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K리그에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항은 지난 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라운드 원정 맞대결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전반 19분 고영준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한 포항은 전반 32분 정재희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 2분 수원 공격수 무릴로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동점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승점 3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대구FC와의 K리그1 개막전에서도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던 포항은 수원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겨가면서 2연승을 질주했다.
K리그1은 승점이 같은 경우 다득점으로 순위를 매긴다. 포항은 서울, 울산과 함께 2연승을 기록했으나 다득점에서 5골로 가장 앞서 1위가 됐다.
포항은 지난해 리그 3위로 2022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난 뒤 2022시즌 K리그1 팀들의 연봉 총액 순위가 공개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은 지난해 연봉 총 지출액이 77억3727만7000원으로 집계되면서 군인팀 김천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11개 팀 중 뒤에서 2등인 10위에 그쳤다.
선수 1인당 평균 연봉도 2억724만9000원으로 9위에 머물렀고,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도 6억6600만원에 그치면서 K리그1 외인 평균 연봉(8억6268만5000원)에 못 미쳤다.
지난해 우승팀 울산 현대의 연봉 총액이 약 177억원, 준우승팀 전북 현대는 이보다 더 많은 197억원을 쓴 것에 비하면 지출액이 절반도 되지 않지만 포항은 리그 3위, 그리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까지 거머쥔 것이다.
이에 더해 포항은 이번 시즌 앞두고 선수단 개편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홍역을 앓았다.
지난 시즌 4골 10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1 MVP 후보로도 올랐던 주장 신진호가 인천 유나이티드로 전격 이적한 것이다. 또 영입하기로 했던 선수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계약하지 못하는 일도 겪었다.
지난해 8골 6도움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올린 임상협도 FC서울로 떠났고, 젊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수빈도 전북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좋은 선방을 보여줬던 수문장 강현무도 군복무 해결을 위해 김천 상무로 갔다.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김인성, 백성동, 김종우, 오베르단, 제카 등을 영입했지만 일각에서는 포항이 지난 시즌의 경기력을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포항은 개막하자마자 2연승을 달성하면서 질주하고 있다.
핵심 선수들이 떠났지만 새로 영입한 외인 오베르단과 제카가 대구와 수원전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베르단은 K리그1 개막전 베스트 11 멤버로 선정됐다.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도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단 3골을 기록했던 2000년생 어린 공격수 이호재는 대구전에서 교체로 나와 멀티골을 뽑아내며 개막전 MVP로 선정됐다. 포항 2년 차를 맞이한 윙어 정재희도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연승을 이끌었다.
걸출한 선수들은 없지만 리더십을 확고히 구축한 것이 포항의 변함 없는 질주 원동력을 꼽는 이도 있다.
포항은 2019년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과 올해 3년 재계약을 체결해 힘을 실었다. 김 감독의 확고한 지도력 아래 포항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셈이다.
또 구단 행정만 27년을 했던 이종하 단장이 승진 부임하면서 그의 노하우 살린 것은 물론, 구단 직원들의 사기까지 함께 오르는 여러가지 효과를 함께 거뒀다.
이런 리더십의 구축이 선수 인건비나 핵심 선수 유출이란 악재를 이겨내는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2경기를 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포항의 초반 2연승은 K리그1에 자극제가 될 것임은 틀림 없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