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T 위즈는 지난 시즌 이후 큰 고민을 떠안았다. 더 이상 군입대를 미룰 수 없었던 주전 내야수 심우준이 국군체육부대(상무)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KT 입장에서는 센터라인에 공백이 생긴 만큼 당장 대안을 찾아야 했다.
내부 육성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KT 시선은 FA(자유계약) 시장으로 향했다. KT가 선택한 카드는 바로 '베테랑' 김상수였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29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15억원·옵션 6억원)이었다.
김상수는 2009년 삼성 라이온즈 입단 후 줄곧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2018시즌이 끝나고 첫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도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2억 5000만원·인센티브 4억 5000만원)에 삼성과 도장을 찍었다. 그랬던 김상수가 대구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19년부터 주로 2루수에 집중했던 김상수는 원래 자신의 포지션이었던 유격수로 2023시즌을 준비했다. 2루 수비도 가능했으나 궁극적으로 KT가 김상수를 영입한 건 심우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김상수는 4월만 해도 23경기 76타수 19안타 타율 0.250 9타점 OPS 0.599로 부진하다가 5월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23경기에 출전한 김상수는 78타수 26안타 타율 0.333 8타점 OPS 0.839를 기록,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김상수는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3일 경기에서 2루타 1개 포함 무려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13-3 대승을 견인했다. 이튿날에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말 2사 1·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때리면서 5-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상수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1.43으로 팀 내 야수 가운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4월 한 달간 OPS가 1이 넘었던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1.36)보다도 수치가 높다.
김상수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지 잘 치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공을 잘 보는 타자이기도 하다.
올 시즌 김상수의 타석당 투구수는 3.20개로 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볼넷/삼진 비율(0.91)은 리그 전체 13위. 팀 내로 범위를 좁히면 타석당 투구수, 볼넷/삼진 비율 모두 1위다. 그만큼 KT전에 임하는 투수들 입장에서는 김상수를 상대하는 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김상수는 수비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49경기 동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수비이닝(393이닝)을 소화하는가 하면, 베테랑답게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이제는 심우준의 공백을 완벽히 지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KT가 김상수를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의문부호가 붙어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2020년 데뷔 첫 3할 타율을 만든 뒤 2년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선수 입장에서도 새 팀에서 맞이하는 첫 시즌이 중요했고, 팀의 기대에 결과물로 응답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