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지수 기자) "물건이 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최근 내야수 박준영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박준영이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박준영의 활약을 칭찬하는 일이 많아졌다.
박준영은 1군 콜업 후 5경기 15타수 7안타 1홈런 8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루타 3개, 3루타 2개, 1홈런 1개로 안타 7개 중 6개가 장타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이승엽 감독에 인정받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은 충분히 유격수, 3루수 두 포지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두산의 유격수 자리에 박준영까지 주전 경쟁에 가세하면서 내야진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박준영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유니폼이 바뀌었다. 두산은 포수 박세혁이 NC 다이노스와 FA(자유계약)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난 뒤 보상선수로 박준영을 지명했다.
박준영의 이력은 독특하다. 2016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NC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촉망 받는 투수였지만 부상 여파 속에 타자로 전향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2020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내야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21 시즌 8홈런을 쏘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75경기 타율 0.216 4홈런으로 성장세가 주춤했고 수비 실책이 늘어나는 부침을 겪었다. 시즌 막판에는 어깨 수술까지 받는 불운이 겹쳤다.
결과론이지만 재활 과정에서 두산으로의 보상선수 이적은 박준영에 긍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다. 박준영은 "두산으로 팀을 옮긴 게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필요해서 (보상선수로) 뽑아주신 거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준비를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KBO리그 최고의 좌타자 중 한 명이었던 이정훈 두산 퓨처스팀 감독은 박준영을 보자마자 잠재력을 알아봤다. 1군 코칭스태프에 박준영을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는 보고를 올렸고 7월 초 콜업으로 이어졌다.
이승엽 감독은 "이정훈 감독께서 박준영이 재활을 마치고 배팅을 시작한 뒤 '아주 좋은 선수, 물건이 왔다'고 하셨다"며 "(타격에서) 약점도 있었지만 퓨처스리그 게임을 뛰면서 많이 보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군 경험이 많이 없으면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는데 박준영은 이 부분에서 대처가 잘 되고 있다"며 "시즌 중반이지만 팀에 보탬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면서 보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다만 박준영이 한창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확인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자신감은 유지하면서 실패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은 한번은 실패를 겪어봐야 한다. 두산에 와서 매 경기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지만 실책을 하거나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임기응변을 발휘할지 보고 싶다. 이 부분까지 잘 된다면 아주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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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