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21 17:18 / 기사수정 2011.06.28 18:13
[안과전문의 이인식 원장]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Avellino corneal dystrophy)이란 얼마 전까지 과립형각막이영양증으로 통칭되었던 유전적 각막질환이다.
현재 정식 명칭은 제2형 과립형각막이상증 (Granular Corneal Dystrophy type II) 이며 지난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주해온 가족에서 처음 발견해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으로 현재는 불리고 있다.
양안 각막중심부에 혼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는 유전질환이다.
정확하게 발생기전이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βigh3 gene의 특정 위치에 돌연변이가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각막 등의 상처부위에 단백질 침착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각막에서는 주로 보우만스막 (Bowman ‘s layer)에 단백질이 침착되어 나타난다.
개인의 생활환경과 직업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와 시기에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자외선 노출이 많은 실외 근무자들이 실내 근무자보다 많이 나타난다.
자외선 특히 UVB에 노출이 되는 경우에 BIGH3 단백질의 피부 침착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각막의 경우로 그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각막에 상처가 있거나 생길 경우에도 단백질 침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이 있는 사람이 라식, 라섹 같은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시력교정 수술을 받았을 때 이 각막 이영양증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을 우리가 원하는 일정모양으로 조사해서 시력을 교정하는 원리인데 결국은 레이저로 각막의 일정부분을 깎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각막에 상처가 생기게 되고 결국 레이저로 상처받은 각막 조직부위에서 각막 이영양증의 진행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아벨리노는 상염색체 유전이므로 동형 접합자(Homozygote)와 이형 접합자(Heterozygote)로 부분이 된다. (slide 8,9) 동형 접합자는 아주 희귀하며 부모가 모두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이 있어야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릴 적부터 각막 이영양증이 발생해 성인이 되기 전에 실명에 이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은 이형 접합자이고 이 경우 진행이 아주 느리므로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 까지 거의 증상이 없고 중년이나 노년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증상이 생기며 어느 정도의 시력저하는 발생할 수 있지만 실명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러나 이형접합자라도 시력교정수술을 받고 진행이 빨라질 경우 시력저하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이 그리 흔한 유전질환이 아니며 진단이 비교적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은 진료를 보는 안과의사에게 아주 희귀하진 않지만 절대로 흔한 질환은 아니다.
아직 정확한 발생빈도는 알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발생빈도를 추측케하는 조사가 있었다. 지난 2000년 경북 상주에서 모든 성인의 유전자 검사 결과 1/1320명 정도의 유병률이 있음이 보고되었으므로 국내에 40000여 명의 이형 접합자가 있으리라 추측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김응권 교수팀)
문제는 엑시머 레이저 수술 후 각막 이영양증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가 지난 2000년대 초반 정도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 각막이영양증의 치료중 하나로 엑시머 레이저를 사용하였으며 현재도 각막이영양증의 마지막 치료중 하나로 엑시머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slide 10)
따라서 지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각막이영양증이 있는 경우 시력교정은 물론 각막 이영양증의 호전까지 바라며 라식 라섹같은 시력교정술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실제로 아벨리노 이형접합자중에 라식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경우가 110건 정도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slide 11)
이제는 아벨리노가 관찰되는 경우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빈도가 급격히 줄고 있다.
문제는 아벨리노의 진단인데 아벨리노의 진단은 어렵지 않다. 안과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세극등 현미경검사만으로도 각막의 혼탁이나 흰점의 유무를 관찰함으로써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쉽게 진단하므로 바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단 어느 정도 숙련된 안과전문의의 진단이 요구되며 렌즈의 오랜착용유무와 생활환경 및 개인차등으로 인하여 발현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서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은 흔히 DNA 검사라 불리는 분자유전학검사(유전자검사)다.
현재 AGDSTM (Avellino-Gene Detection SystemTM)이 개발되어 세브란스 병원에서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약 2년 동안 임상을 한 결과 100% 정확한 진단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며 만에 하나 세극등 검사에서도 잡아내지 못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환자를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모발이나 구강점막세포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도 편리한 편이다. 결과는 1주일 이내에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세극등 검사로 거의 아벨리노가 진단이 가능하며 의심되는 세극등 소견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확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지금 현재 문제는 과연 시력교정 수술을 받는 모든 사람이 꼭 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냐다.
실제로 지난 1년간 DNA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명동과 강남 밝은세상안과의 경우 총 3500여 명을 검사를 하였는데 총 8명이 아벨리노 이형접합자로 나왔다.
이중 5명은 오래전에 세극등 검사로 아벨리노로 진단받고 확진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경우이고 수술 전 검사에서 나온 3명도 세극등 검사로 아벨리노를 발견 후 DNA로 확진한 경우였다.
이것은 3500명 중 세극등 검사로 아벨리노를 진단못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유전자 검사가 널리 시행되면서 아벨리노의 발생빈도가 좀 더 정확해 질 것이다. 또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가 어느 정도 유용성이 있는지 더욱 명확해 질 것이다.
이때까지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맹신보다는 수술 전 특히 시력교정 수술 전에 더욱 세심한 검사와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 각막 이영양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2. 각막에 의심스런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작은 병변이라도) 3. 아직 각막 이영양증이 덜 발현될 수 있는 20대 초중반 4. 기타 의사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경우 수술 전 안전하게 DNA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해본다면 안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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