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진출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축구 신대륙에서도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가 오기 전 MLS 꼴찌팀이었던 인터 마이애미에 또 하나의 트로피 안길 준비를 마쳤다. 마이애미 입단 뒤 한 달 만에 두 번의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인터 마이애미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 TQL 경기장에서 열린 FC신시내티와의 2023 US오픈컵 준결승 맞대결에서 난타전과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지난 1914년 창설된 대회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성인 축구대회다. 대한축구협회 FA컵과 같은 성격의 대회다. 인터 마이애미는 지난 20일 리그스컵에서 우승해 2020년 MLS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공식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스컵은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구단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였다. 이어 미국 아마추어팀까지 가세하는 최고 귄워의 또 다른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애미 상승세에 메시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신시내티전에서도 마치 GPS를 달아놓은 듯한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두 개나 꽂아넣으면서 결승행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홈팀 신시내티는 3-4-1-2 전형으로 나섰다. 알렉 칸 골키퍼를 비롯해 닉 헤글런드, 매트 미아즈가, 이안 머피가 백3를 구축했다. 산티아고 아리아스와 알바로 배렐이 윙백을 맡았다. 후니오르 모레노, 오비나 누보도가 중원을 지켰다. 루시아노 아코스타가 2선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아론 부펜자, 브랜던 바스케스가 득점을 노렸다.
마이애미는 5-3-2 전형으로 맞섰다. 드레이크 캘린더가 골문을 지켰고 조르디 알바, 카말 밀러, 세르게이 크리브소프, 토마스 아빌레스, 디안드레 예들린이 백5를 구성했다. 장 모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디에고 고메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레오나르도 캄파냐, 그리고 메시가 최전방에서 출격했다.
두 팀의 MLS 성적은 극과 극이다. 마이애미가 동부 콘퍼런스 최하위(15위)에 그치는 반면 신시내티는 같은 콘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메시가 마이애미에 오기 전 얘기다. 여름이적시장에서 메시와 부스케츠, 알바 등 3명의 바르셀로나 출신 스타플레이어 트리오를 보강한 마이애미는 신시내티와 정면 승부를 했다.
다만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린 쪽은 신시내티였다. 홈팀은 전반 18분 루시아노 아코스타가 먼저 득점에 성공하더니 후반 8분엔 브랜던 바스케스가 추가 골을 넣어 쉽게 이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메시와 마이애미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캄파냐가 후반 23분 메시의 프리킥을 헤더로 연결해 추격의 신호탄을 알린 것이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엔 두 공격 콤비가 한 번 더 호흡을 맞추며 기적 같은 동점포를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 8분 주어진 가운데 6분이 흘렀을 때 메시가 자로 잰 듯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캄파냐가 다시 머리로 골망을 출렁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기세를 올린 마이애미는 연장 전반 3분 조셉 마르티네스가 박스 안 쇄도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 골에 성공하며 대역전극을 만드는가 싶었다. 연장 전반이 종료될 때까지만 해도 마이애미가 이대로 승기를 잡아 결승에 진출할 듯 보였다.
그러나 동부 콘퍼런스 1위 신시내티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연장 후반 9분, 스위스 영보이스와 벨기에 헨트, 독일 뉘른베르크 등에서 뛰었던 일본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구보 유야가 박스 안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기어코 3-3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결국 승패가 갈렸다.
구보와 메시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양팀 4번 키커까지 모두 킥을 성공한 가운데 해글런드(신시내티)의 킥이 원정팀 드레이크 캘린더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마이애미가 승기를 잡았다. 연징전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공격수 벤자민 크레마스치가 마지막 키커로 나와 성공시키며 마이애미는 리그스컵에 이어 연달아 치러진 US오픈컵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메시는 이날 경기 2도움을 기록하며 이날 경기 승부를 드라마처럼 만드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캄파냐도 멀티 골로 화답했다. 마이애미는 메시 합류 후 승부차기승 3번을 포함해 8전 전승이라는 '역대급' 기세를 보이며 두 대회 연속 트로피를 정조준하게 됐다.
축구통계업체 '풋몹'은 경기 직후 메시에게 두 팀 최고 평점인 8.9점을 줬다. 캄파냐가 8.7점, 부스케츠가 7.4점을 받았다.
메시 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차지한 리그스컵 우승은 메시의 통산 44번째 우승이었다. 이로써 메시는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였던 브라질 레전드 풀백 다니 알베스(43회 우승)를 제치고,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로 등극했다.
메시가 축구 역사에 한 획을 또 쓴 가운데 인터 마이애미 역시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2018년에 창단돼 2020년부터 MLS에 참가한 인터 마이애미는 신생팀이다 보니 동부 콘퍼런스 6위를 차지했던 2022시즌을 제외하고 쭉 하위권에 있었다. 이번 시즌도 리그 22경기에서 승점 18(5승3무14패)를 기록, MLS 29개팀 가운데 승점이 가장 낮다.
메시가 온 뒤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마이애미는 메시가 합류하기 전까지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지만 메시를 영입한 이후엔 8경기에서 5승 3무를 거뒀다. 무승부를 거둔 한 경기는 스코어 4-4가 된 댈러스와의 리그스컵 16강전과 내슈빌과의 결승전, 그리고 이날 신시내티전으로 모두 승부차기 끝에 인터 마이애미가 승리했다.
메시의 개인 기록도 탁월하다. 약팀에 왔지만 월드클래스 명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하자마자 득점을 몰아치면서 리그스컵 전 경기 득점을 기록했다. 리그스컵에선 7경기에 모두 출전해 10골 1도움이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구단에 첫 트로피를 선물했다.
이어 이날 신시내티전에선 비록 득점하지 못했으나 더욱 값진 어시스트를 동료 공격수에 배달하며 미국에 축구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메시를 데려온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이자 회장 데이비드 베컴은 최근 우승과 더불에 클럽에 찾아온 변화가 믿기지 않는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이다.
베컴은 앞서 리그스컵 우승 인터뷰를 통해 "모든 승부차기가 굉장했다. 지옥 같은 밤이었다"라며" 내슈빌은 놀라운 싸움을 펼쳤지만 오늘 밤은 우리의 밤이었다"라며 우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사람들은 메시가 한 골을 넣을 때마다, 부스케츠가 패스 한 번 할 때마다, 알바가 돌파할 때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라며 "당신들은 그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감정적이게 된다. 그들의 경기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 5주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라며 메시 등이 영입된 이후 클럽 자체를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에게 감동적인 밤이다. 내겐 긴 여정이었다"라며 "난 항상 길을 가면 충돌이 있을 거라는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너무 많았다. 오늘은 우리가 즐기는 밤이다"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겠다고 전했다.
결승에 진출한 마이애미는 또다른 준결승인 휴스턴 디나모-레알 솔트레이크 경기 승자와 오는 9월 27일 두 번째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신시내티전을 마친 메시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27일 MLS 최고 인기팀 중 하나로 과거 티에리 앙리가 뛰었던 뉴욕 레드불스를 맞아 MLS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는 정규리그 11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메시의 활약에 따라 탈꼴찌를 이루고 중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될지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게 됐다.
사진=Reuters,AP,EPA,Getty Images/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