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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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FA 제도, 어떻게 바꿀까

기사입력 2006.01.17 08:42 / 기사수정 2006.01.17 08:42

윤욱재 기자

지난해 FA를 선언했던 전천후 내야수 홍원기가 1년 8,000만원이란 조건으로 원소속팀 두산과 재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현대로 트레이드되었다.

현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필요한 실정에서 홍원기는 필요한 선수였다. 내야진에 노련한 베테랑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왜 홍원기는 할 수 없이 팔려나가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야만 했을까. 현대가 홍원기를 FA 자격으로 직접 영입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합리한 FA 제도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수렁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은 모두 A급으로 인정받는 선수들과 구단에서 공로를 인정한 특별 케이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왜 FA 제도가 준척급 선수에겐 불합리한지 웬만한 야구팬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야구계에서 모를 리 없다. 개선하자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총재 선임 하나에 온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에 FA 제도 개선안은 '조무래기'로 취급됐다.

FA 선수를 영입하려면 보상금이나 보상금과 선수 1명을 반드시 원소속팀에 내줘야한다. 물론 적당한 보상금은 타팀에 선수를 빼앗긴 원소속팀에 입장을 고려하면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450%를 지급(또는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와 보상선수 1명)해야하는 게 우리 FA의 현주소다.

원소속팀에서 보상금만 받지 않고 보상선수(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보호선수는 단 18명에 불과하다.)까지 받게된다면 오히려 FA 선수를 영입한 팀 입장에서 손해를 보게되는 상황이 연출(정말 코미디 그 자체다.)되기 때문에 '준척급 선수'들은 명함 조차 내밀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 이들은 대박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스타 선수보다 더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아 많은 구단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속되는 FA 제도는 이 모든 것을 '희망사항'으로만 묶고 있다. 언제까지 귀족들만이 향유하는 FA가 되야하는 것인가. 선수 모두의 권익을 위해 과감히 시작한 것이 바로 FA 제도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선수협의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용병 제도에는 누구보다 민감한 선수협이지만 이상하게 FA 제도에 대해서는 크게 요구한 적이 없었다. 용병 때문에 보이콧까지 할려했던 선수협의 기세를 고려하면 FA 제도에 대해서도 충분히 강력하게 나설 용의가 있을텐데 말이다.

KBO와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구단 손바닥 안에서 노는 시대는 한참 지난지 오래다. 이 규정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불합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고쳐야한다. 썩은 물을 갖다 놓으면 누가 그 물로 세수를 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윈터미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자꾸 만나고 협의하고 고치고 닦으면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한다. 그렇다고 말만 거창하게 꺼내고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바꿀 수 있어야한다.

지금까지 자기 이익만 중시했던 KBO와 구단, 그리고 선수협이 이젠 FA 제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을 가져야한다. 총재 선임도 끝났고 대부분 야구인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조건은 갖춰졌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FA 제도가 만들어지는 그 날이 오길 기다린다.

사진 / 두산베어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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