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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홈런 이종범, 보이지 않던 2% 채우다

기사입력 2011.06.06 11:35 / 기사수정 2011.06.06 11:35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무려 7년만의 대사건이었다.

KIA 정신적 지주 이종범(41)이 지난 4~5일 문학 SK전서 2004년 9월 8~9일 청주 한화전 이후 근 7년만에 이틀 연속 홈런을 쳐냈다. 올 시즌 팀이 치른 53경기 중 36경기 출장, 타율 0.272 2홈런 9타점 9득점으로 그리 볼 것 없는 개인기록이지만, 그의 이틀 연속 홈런은 어쩌면 KIA의 5연승 및 2위 도약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베테랑 진가 발휘

표면적으로 드러난 의미는 역시 팀 승리를 이끈 홈런이었다는 점이다. 4일 경기서는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상황서 5회초 달아나는 솔로포를 쳐냈다. 그날 8회초 이용규의 현란한 주루 플레이로 결승점을 뽑았지만 이종범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이용규의 득점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5회말 곧바로 최정에게 홈런포를 맞았다는 걸 감안하면 값진 홈런이었다. 5일 경기서는 0-1로 뒤지던 7회초 고효준에게 동점 솔로포를 쳐냈다. 이후 이용규의 절묘한 번트 안타가 터지며 이틀 연속 히어로는 이용규가 됐지만. 이종범은 이틀 연속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보이지 않는 수훈을 세운 것이다.

사실 이종범은 올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린 4일 경기서 경기 막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었다. 그러나 경기 후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한 데 이어 5일 재차 사과하며 재빨리 수습하는 자세를 보였다. 당시 이종범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지만, 맏형으로서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욱 강했던 것 같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경기서 팀 승리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속죄포를 쏘아 올린 모습. 그 역시 베테랑의 진가가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틀 연속 홈런으로 아직 이종범의 가치가 살아있다는 게 드러났다. 사실 이종범은 올 시즌 지난 시즌에 비해 활용도가 현격히 떨어졌다. 주전에서 밀려났으며 대수비, 대주자로서의 효용 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잔부상으로 1군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1군에 돌아온 이후 잠잠하다가 2위 도약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조범현 감독과 후배들에게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렸다. 이틀 연속 홈런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이종범은 최근 6경기서 타율 0.533 맹타를 휘둘렀다. 이종범 개인적으로도 침체일로이던 올 시즌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KIA 이끌 구심력 제공 

KIA는 올 시즌 야수들의 잇단 부상 릴레이로 신음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부상 선수가 돌아오자마자 맹활약하며 또 다른 부상 선수의 몫을 메워주는 '부상 로테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종범도 이 대열에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KIA 전력 유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종범이 지금 같은 활약을 때때로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외야수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이종범이 KIA의 진정한 구심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이지만, 개인 성적이 부진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면 구심점으로서의 힘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신을 돌보기도 힘겨운 상황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과 팀 케미스트리 관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종범은 이틀 연속 홈런으로 그러한 역할의 적임자가 본인이라는 정당성을 높일 계기를 마련했다.

KIA가 최근 잘나가고 있긴 하지만. 그간 이종범의 부진, 이대진의 팀내 역학 관계에 따른 출장 기회 획득 실패 등 고참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해 팀의 구심점이 돼줄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의 존재 가치 증명이라는 건 언젠가 팀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 노련미를 주무기로 버텨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과도 같다. 그 자체로 팀의 든든한 숨은 옵션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종범의 이틀 연속 홈런이 터진 KIA가 더욱 의미 있는 5연승 및 2위 탈환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종범이 잘나가는 KIA에 보이지 않는 2%를 채워 넣었다.

[사진=이종범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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