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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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다신 못 볼 것 같은 내 모습,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느낌"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3.06.11 07:30 / 기사수정 2023.06.14 19:5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안녕하세요.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배우 이준혁이 이른 오전 인터뷰 일정을 위해 자리를 찾은 취재진들을 부지런히 살피며 혼잣말처럼 나직이 말한다.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마주했던 이준혁은 안팎으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며 작품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준혁은 5월 31일 개봉해 10일까지 73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인 '범죄도시3'에서 무자비함은 기본에 지능적인 악랄함까지 더한 빌런 주성철 역을 맡아 본 적 없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이미 전편들을 통해 검증되고 보장된 재미에, 시리즈 첫 투톱 빌런으로 나선 이준혁과 리키 역의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의 조화가 더해지며 '범죄도시3'는 파죽지세로 흥행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이준혁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한 치의 자비도 없는 거친 악인의 서늘함을 묵직하게 그려내면서, 캐릭터를 위해 20kg 가까이 증량했던 체중만큼이나 관객들의 뇌리에 '배우 이준혁'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주성철이 뜯겨나간 것 같다'면서 '범죄도시3'와 함께 한 시간들을 아련하게 곱씹은 현실 속의 이준혁은 습관처럼 들을 듯한 외모 칭찬에는 단전에서 올라오는 호탕한 웃음으로 쑥스러운 마음을 대신 표현하고, 내향적이라는 자신의 성격을 'INFP'라는 MBTI를 빌려 설명하며 지금의 상황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두 눈을 크게 뜬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또 솔직하게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꺼내놓던, '범죄도시3'와 함께 2023년 5월의 시간으로 기억에 남게 될 이준혁과 나눈 이야기들을 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낯선가요?(웃음) MBTI가 내향적인 성격인 INFP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람 볼 일이 잘 없는데.(웃음) MBTI가 나오면서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혈액형으로 말하기도 했잖아요? 지금이 조금 더 편하긴 해요. 지금 이 상황이 제겐 굉장히 비현실적인 일이거든요.(웃음)"

-'범죄도시3' 홍보요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오늘도 저녁까지 일정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고요. 아침형 인간이신가요?

"랜덤형 인간입니다.(웃음) 사실 저희 일이 (아침형, 저녁형이라고) 딱 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모처럼 너무 일찍, 6시에 일어났거든요. 원래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홍보요정이라니…(웃음) 지금 '범죄도시3' 홍보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은 벌써 개봉을 스무 번은 한 것 같아요.(웃음) 드디어 하는구나 싶네요. 다른 작품 때보다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있어서 훨씬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고생도 많이 했고.(웃음)"

-체중 증량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럼 지금 상태는 (영화를 위해 20kg 가까이) 살을 찌우고,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것인가요? 간수치 같은 건강 상태는 또 어떤지요.

"조금 마음이 아픈 게, 이제 딱 오늘(개봉 하루 전)을 기점으로 '범죄도시3' 캐스팅 됐을 때와 거의 같은 몸무게까지 왔더라고요. 다 날아갔어요.(웃음) 너무 아깝죠. 여기까지 다시 뺄 생각은 없었는데, 일정 기간 동안 잘 못 먹다 보니까 조금 약간 야위었나 싶어요. 간수치는 그래도 괜찮아졌어요. 별 얘기를 다 하게 되네요.(웃음) (얘기해도 괜찮다는 말에) 아, 대중에게는 건강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있으려나요? 이번에 피 검사도 해봤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더라고요. 그 부분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수치적으로 몇 kg가 또 빠진 건가요? 정말 극한직업 체험을 하셨네요.(웃음) 마동석 씨가 20kg 정도를 찌우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거의 16~17kg가 빠졌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또 많은 극한직업들이 있으니까. 사는 게 다 그렇죠.(웃음) 처음에 살을 찌워야 한다고 했을 땐 농담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또 제가 생각보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시대에 따라서 보기에는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육체죠.(웃음) 왜냐하면 먹는 것을 저장을 잘 하니까 유리하잖아요. 제 친구 같은 경우는 한 끼만 안 먹어도 너무 힘들어하는데, 저는 저장을 잘하는 몸이라고 생각해서 잘 찌울 수 있겠다 싶긴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또 근육도 같이 올려야 하다 보니 맛 없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해서, 오히려 다이어트보다 힘들었죠. (닭가슴살과 토마토를 많이 먹었다고 들었다는 말에) 아, 그런데 토마토가 저한테는 안 좋다 하더라고요. 이번에 이렇게 증량을 해보니까 달걀 흰자와 토마토가 제겐 안 좋다고 해서, 그렇게 (체중 증량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내면과의 대화를 가질 수 있었어요.(웃음)"

-체중 증량을 한 것을 '벌크업'과 '살크업' 중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웃음) 준혁 씨는 겸손하게 '살크업'이라고 했지만, 마동석 씨는 근육까지 늘리려 엄청나게 노력했다면서 '벌크업이 맞다'고 했었죠. 

"근육량의 증량으로 보면 벌크업이 맞아요. 거의 6~7kg 이상 근육량이 올라갔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근육이 예쁜 것보다는, 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그래서 선배님도 그렇게 얘기하신 것 같아요." 

-체중 증량한 몸을 보고 마동석 씨는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조언을 들은 부분도 있는지 궁금해요.

"더 먹으라고 하시던데요?(웃음) 계속 잘 먹어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운동도 라인을 만들기보다는 최대한 씨름선수처럼 무거운 것을 들면서 했었죠. 무거운 것이 점점 들릴 때의 쾌감이 있더라고요. 어쨌든 이렇게, 마동석 선배님처럼 배우에 대해서 도전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발굴해주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죠. 그 부분에 있어서 선배님께 정말 감사해요. 

다만 살을 찌울 기간(3개월)이 너무 짧았던 것이 조금 아쉬워요.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역도산(한국계 일본인 프로레슬러)처럼 하고 싶었거든요. 120kg까지 증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있었다면, 제 몸이 정말 더 거대해졌을 것 같아요.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긴 기간에 걸쳐서 몸을 만들어 봐도 재밌지 않을까 싶죠. 더 늦기 전에요."



-본인이 연기한 모습은 잘 보는 편인가요.

"'범죄도시3'는 기술시사 때 처음 봤었거든요. 저는 제 작품 잘 못봐요. 이럴 때 MBTI가 INFP라고 말하는 게 참 편하죠. 아이(I) 성향이 이런 것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봤는데, 고생한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사실 객관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 같고요. 뭔가 옛날시간들도 그렇고, 여러 가지들이 보이잖아요. 예전에 '야구소녀'(2020) 시사회 때도 도망가고 싶어가지고…(웃음)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나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 말고도 실제로 얘기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냥, 성향이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바라본 마동석 씨에 대한 느낌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에 출연했을 때 함께 촬영하는 신이 있지는 않았었고, 사석에서 만나거나 꾸준히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게는 (마동석을 바라보는 느낌이) 좀 더 크게 왔었죠. 지금까지 만나 본 최고의 선배 중 한 분이세요.(웃음) 일단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배울 점이죠. 예를 들어 촬영이 끝나고도 영화 회의를 밤새 또 그렇게 하세요. 나도 저렇게 영화 얘기를 많이 하고 싶고 저런 사람을 더 만나고 싶고, 선배로서 귀감이 되는 부분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어떤 공간이 이렇게 있으면 그 곳을 채워주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때로는 제가 채워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요. 선배님이 그런 부분을 너무나 잘 채워주셔서 마음이 편했어요. 일단 (체격이) 거대하시잖아요. 단단한 쿠션 같달까.(웃음)"

-마석도에게 맞는 신을 촬영할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일단 마석도에게 괴물형사라는 칭호가 있잖아요. 저희 영화는 어찌됐든 마석도가 제일 무서운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데 이제 새로운 기술까지 장착해서 왔잖아요. 펀치도 쓰리콤보로 하고.(웃음) 그 전에도 무서웠는데, 더 강해져서 돌아왔으니 (주성철을 연기하는) 저는 곤란했죠.(웃음)

마석도에게 수플렉스를 맞은 것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기술 중에 저먼 수플렉스라는 게 있거든요? 그게 영화에서 나올 때는 타격감이 늘 좋아요. 견자단 영화 '도화선'에도 나왔던가요. 굉장한 고난도 기술이거든요. (주성철이 맞고) 테이블이 부서지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웃음) 다음엔 제가 한 번 해봐야죠, 저먼 수플렉스.(웃음)"



-주성철의 헤어스타일이나 어두운 톤의 피부까지, 외적인 모습은 어떻게 구상을 했을까요.

"(예시가) 사실은 굉장히 많았어요. 저는 뭔가 완전히 더 세련되게 입어야 하나 생각도 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싶더라고요. 감독님 의견도 많이 반영됐죠. 너무 세련되면, 자칫 좀 만화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금 와서 들긴 해요. 뭔가 더 멋지게 갖춰서 입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이나 영화의 톤을 생각해보면 안 맞는 것이 아닐까 싶었죠. 너무 그렇게 가버리면, 잘못하면 '존 윅'같지 않을까요? '존 윅'을 보고 나서 오히려 지금 이렇게 한 것이 잘했구나 생각이 들긴 했어요."

-태닝도 고생을 많이 했겠어요.

"태닝 많이 했죠. 저는 어릴 때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2006)을 보고 나서 태닝을 하는 것이 정말 겁나더라고요. 혹시 영화 보셨어요? 안 그래도 저는 더운 것을 싫어해서 사우나도 못 가고, 워낙 어릴 때 몸에 화상을 입어서 뜨거운 것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또 제 피부가 워낙 하얀 편이어서, 태닝을 많이 해야 했어요. 까매지려고 엄청 했죠."

-배우 일이라는 게 정말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까지도 극복을 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네요.

"제가 그렇게 (힘든 것을 극복하고) 참여했던 작품들이 드라마 '맨몸의 소방관'(2017)이랑, 영화 '소방관'(개봉 예정)이거든요. 세 살 때 화상을 입었는데, 몸이 커지면서 7년간 많이 아팠었어요. '맨몸의 소방관'과 '60일, 지정생존자'(2019)를 보시면 (화상이 남은 흔적을) 알 수 있어요. 분장이 아니에요.(웃음) 그래서 소방관 분들을 보면 늘 신기하다는 생각이 있었죠. 나는 내가 너무 무서워하던 것인데. 불 속에서 드라마 찍었던 것을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소방관 분들은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살아본 빌런의 삶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제가 진짜 그렇게 범죄 행위를 저지를 수는 없잖아요.(웃음) 친구들을 만나거나 조금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다른 말투로 접근하거나, 그 사람은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오는 리액션에서 오는 에너지를 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역할에 따라 늘 해왔던 것이거든요.

아, 이번 '범죄도시3'에서는 이런 건 있어요. 덩치를 키웠을 때 받는 리액션은 또 달라요. 그럼 저는 이런 것을 흡수하고 저장해놓는 것이죠. '아, 내가 지금 이렇게 보여지는구나' 이렇게요. 왜냐하면, 헷갈리거든요. 내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굉장히 헷갈리는데, 얼굴도 까매지고 덩치도 커지고 말도 더 씩씩하게 하면서 다니면 저를 보는 친구들과 주변의 조금 달라져요. 같이 게임을 할 때조차도.(웃음)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살을 찌우는 과정에서 즐거운 마음도 느꼈었나 봐요.

"체중 증량을 하다 보니, 제가 느끼기에는 약간 호르몬 수치가 변하면서 좀 더 자신감 있어지는 것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극단적인 증량과 감량을 많이 해보면서 느낀 건데, 제가 체중을 조금 감량했을 때 좋아하는 영화 취향이 다르고, 증량했을 때 좋아하는 영화 취향이 달라지더라고요. 

물론 저는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하지만, 증량할 때는 영화 '크리드'나 드라마 '털사 킹' 같은 작품이, 감량하면 '미드소마'처럼 깊게 들어가고 세밀해지는 그런 영화가 와 닿더라고요. 그런 것을 제가 실제적으로 좀 느낀 부분이 있어서, 결론은 (증량도 감량도) 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웃음)"

-주성철은 자신이 마석도를 제압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기본적으로 '내가 (체격이) 크구나'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여기 주변 사람들보다 크다는 것은, 그건 약간 동물적인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또 그런 역할을 제가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이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죠. 저를 그 시기에 처음 봤던 사람들은 '저 사람은 좀 큰 사람' 이렇게 받아들이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때 처음 만난 친구들은 '어?'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조금 재밌는 측면이었죠.(웃음)"



-내향적 성향이라고 했는데, 몸을 키우니 성향도 외향적으로 바뀐 것 같나요.

"약간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흐름을 타려고 일부러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있죠. 지금은 그래서 살이 급격하게 좀 빠지고 나니까 약간 소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도 있고 자세도 변하는 것 같고… 요즘 좀 그래요.(웃음) 저는 지금 기분이 어떠냐면, (가슴 부분을 부여잡으며) 주성철이 막 이렇게 뜯겨져나간 것 같아요. 그런 게 좀 아쉽긴 하죠, 다신 못 볼 것 같은."

-표현이 슬퍼요. 뜯겨져 나간 것 같다니.

"시사회 딱 끝나고 나서, 아침에 그런 느낌이었어요. 뭔가 이렇게 하나가 뜯겨져 나간 것 같더라고요. (주성철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오래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잘 챙겨줬나? 아쉬운 것도 많은데', '쟤의 욕망을 내가 끝까지 달려줬나? 이런 것이요. 지금은 그런 기간이죠. 사실 '범죄도시3'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이 그래왔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워낙 저의 몸이나 이런 부분들을 뭔가 좀 다시 못 볼 느낌도 있어서… 그렇게 증량을 하는 제 모습이 언제 또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아쉬움들이 늘 있죠."

-주성철의 전사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었는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서사를 채워본 것은, '주성철의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성철은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실패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싶었죠. 그런데 그게 나쁘게 발현된 것이에요. 이 영화에서, 주성철은 나락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플랜B를 세워놨죠. 그런데 하필 더 업그레이드 된 3단 콤보를 쓰는 괴물형사 마석도를 만나서…(웃음) 그래서 저도 주성철의 다음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요. 얘가 어떻게 더 끔찍해질까. 플랜B가 없어졌을 때의 느낌이 어떨까는 좀 궁금하죠."



-주성철의 부하 김용국(한규원 분)과 이강호(최우준)는 주성철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른 것일까요?

"참… 그래서 선배가 중요한 것이에요.(웃음) 어떤 시점에는 보지 않았을까요? '저렇게 유능한 사람이 가는 길이 결국 저기인가?' 이런 부분이요. 처음엔 너무 존경스러운 선배였겠죠. 그렇게 한두 번 같이 움직이다 보니 이미 엮여져 있고. 그렇게 점점 어둠의 길로 가지 않았을까요? 영화에는 잘 안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용국이(한규원)랑 강호 형(최우준)이랑 만나서 저희끼리는 이런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눴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백사장(김기호)과 만나서 토모(안세호)의 전화를 받을 때 용국이와 주성철의 시선이 맞는데, 그건 저와 규원이가 연기하면서 살짝 애드리브처럼 그렇게 시선이 맞은 것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좀 사소한 것이지만, 좋았죠."

-1, 2편의 빌런들에게서는 유행어가 생기기도 했죠. 유행어를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빌런으로서 주성철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보나요.

"유행어라는 건 의식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상황이 되고, 그 순간 대중의 누군가가 캐치를 했을 때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 제가 막 유행어를 일부러 만들려고 했다면 너무 웃기잖아요, 그 상황들이. 그래서 유행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본 건 없고요. 주성철이 1, 2편의 빌런과 다른 점은, 어찌됐든 돈은 훨씬 많은 것 같고.(웃음) 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과 좋은 차도 있다는 것 아닐까요?(웃음)"



-주성철은 머리가 좋은 빌런이기도 하죠. 머리가 좋다는 것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떻게 고민하고, 또 해석했나요.

"그건 뭔가 굉장히 큰 얘긴 것 같은데.(웃음) 어찌됐든 제가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가 수반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검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거기서 조금씩 변주해 나갔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역할들을 좀 더 해왔으니까. 머리 좋은 역할은, 대사가 많아요.(웃음)"

-검사 이야기를 해서 갑자기 생각났는데, '비밀의 숲2'(2020) 서동재를 연기했을 당시 8분 가량을 원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이 온라인에서 아직까지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은 아시나요.(웃음)

"아… 그렇죠.(웃음)"

-칭찬을 하면 어쩔 줄을 몰라 하시네요.(웃음) 물론 사람 일이 또 닥치면 다 하게 된다지만, 그래도 어떤 노하우가 있었을까요?

"'비밀의 숲' 때의 노하우는 조승우 선배? 현장에서 안 틀리시니까, 저도 틀리지 말아야죠. (좋은 자극이었겠다는 말에) 네, 그런거죠.(웃음)"

-'범죄도시3'에서도 액션에 대사에, 소화해내야 할 것들이 많았죠. 이번 영화 현장을 돌아본다면요.

"'범죄도시3'는 좀 더 열려있던 현장이었어요. 뭔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그런 것들이 있었어서, 약간 생명체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비밀의 숲'에서의 조승우 형을 얘기한 것처럼 '범죄도시3'에서는 마(동석)선배가 해주시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잘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잘 따라가려고 했어요." (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에이스팩토리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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