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이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았어요."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한화 이글스 노시환의 첫 올스타전 경험이었다. 처음 베스트12로 선정됐던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올스타전 개최 없이 개별 시상만 있었다. 그래서 이번 올스타전은 노시환의 기대도, 그런 노시환을 향한 팬들의 기대도 컸다.
후반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노시환을 만나 올스타전에 다녀온 소감을 묻자 그는 "가서 잘하진 못했지만 좋은 경험을 하고 온 것 같다. 첫 번째 올스타전이었는데 좋은 기억, 재밌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잘하진 못했다"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19방의 대포로 홈런 1위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친 노시환이었지만, 올스타전 전날 열린 홈런레이스에서는 단 한 번도 담장을 못 넘겼다. 노시환은 "바보 같았다. 급하게 했던 게 후회가 된다. 치고 나오니까 다시 들어가면 잘 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15일 본경기에서도 아쉬웠던 건 마찬가지. 베스트12로 뽑힌 노시환은 3루수 및 6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는 "미스터 올스타는 생각도 안 했고, 우수타자상이라도 받자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못 쳤고, (김)혜성이 형도 안타가 없어 둘이 '하나만 치자' 하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결국 둘 다 안타를 못 치고 끝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쉬움은 또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이 각종 분장과 댄스 등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겼는데, 끼 많기로 소문난 노시환이 어찌 된 일인지 조용했다. 그는 "퍼포먼스도 하려고 생각을 했는데, 아이디어가 안 떠올랐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안타깝게도 올스타전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이 번뜩였다. 노시환은 "사직이었고, 이대호 선배가 은퇴하신 다음이니까 분장을 좀 하고 응원가도 틀어 달라고 해서 이대호 선배님을 따라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게 이제 끝나고 생각이 나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최)재훈 선배님과 얘기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선배님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퍼포먼스) 안 했냐' 하시더라. 가족들끼리 보면서 '노시환 이제 나온다' 했는데, 내가 그냥 뚜벅뚜벅 걸어나와서 실망하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았다. 홈런레이스도 그렇고, 퍼포먼스도 어떤 그림으로 흘러간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년에 또 나가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던 올스타 브레이크. 이제 노시환은 즐거움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표정을 바꾸고 후반기를 맞는다. 자신과 팀의 성적에 아시안게임까지, 노시환은 자신의 후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노시환은 "시작부터 많은 변화가 있는 시즌이었는데, 그게 잘 되고 있고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전반기에 잘하는 선수는 많다. 후반기에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지칠 순 없다. 후반기에 체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지치는 시기가 올 텐데 어떻게든 빨리 극복하고 부상도 조심하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전반기에도 열심히 했지만 후반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팀을 위한 희생도 하면서, 신중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