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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민 감독의 톡톡] 어른들은 모르는 도시의 슬픈 동화 - '아무도 모른다'

기사입력 2011.05.16 22:33 / 기사수정 2011.08.03 08:01

방송연예팀 기자



[E매거진] 이삿짐들이 분주히 오갑니다. 12살 아키라는 엄마 유와 함께 커다란 여행가방 두 개를 옮깁니다. 작고 아담한 집으로 유와 아카라가 이사를 왔습니다. 집안은 이삿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을 마친 짐꾼들이 나가자 유와 아키라는 직접 옮겼던 여행가방을 서둘러 엽니다. 가방 속에는 짐이 아닌 아키라의 어린 두 동생 유키와 시게루가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아키라는 밖으로 나가 또 다른 동생 교코를 주인 몰래 데리고 옵니다. 싱글 맘이었던 유는 자신과 4남매를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아 주인을 속여 이사를 왔던 것입니다. 유는 규칙을 정합니다. 떠들지 말 것, 밖으로 나가지 말 것. 집안에 갇힌 듯 생활하지만 4남매는 엄마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즐거웠던 시간은 잠시,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엄마는 집을 떠나버립니다. 가을은 겨울로 바뀌고 엄마가 떠난 지 한 달, 4남매는 서로의 약속을 지키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곧 떠나버립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되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엄마가 보냈던 편지 주소, 아키라는 전화번호를 알아냅니다.

수화기 속에서 들여오는 엄마의 목소리, 하지만 성이 바뀐 엄마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아키라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린 것을 깨닫지만 동생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봄이 옵니다. 서서히 돈은 바닥이 납니다. 전기도 수도도 끊어집니다. 여름이 찾아옵니다. 무더위와 배고픔에 더욱 힘겨운 4남매의 하루살이가 이어집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사건, 엄마에게 버림받은 체 살아야 했던 4남매의 실화를 재구성해 만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 졌을 16년 전의 이야기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조심스럽게 끄집어냅니다.

16년이 지난 이야기였습니다. 2년간의 촬영, 그리고 개봉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23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날 수 있고 우리의 삶터 어딘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23년 전에 끝나버린 이야기가 아닌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슬픈 현실이죠. '아무도 모른다' 영화 제목처럼 이런 아이들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고 혹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 무뎌져 버린 우리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외면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방치하고 우리의 외면 속에서 어두운 신음하고 있을 아이들. 하지만, 감독은 참담했을 4남매의 현실 재현에만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도 모를 비참하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아이들의 삶의 의지와 그 원동력 또한 조심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삶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는 아름답지만 깊고 넓은 슬픈 울림을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울림이 2004년 칸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아키라 역) 수상이라는 영화적 성과도 함께 이룰 수 있는 큰 힘이 된 것입니다. 4남매가 그려낸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입니다.

 

영화는 비현실과 현실을 오가며 상상력의 키움과 현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우리의 현실을 재조명하며 알지 못했던, 알지만 무감각해진 현실의 문제, 삶의 근원이 무엇인지 되묻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여러분의 작은 마음들이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무뎌진 날을 다시 세웠으면 합니다.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 / 개봉 2005.4 / DVD 출시 스펙트럼 /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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