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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이적 시장 총정리

기사입력 2005.08.07 22:46 / 기사수정 2005.08.07 22:46

손병하 기자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 시장’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한 시즌을 정리하고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중요한 충전소 역할을 하는 ‘여름 시장’은 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프리미어리그의 ‘큰 손’ 첼시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이적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대대적인 이동 없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각 구단끼리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다음 시즌을 대비한 전력보강, 혹은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덧붙여지며 쉴 틈 없이 진행되었던 여름 시장의 큰 줄기들이 대부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선수들의 이적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 굵기와 파장은 대단했던 2005 여름 시장. 올 여름, 전 세계 축구팬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별’들의 이동을 뒤쫓아본다.

라 리가의 레알-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역시 ‘큰 손‘

이번 이적 시장에서도 가장 많이 신문 지상에 오르내린 것은 역시 레알과 첼시였다. 첼시와는 달리 적지 않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마드리드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여, 상업적인 측면에서의 이윤을 취하고자 하는 ‘칼라티코’ 시스템을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적자 정도는 최고의 팀을 만들어서 얻게 되는 상업적 가치적 이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마드리드의 정책 기조가 다시 한번 잘 드러난 여름 시장이었다.

지난 2000년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2001년 지네디 지단, 2002년 호나우두, 2003년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작년엔 마이클 오웬까지 끌어들이며 잿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빈축을 샀던 마드리드가, 올해는 브라질의 신성이라는 호빙요와 세비야의 ‘야수’ 밥티스타를 영입하며 ‘칼라티코’의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 레알 마드리드로 입성한 호빙요(브라질)
ⓒ2005 레알 마드리드
브라질 정부와의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 끝에 차세대 폭격기인 호빙요를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강력한 투사인 밥티스타마저 영입하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지구 방위대의 시초 역할을 했던 루이스 피구가 구단과의 끊임없는 불화 끝에 세리에 A로 이적했고, 가장 최근에 데려온 ‘원더보이’ 마이클 오웬도 프리미어리그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어, 이제 상품 가치가 떨어진 오래된 명품들을 정리하는 전환점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03년 7월, 첼시의 새로운 회장 자리에 오른 러시아의 ‘조만 장자’ 아브라모비치의 큰 지갑이 다시 한 번 유럽 시장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지난 2년 동안, 매해 약 1억 파운드(한화 약 2000억 원)씩을 쏟아 부으며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했던 첼시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펼치며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잉글랜드의 ‘미래’라고 불리는 숀 라이트 필립스의 영입에 첼시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맨체스터나 아스날 같은 라이벌 팀들은 시기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빠른 드리블과 환상적인 사이드라인 돌파 능력을 가지고 있는 S.W-필립스의 가세로 기존의 램파드, 더프, 조 콜 등이 버티고 있던 미드필더진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환상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다소 ‘빈약하다’라는 느낌을 주었던 수비 라인에는 델 오르노를 영입하면서 주위의 불안을 해소했고, 세리에 A의 AC 밀란에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저격수’ 크레스포가 1년 만에 돌아오면서 더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엔 AS 로마의 안토니오 카사노의 영입까지 노리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그야말로 마음껏 ‘머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첼시이다.

비교적 조용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아스날

이적 시장에서의 ‘떠들썩’함으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아스날 등은, 이번 시즌은 비교적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다른 팀의 선수들에게는 그리 큰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진용을 구축했던 FC 바로셀로나의 경우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최정상에 올라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 라르손, 에투, 데코, 에드미우손 등을 모조리 영입하며 부러울 것 없는 팀을 완성했던 바로셀로나는 스타급 선수의 보강보다는, 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내실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시즌 에레디비지 에인트호벤의 돌풍 이끌었던 반 봄멜을 영입하며 허리에서의 경쟁을 부추기게 했고, 아틀레틱 빌바오의 공격수 에스케로를 FA로 영입하면서 혹시 모를 사비올라의 공백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바로셀로나의 아킬레스건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의 자리는 아직도 요원하다. 사실 ‘이번 시즌 우리는, 더 이상의 추가 영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호안 라포르타 바로셀로나 회장의 말은 ‘이제 선수 영입은 필요 없다’라는 말이 아니라,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인재를 제대로 낚아오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바르셀로나가 언제 빅 사이닝을 터트리며 화려하게 이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를 일이다.

▲ 박지성(대한민국)과 퍼거슨 감독
ⓒ200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90년 이후, 가장 우울한 두 번의 시즌을 보낸 맨체스터는 퍼거슨 경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수 보강을 통한 개혁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과 최소한의 경비로 팀의 전체적인 컬러를 바꾸려는 시도가 한 창이다. 비로소 지난 과거에 긱스-베론-베컴이 보여주었던 수준 높은 패스 게임의 향수에서 완전히 탈출하고자 하는 것.

강한 체력과 투지, 그리고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퍼거슨 감독은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신형 엔진’ 박지성을 에인트호벤으로부터 공수해 왔고, 리그에서 가장 터프한 공격수 중 하나였던 앨런 스미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을 시도하며 공격과 수비에 두 개의 새로운 엔진을 장착했다.

체력과 압박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은 더욱 젊어진 팀의 안전을 위해, 네덜란드 출신의 노장 골키퍼 반 데 사르를 영입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아직 발락과 오웬 등의 이적설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맨체스터의 올 여름시장의 목표는 ‘선수 영입’이 아닌 ‘체제 변환’ 이였던 것이다. 돈이 없어서 투자하지 못할 맨체스터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나치게 조용한 아스날의 이적 현황은 자세히 살펴보면 철저한 실패에서 기인한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아스날은 숀 라이트 필립스는 물론이고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딩유와 세비야의 바티스타까지 영입하기 위해 첼시 못지않은 머니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라이벌 구단에게 더 이상의 선수를 빼앗긴다면 다음 시즌도 기약할 수 없어, 정면 대결을 하기로 한 것.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S.W-필립스를 영입하기 돈을 풀려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경쟁자인 첼시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고, 호나우딩유는 잉글랜드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게다가 비에이라를 유벤투스에 내주면서까지 영입에 박차를 가했던 ‘야수’ 밥티스타마저 레알에게 빼앗기면서 그야말로 침울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라이벌 의식이 강한 뱅거 감독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음은 당연한 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영입한 미드필더인 흘렙과 모나코에서 데려온 아르망 트라오레 정도가 이번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전부이다. 아스날이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해둔 실탄을 내년 시즌까지 담아두기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아직 남아있는 오웬 등을 잡으며 한풀이를 할지도 모를 일. 지난 수년과는 달리, 수모마저 겪었던 이번 여름 시장에서 아스날의 마지막 행보가 주목된다.

유벤투스 비에이라 영입, 더욱 공고한 성을 쌓다

이탈리아에서는 단연 파트릭 비에이라의 유벤투스행이 눈길을 끈다. 아스날의 캡틴을 무리하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영입한 유벤투스는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숙제를 끝마쳤다. 에메르손이 다소 버거워하던 중원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김에 따라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라인업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오퍼를 거절하고 영원한 ‘아스날 맨‘이 되길 자청했던 비에이라가, 수 백만 유로나 떨어진 몸값에 연연하지 않으며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싫은 것은 역시 ’도전’이라는 매력적인 유혹 때문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며 이적 의사를 밝혔던 비에이라는 현실에 대한 안주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의 본능적인 요구에 충실했던 것.

중원의 비에이라를 중심으로 수비진에는 젊은 수비수인 키엘리니를 영입했고, 공격진에는 미콜리를 추가시키며 기존의 트레제게-델 피에로에 새로운 공격 옵션을 추가하게 되었다. 튼튼하고 내실 있는 선수 영입으로 독주체제를 더욱 견고히 한 유벤투스가,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AC밀란과 인터 밀란은 유벤투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그 어떤 팀들 보다도 정신없는 여름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유벤투스와 AC 밀란의 양강 체제가 이젠 자리를 잡은 느낌이 드는 터라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인터 밀란의 공격적인 투자가 눈에 띈다.

▲ 인터 밀란을 택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2005 인터 밀란
인터 밀란은 최근 ‘죽지 않은 노병’ 루이스 피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솔라리와 사무엘에 이어 피구마저 영입한 밀란은,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베론 에게도 손을 내밀며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보다는 당장 현실을 위한 선택을 했다. 이미 ‘호나우두와 동급’ 이라는 아드리아누를 앞세운 인터 밀란은 반 더 메이데-피구-솔라리-베론 등의 경험 많은 미드필더라인을 적절하게 가동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아드리아누의 공격을 다양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AC밀란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확실한 공격수의 영입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았었다. 크레스포가 리그 말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살아나긴 했지만, 기복이 의심스러웠고, 토마손도 팀과 잘 융화되지 못해 공격진의 화력이 들쭉날쭉 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격진을 갖추기 위해 AC 밀란은 공격수인 크레스포와 토마손을 첼시와 슈투트가르트로 각각 내준 뒤, 비에리와 질라르디노를 영입하며 기존의 셰브첸코, 인자기와 함께 새로운 화력 편성을 마쳤다.

이로써 비에리-질라르디노-셰브첸코라는 황금 라인업을 완성한 AC밀란은 유벤투스에게 내준 우승 트로피를 찾아올 준비를 모두 마쳤다며 리그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카카-피를로-암브로시니-가투소 등이 버티는 미드필더 라인의 견고함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다, 수비 역시 리그 최강이어서 이번에야 말로 해볼 만 하다는 분위기이다.

때론 요란하고 시끄럽게, 때론 소리 없이 조용하게 진행되었던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 시장. 그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이번 이적 시장에서 또 어떤 트레이드나, 이적이 일어나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지 궁금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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