했다.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을 채운 관객들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좀비'를 합창했다. 먼저 옥타곤에 서서 홀러웨이의 등장을 기다렸던 정찬성은 차분하게 1라운드를 끌어갔다.

날카로운 원투 펀치로 한때 홀러웨이의 발을 묶어놓기도 했고, 홀러웨이의 강한 공격을 견뎌냈다. 1라운드를 대등하게 끌고 간 정찬성은 2라운드 초반 큰 공격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홀러웨이의 보디 블로와 스트레이트 조합에 녹아웃됐고, 곧바로 홀러웨이는 그래플링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뒤에서 목을 조르는 홀러웨이의 공격을 천신만고 끝에 풀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미 체력이 소진된 뒤였다.



정찬성은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난타전을 시도했다. 정찬성과 홀러웨이의 주먹이 서로의 안면부를 강타했고, 더 큰 충격을 받은 정찬성은 그대로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정찬성은 경기가 끝난 뒤 마이크를 건네받자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할게요"라고 입을 뗐다.

2007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어 1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좀비'의 주먹이 멈춰선 순간이다.

정찬성은 "내가 그만하는 이유는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홀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이 준비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그는 "저는 3등, 4등, 5등 하려고 격투기한 거 아니었다. 챔피언이 되려고 했는데, 톱 랭커를 이기지 못하니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라고 은퇴를 선언했다.

글러브를 벗어서 옥타곤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그곳에 큰절한 정찬성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앞서 "그만할게요"라고 말한 뒤 곧바로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난다"고 했던 그도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상징하는 음악이었던 더 크랜배리스(The Cranberries)의 '좀비'(Zombi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링을 내려간 정찬성은 오열하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 쥔 채,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함께 옥타곤 무대에서 퇴장했다.

정찬성은 한국인 파이터 가운데 유일하게 챔프전을 치른 선수다. 그것도 두 차례나 말이다.

2013년에는 조제 알도(브라질)에게 도전했다가 부상 때문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고, 작년에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에게 패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정찬성에 이어 이날 정찬성을 꺾은 홀러웨이까지 완파한 현시대 UFC 페더급의 압도적 최강자다.



볼카노프스키에게 무기력하게 패한 뒤 심각한 좌절감에 은퇴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던 정찬성은 홀러웨이의 도전에 다시 일어섰다.

결국 홀러웨이의 주먹을 견뎌내지 못하고 차가운 옥타곤 바닥에 몸을 눕혔어도, UFC 페더급 최정상급 선수다운 마지막이었다.

정찬성은 UFC 2연패로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 상대가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 그리고 페더급 1위 홀러웨이였다.

승자 홀러웨이는 정찬성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을 드러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악수를 청하고, 3라운드 KO로 경기를 끝내고서는 정찬성을 직접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홀러웨이는 "정찬성은 전설이고 불가사의한 선수다. (KO 순간) 내 펀치가 먼저 들어간 게 운이 좋았다"고 마지막까지 예우했다.


사진=Getty Images/연합뉴스, UFC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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