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유연석이 '멍뭉이'를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유연석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연석은 '멍뭉이'에서 가족의 완성이 목표이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11년을 함께 한 동생 같은 반려견 루니를 누구보다 아끼고 배려하는 순정남 민수를 연기했다.
루니와의 시간을 위해 6시 칼퇴근을 고수할 정도로 사랑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져야 할 위기에 처하고,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친척 형 진국을 의지하며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나선다.
유연석은 앞서 열린 '멍뭉이' 언론·배급시사회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하늘로 떠나보냈던 반려견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은 바 있다.
실제 유기견이었던 리타를 입양해 키우고 있기도 한 유연석은 '멍뭉이'를 통해 무려 8마리의 강아지와 호흡을 맞추며 극 속에 훈훈한 분위기를 더한다.
유연석은 이효리가 출연했던 tvN 예능 '캐나다 체크인'을 언급하며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슬퍼하지 않았나. 강아지를 만나기만 한 것인데도 슬프다. 자극적인 상황이 있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더 좋은 가족을 찾았고 그 곳에 찾아가봤더니 그 아이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그 포인트가 감동적이었다. 그 곳까지 찾아가는 여정 같은 것들이 그냥 감동적이더라"고 말했다.
"우리 영화와도 순간적인 부분에 뭔가 닮은 점이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을 이은 유연석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 리타를 언급하며 "오늘도 리타 털묻은 것을 치우고 나왔다. 제 개인 옷을 입고 나왔는데, 지금도 바지에 털이 묻어있다"고 바지에 묻은 반려견의 털을 제거하며 넉살 좋게 말을 이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집에서 동물들을 키우셨고, 그 과정에 같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던 것 같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키우는 리타는 1년 반 정도 함께 하고 있는데, 강아지 학교도 보냈다. 친구도 있다"고 해맑게 반려견의 근황을 전해 따뜻함을 더했다.
'멍뭉이' 속에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강아지 루니와의 인연도 떠올렸다.
"루니는 똑똑하고 훈련이 잘 돼 있는 아이였다"고 말을 이은 유연석은 기본적인 성향이 차분한 아이였는데, 훈련사님이 이 친구가 보여주는 감정 표현들은 훈련을 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하시더라. 루니가 표현이 막 적극적인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거의 2년 반 만에 다시 봤을 때 저에게 얼굴을 파묻는 모습을 보고 훈련사님이 '이 친구가 좋아한다는 반응이 이거다'라고 말씀해주실 때 감동이더라"고 말했다.
너무나 어렵다는 동물과의 촬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말을 이은 유연석은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다시 돌려보낼 수가 없겠더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 당시에 제가 사실 개인적으로 화려한 캐스팅으로 꾸려진 작품에 욕심이 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에 담긴 유기견 이야기같은 것을 보면서 제가 이 영화를 안하면 마치 이 아이들을 거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출연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감독님 또한 그런 의미로 작업을 하신 것 같았고, 그런 마음이 느껴졌었다"고 말했다.
'멍뭉이'에 출연한 강아지들을 '그 분들, 주연 배우들'이라고 넉살 좋게 표현하면서 촬영장에서 항상 강아지들을 위한 환경이 최우선이었다고 말한 유연석은 "주연 배우들을 먼저 찍게 해주고 저희들(유연석, 차태현)은 나중에 찍는 것이다"라고 웃으며 "저희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아지가 중요한 부분이라, 그 분들의 컨디션이 먼저였고 또 집중력이 짧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안에 최상의 연기력을 뽑아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었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앞서 김주환 감독은 유연석과 차태현이 출연료를 스스로 삭감해가며 촬영에 힘을 보태줬던 것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 바 있다.
유연석은 이에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도 '이 사람은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정말 진심인 것 같아서, 이 사람과는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리고 실제 만나고 나서 감독님도 저도 서로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며 김주환 감독과의 인연을 돌아봤다.
이어 "제게는 돈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었다. 저에게도, 그리고 보는 분들에게도 사실 저희 영화가 대작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 비슷한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여서, 제게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출연료를 삭감했다는) 그런 부분도 저는 잊고 있었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알게 되는 것이다. 어쩄든 그만큼 제게 출연료가 중요한 일은 아니었고, 출연료를 얼마 더 받고 덜 받고 하는 것보다 한 분이라도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진심을 전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유연석은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강철비2: 정상회담'을 비롯해 '응답하라 1994', '낭만닥터 김사부', '미스터 선샤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수리남'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차기작으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출연을 확정하며 연쇄살인마 연기 변신을 예고한 유연석은 "많은 분들이 저의 댄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좋아해주시고, '슬의생'같은 작품에서 또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렸었지만 저 스스로는 그 이미지를 부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밝혔다.
이어 "저를 이런 (이미지의) 배우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처음에 보실 때 어색하실 수 있을 것이고 저도 어떻게 나올 지 모르는 평가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라는 배우에 대해서 '이런것만 잘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가두지 않고 싶다. 그래서 이번 연쇄살인마 연기도 더 잘해보고 싶다"며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멍뭉이'는 3월 1일 개봉한다.
사진 = ㈜키다리스튜디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