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임순례 감독이 5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교섭'을 내놓으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털어놓았다.
임순례 감독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교섭'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1994년 단편 '우중산책'을 시작으로 '세 친구'(1996)를 통해 장편 데뷔한 임순례 감독은 황정민의 첫 장편 주연작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감동을 선사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제보자'(2014), '리틀 포레스트'(2018)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신작 '교섭'을 통해 인간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임순례 감독 작품 세계를 한 단계 더 높고 넓은 주제의식과 스케일로 펼쳐냈다.
임순례 감독의 작품 복귀는 2018년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임 감독은 "거의 신작을 4년 주기로 개봉해서 '올림픽 감독'이라 불렸는데 이번에는 5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고 웃으면서 "그 사이에 코로나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객 파이가 적어져서 그게 제일 걱정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태까지 찍은 영화 중에 제일 예산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꼭 넘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화는 지난 2007년 일어난 일명 샘물교회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모티브는 가져왔지만 황정민이 연기한 외교부 직원 정재호, 현빈이 연기한 국정원 요원 박대식, 아프가니스탄 통역 요원 카심 역의 강기영 등 출연 인물들은 모두 창작된 인물들이다.
임 감독은 "연출 제의를 받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예산이 큰 영화니까, 분명히 이 안에서 상업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상업적인 장르와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가 제일 큰 고민의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연출 제안을 수락한 것은 굳이 종교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이 국민을 안전히 귀국시켜서 이후에 어떤 잘잘못을 따지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적인 상상력을 변주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20명 넘는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가 됐고, 우리 정부의 협상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도 있지만 귀국을 했다는 줄기는 똑같다"고 말을 이은 임순례 감독은 "그 나머지, 황정민 씨와 현빈 씨, 강기영 씨처럼 배우들이 연기한 인물은 완벽히 허구"라고 설명했다.
또 "나머지 협상 과정도 디테일적인 부분은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큰 줄기와 방향 정도만 참조했다. 나머지는 모두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2001년 개봉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임순례 감독과 황정민의 약 21년 만의 만남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은 임순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도 다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끈끈함을 드러낸 바 있다.
임순례 감독은 그간 황정민과 오랫동안 한 작품을 함께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황정민 배우가 그간 출연한 영화에서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때리고 그랬는데, 저와는 결이 안 맞았다"고 넉살을 부리며 "그래서 캐스팅 제안을 할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황정민 배우가 말끔한 외교관 역할에 어울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재호라는 인물이 이끌어가고, 황정민 씨가 해주면 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맙게도 기존에 해왔던 역할, 장르와 다른데도 흔쾌히 해줘서 고마웠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외교관을 연기한 황정민, 국정원 요원을 연기한 현빈을 통해 캐릭터에 변주를 주고 싶었다는 생각을 전하며 "많은 분들이 '현빈 씨가 외교관에 더 어울리는 게 아니냐 하더라. 현빈 씨가 그런 역할을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아니라 황정민 씨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배역이 조금 새롭거나 해도 다 잘 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현빈 씨에게도 무언가 조금 새로운 역할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중동에서 혼자 외롭게 있지만 멋지게 살아가는, 조금 거칠고 자유로워보이는 한 남자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현빈의 장점들이 스크린 위에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한 임순례 감독은 "외형적으로 박대식이 어떻게 보여야 할 지 현빈 씨도 고민을 많이 했다. 수염부터 헤어스타일, 의상까지 서로 얘기하면서 굉장히 꼼꼼하게 확인을 했다"고 얘기했다.
임순례 감독은 '교섭'에 대해 "사실 소재가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측면이 있는데, 부담스러운 지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한국영화에서 쉽게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고 또 굉장히 상업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크게 생각해볼수 있는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아바타: 물의 길'을 넘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작품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을 입증하고 있는 '교섭'은 "생각보다 '교섭'에 대한 기대가 많으신 것 같아 감사했다"면서 같은 날 개봉하는 이해영 감독의 '유령'을 언급하며 "저희 영화도 '유령'도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유령'도, 저희 영화도 2년 가까이 기다린 작품이라서, 설 연휴를 앞두고 첫 출발을 잘 끊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교섭'은 18일 개봉한다.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