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또 우규민·오승환…역전승에도 웃지 못한 '삼성 불펜' 현주소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삼성이 연패를 끊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삼성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서 11-9로 승리를 거두고 6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초반에는 흐름이 순조로웠다. 1회 호세 피렐라의 선제 2타점 적시타와 김동엽의 3점포에 힘입어 대거 5점을 뽑아냈다. 팀이 5-3으로 앞서던 3회말에는 SSG 선발 박종훈을 무너뜨리는 오재일-김동엽의 백투백 홈런까지 터졌다. 

SSG가 한유섬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자 분위기가 묘해졌다. 한때 5점 차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3점 차로 줄어들었다. 선발 양창섭(2⅓이닝)에 이어 이상민(1⅔이닝)-좌완 이승현(1이닝)-우완 이승현(1⅔이닝)으로 버틴 삼성은 필승조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7회 2사 1, 3루서 구원 등판한 우규민이 전의산을 2루 땅볼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8회 김강민과 오태곤, 최지훈에게 차례로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후속타자 최정의 파울 플라이 이후 삼성 벤치는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호출했다.

오승환은 초구를 노리고 들어온 최주환에게 2루타를 맞았다. 그 사이 루상에 있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와 동점이 됐다. 후속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1타점 2루타를 치며 SSG가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8회 구자욱의 솔로포로 빠르게 균형을 맞췄다. 오재일의 1타점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김동엽의 1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8회 아찔한 순간을 맞이한 오승환이 9회 3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며 힘겹게 경기를 마쳤다.

두 선수가 등판했을 당시 루상에 주자가 2명 이상이었다. 오승환의 경우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선발 양창섭의 부진으로 불펜을 일찍 가동했다고 하더라도 '베테랑 듀오'가 짊어진 부담감이 상당했다.



우규민과 오승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는 했다. 개막 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우규민은 4경기 만에 시즌 첫 실점을 헌납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8일 LG 트윈스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던 오승환 역시 5일 만의 등판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남겼다.

다르게 보자면 이는 특정 투수에 대한 삼성의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우규민, 리그 최고령 투수 오승환에게 경기 후반을 맡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 차례 지적됐던 문제임에도 삼성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이제는 이들의 뒤를 이을 투수를 찾아야 한다. 일부 투수들이 군입대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불펜 자원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댈 수는 없다. 팬들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깔끔한 승리를 원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