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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이탈리아 격침' 이천수의 격려…"어차피 같은 나이야! 버티고 이겨내면 승리해, 우리도 그랬어"

기사입력 2023.06.08 21:00 / 기사수정 2023.06.08 21:1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팀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팀 같아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을 통해 2회 연속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을 노리는 가운데, 이 연령대에서 이탈리아 골망을 출렁이고 통쾌한 승리를 안겨준 선배 한 명이 주목받고 있다.

무려 23년 전 일본 국제대회 결승에서 한국의 1-0 승리 및 우승을 이끈 이천수 전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바로 그다. 2000년 1월 한국, 일본, 이탈리아, 파라과이가 모여 치렀던 해당 대회에서 한국은 파라과이를 4-1로 대파하고, 역시 일본을 4-1로 크게 누른 이탈리아와 결승 격돌했다.

당시 부평고 졸업반이었던 이천수는 이탈리아전 후반 37분 상대 실수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박자 빠른 왼발 슛으로 연결했고 결승포가 되면서 한국의 1-0 승리 주인공이 됐다. 파라과이전 멀티골에 이어 이탈리아전 결승포까지 터트린 이천수는 이 대회에서의 활약으로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한국 축구의 차세대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던 것을 물론이다.




이후 23년간 U-20 대표팀 레벨에서 붙은 적이 없었던 한국과 이탈리아가 U-20 월드컵 결승 길목에서 숙명의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난타전 끝에 3-2 승리를 거뒀고, 16강에서 잉글랜드, 8강에서 콜롬비아 등 강팀을 연달아 물리쳤다. 5경기 11골로 공격력이 화려하다. 하지만 한국 역시 프랑스,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누르고 이번 대회 유일하게 무패 질주하는 팀이라 어느 팀이 승리할지 시선을 모으는 것도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이 전 실장은 23년 전 선배들의 당찬 기백을 잘 이어받는다면 결승 티켓을 충분히 거머쥘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8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승우, 이강인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없다보니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한 팀이었지만, 축구에서 팀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지금의 U-20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다"며 "나이지리아와 8강전은 유효슈팅 하나로 이겼지만 그 만큼 어려운 경기를 얼마나 잘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느끼게 해줬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이어 "또 경기들을 보면 선수들이 김은중 감독을 신뢰하면서 좋은 궁합을 만드는 것 같다"며 "감동을 주는 경기들이 많았다"고 했다.

2000년 이탈리아전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탈리아는 세리에A라는 리그 자체가 지금의 프리미어리그처럼 스타들이 모두 모여 겨루는 유럽 최고의 리그였다.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 AS로마, 라치오, AC파르마, AC피오렌티나 등 이른 바 '7공주'들이 춘추천국시대처럼 싸웠고, 그 속에서 양성된 유망주들이 당시 이천수, 최태욱, 김동진 등이 중심이 된 한국과 겨뤘다.

당시 이탈리아 U-20 대표팀엔 첼시에서 뛰는 해외파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때 이탈리아 리그가 최고였던 것은 맞다. 세리에A, 세리에B 선수들이 많았는데 우린 고등학생들이 주축이었다"며 웃은 이 전 실장은 "그래서 '한국이 되겠어?'라는 주변 시선들이 더 재미있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편하게 뛰었다. 어차피 같은 나이인데 막상 붙어보니 별 거 없었다"며 주눅 들지 않고 뛰면 지금의 후배들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지리아보다는 수비가 강하고, 조직력도 좋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 U-20 대표팀이 굴하지 않고 전반전을 잘 버티면 후반전에 분명히 찬스가 올 것이다. 23년 전 경기에서도 우리가 전반엔 상대 거친 반칙과 태클 때문에 많이 밀렸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 실장은 일대일 찬스 등에선 과감하게 플레이해야 이탈리아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찬스 나면 피하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도 위협을 느끼고 조심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국-이탈리아전은 8일 오전 6시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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