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LG 트윈스는 예년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과 FA(자유계약) 영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박동원이 그만큼 타선에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리드오프의 활약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고 커리어하이를 정조준하는 외야수 홍창기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주전 외야수로 거듭난 홍창기는 이듬해인 2021년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그해 그의 성적은 524타수 172안타 타율 0.328 4홈런 52타점 23도루 OPS 0.864. 또한 남다른 선구안을 자랑한 홍창기는 무려 109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그랬던 홍창기가 지난 시즌 118경기 437타수 125안타 타율 0.286 1홈런 51타점 13도루 OPS 0.745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볼넷 개수도 59개에 불과했다. 팀은 시즌 내내 상위권을 달렸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러나 홍창기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반등에 나선 그는 올 시즌 93경기에 출전해 351타수 116안타 타율 0.330 46타점 15도루 OPS 0.872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61개)과 2루타(28개)를 만들었고, 0.450에 달하는 출루율 역시 규정타석에 진입한 타자들 가운데 가장 수치가 높다. 득점(2위)을 비롯해 타율과 최다안타(이상 3위) 등 다른 부문에서도 홍창기의 이름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지난 주말에도 리드오프의 존재감이 빛났다. 홍창기는 4~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3연전에서 12타수 6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특히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치면서 팀의 7-4 승리에 기여했다.
홍창기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안타 개수보다 타격했을 때 느낌이 올해가 좀 더 좋은 것 같다. 스타일의 변화는 없었고, 지난해 좀 안 좋다 보니까 좋았을 때의 모습을 다시 보면서 그때 왜 좋았는지를 보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까 좋아진 것 같다"며 "자신감이 좀 더 있는 것 같고 타석에서도 결과가 잘 나오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상승세의 원동력을 분석했다.
올핸 예년보다 많은 2루타 개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타구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창기다. 그는 "2루타가 나올 확률이 높은 타구 방향이 형성되면서 2루타 개수가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치고 싶어서 치는 건 아니다"며 "지난해보다는 타구 스피드가 좀 늘었다고 하는데, 그게 좀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한 명이었던 홍창기였기에 동료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홍창기의 반등을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의 부진이 가장 속상했던 사람은 선수 본인이었다.
홍창기는 "지난해에는 부상도 좀 있었고,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였다.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까 조급하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출루율 0.390이라는 숫자가 낮은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타율도 0.280 이상이었는데, 그런 숫자에 대해 1년 반짝했다고 평가를 해 주시는 것 같아서 더 준비를 잘해야겠고, 다시 한 번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항상 1번으로 나가면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무 안 좋아서 팀이 더 이기지 못한 경기가 많았던 것 같아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출루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평소에는 기록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게 홍창기의 이야기다. 그는 "기록을 잘 안 보려는 스타일이다. 보게 되면 좀 더 신경이 쓰이고 기록에 의식하게 돼서 최대한 안 보려고 한다. 가끔 전광판에 나올 때나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상황 이외에는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그런 홍창기에게 목표가 한 가지 있다면,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이다. 홍창기는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문)성주도 좋고 뒤로 갈수록 좋은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출루하기만 하면 불러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득점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출루를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이 들어오면 팀 성적도 그만큼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의 목표를 전했다.
이제 LG에게 남은 경기 수는 정확히 50경기다. 현시점에서 팀의 가장 큰 목표는 우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다. 홍창기는 "우리 팀 수비도 워낙 좋고 투수들도 좋기 때문에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금씩 따라가면서 점수를 최대한 주지 않고 그런 경기를 뒤집었을 때 우리 팀 정말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아직 가을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경기 수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1등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재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선두 수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대구, 유준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