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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진의 페널티킥골, 수원컵 2연패

기사입력 2005.03.27 05:17 / 기사수정 2005.03.27 05:17

이상규 기자

(수원컵 우승의 주인공, 한국 청소년 대표팀)
(사진 출처 : 남궁경상 기자님 뉴스클럽)

형들은 답답한 경기 운영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0:2로 패했지만, 아우들은 동료 선수 한명이 퇴장당한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수 이강진이 극적으로 페널티킥 골을 넣어 수원컵(U-20) 우승을 확정 지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U-20)이 26일 오후 3시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컵 마지막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다. 2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2승1패의 미국과 1승1무1패의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수원컵 우승을 달성했다. 2003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대회 2연패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경기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와 팽팽히 맞섰지만, 전반 38분에 온병훈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력이 의기소침 하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치다가, 후반 41분에 마티아스 아벨라이라스의 중거리슛으로 뼈아픈 실점을 허용했다.

이대로 끝나면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제치고 우승할 수 있었지만, 후반 45분에 한국에게 극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권종철 주심은 훌리오 바르로소가 자기 문전 안에서 한국 선수에게 반칙 했다고 판단하여 한국의 페널티킥을 판정했으며 경고가 누적된 바르로소를 퇴장 시켰다. 수비수 이강진은 종료 직전에 오른발 슈팅으로 공을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카롭게 넣어, 한국의 동점 및 수원컵 2연패를 이끌었다. 이강진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면, 우승의 영광은 아르헨티나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온병훈의 퇴장으로 불안했던 한국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온병훈과 이용래 등이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드진을 장악하는데 성공하여, 공격 위주의 화끈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메이커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가 온병훈과 황규환에게 막혀 부진한 사이, 한국은 측면과 중앙에서 여러차례 빠른 공격을 펼쳤다. 온병훈은 전반 37분과 38분에 권종철 주심에게 연속으로 경고를 받아, 결국 퇴장까지 당했다. 온병훈 등의 맹활약으로 잘나가던 한국이 찬물을 끼얹는 순간 이었다. 그 이후부터 아르헨티나가 경기 막판까지 공격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온병훈 없이 10명으로 11명의 아르헨티나를 상대한 한국은, 이용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다. 그러더니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이용래가 처진 공격수로 올라가고, 오른쪽 윙백 백승민이 수비형 미드피더로 전환하여 황규환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번번히 차단 시켰다. 단 2명의 공격수만 남긴채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을 두었고, 경기 막판까지 견고한 수비력을 펼치는데 주력했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이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활발하게 끊은 것까지 좋았지만, 문제는 역습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단 2명의 공격수만이 공격을 펼쳐, 수적 우위부터 아르헨티나에게 밀렸다. 후반 19분에 동시 투입된 부영태와 이승현은 한국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후반 28분에는 이승현이 아르헨티나 문전으로 쉐도하면서 강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오른쪽 골대 기둥을 맞는 불운이 있었다. 만약에 이 골이 조금만 더 왼쪽으로 휘어졌다면, 막판에 쉽게 경기 운영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후반 32분에 황규환을 교체하고, 수비수 안재준을 투입했다. 좌우 윙백을 맡았던 박희철과 박종진이 3백 라인을 구성하는 수비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5백 라인을 형성하면서, 안재준의 가세로 수비력을 더 강화했다. 사실상 수비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안재준을 투입한 이후부터, 서서히 전력의 역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중원에서 철저하게 방어한 황규환이 빠지면서, 남은 미드필더들의 압박 강도가 떨어졌다. 안재준이 중원에서 위치선정부터 불안정하자, 미드필더들 뿐만 아니라 수비수들까지 활약도가 저하 되었다. 견고함을 유지했던 수비력은, 어느새 흔들리는 기색을 보였다.

후반 38분에는 3백 라인의 중앙을 맡는 주장 이요한이 문전 깊숙한 곳에서 공을 부정확하게 걷어내, 아르헨티나에게 코터킥을 허용했다. 결국, 후반 43분에 마티아스에게 중거리골을 허용하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미드필더들이 마티아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골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2분 뒤에 페널티킥을 얻어, 이강진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청소년 대회 선전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수원컵 마지막 경기에서 1명 없이 경기를 치르는 실전 감각을 쌓았다. 경기 막판부터 수비력이 불안했지만, 앞으로 이러한 부분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1명의 퇴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퇴장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정신적인 무장과 선수들의 굳은 의지를 향상 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발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퇴장 받는 것은, 팀 전력을 더 힘들게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공격력, 아직 덜 익었다

지난 미국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용래 등을 주축으로 하는 공격력이 위력을 내뿜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그 위력이 감소했다. 아르헨티나가 한국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난 2경기 보다 수비 조직력을 강화했다. 경기 초반에는 한국에게 공격 주도권에서 밀렸지만, 강력한 수비력을 발휘하여 한국 선수들을 꽁꽁 묶었다. 전반 38분에 온병훈이 퇴장당하기 전까지,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다.

4-4-2 대형을 구사하는 아르헨티나는, 한국 공격수 1명 당 2명의 수비수가 항상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본 이용래 같은 경우에도, 중앙에 있는 미드필더 두 명이 이용래가 공격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좁히면서 거세게 압박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가르시아가 이용래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여 압박할 정도로, 한국 공격을 끊기 위해 수비까지 치중을 두었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연결이 되었다면, 견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을 충분히 붕괴할 수 있었다. 특히 온병훈의 퇴장 전까지 측면 공격에 비중을 두었지만, 좌우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는 공은 공격수들에게 부정확하게 향했다.

같은 측면 공간에 포진한 선수들끼리 가까운 거리에서 2:1 패스가 부정확했고,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잔실수가 속출 되면서, 측면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의 허를 찌르는 공격 연결이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좌우 윙백을 맡은 박희철과 백승민이 아르헨티나 진영까지 활발하게 넘나들면서 잦은 오버래핑을 펼치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용래가 왼쪽 측면에서 여러차례 공격 기회 잡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측면 공격은 상당히 비효율적 이었다.

투톱을 형성한 이근호와 신영록은,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에게 꽁꽁 막혀 이렇다할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비수들의 맹할약으로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오히려 두 선수가 빠른발과 위협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문전 쉐도에 강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서로간의 간격을 좁혀 가면서 짧고 정확한 스루패스를 활발하게 연결하고, 2선에서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볼 배급을 이어주었던 이용래까지 가세하여 삼각 연결이 활발하게 이루어 졌다면, 아르헨티나의 밀집 수비를 뚫을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신영록과 이근호는 호흡 조차 제대로 맞지 않았다.

후반 19분에 교체 투입된 부영태와 이승현도 상황은 마찬가지. 서로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공격수를 번갈아 가면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혼란 시키려고 했지만, 호흡이 맞지 않아 번번히 아르헨티나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부영태는 공을 잡을때 동료 선수에게 공격을 연결할 수 있는 시야가 좁은데다,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승현은 빠른발을 앞세워 자신을 방어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제치려고 했지만, 오히려 기술력 부족으로 번번히 공을 빼앗겼다. 이날 공격수를 봤던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아직 갈길이 멀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강진의 극적인 페널티킥 골 성공으로 수원컵 2연패를 달성 했지만, 오는 6월에 네덜란드에서 벌어지는 세계 청소년 대회(U-20) 선전을 위해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것을 제시했다.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선수들의 개인 기량 및 전술적인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비록 박주영 등과 같은 FC서울의 소속 선수 3명(박주영, 김승용, 백지훈)이 빠졌지만, 이 선수들의 세계 청소년 대회 출전 및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또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최고의 선수층과 전력을 갖춘다는 보장도 없다. 서울 선수가 차출 문제로 빠진 상황에서 기존 선수들이 수원컵 3경기를 치렀고, 결국 2승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단, 박주영 등의 공백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을 찾은데 있어 의의가 있다.

그러나 박주영을 제외하면 확실한 골잡이가 없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이 수원컵에서 넣은 3골 중에는 수비수 이강진이 2골을 넣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용래가 1골을 넣었지만, 정작 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공격수들이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더구나, 3골은 세트 피스와 패널티킥 상황에서 나온 골이다. 한국 선수들끼리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넣은 골이 없다. 팀의 주축인 공격수 신영록은 골맛을 보지 못했다. 사실상 박주영 의존도를 완전히 줄였다고 보기 어렵다. 신영록과 이근호 등의 골 결정력 향상이 요구될 뿐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 못한 것은, 체력적인 원인도 한몫했다. 수원컵이 이틀에 한번씩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체력 저하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경기 막판에 수비력이 무너지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황규환은 수원컵 개막일(22일) 이틀전인 20일에 소속팀 수원 경기에 출전하여 풀타임 소화했다. 어린 선수가 일주일 동안 4경기에 출전했다. 박성화 감독이 후반 31분까지 맹활약 펼친 황규환을 교체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이제 세계 청소년 대회가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체력을 향상 시켜야 하는 과제까지 안게 되었다. 체력이 강해야 얼마든지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전을 비롯한 수원컵은, 한국이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vs아르헨티나, 출전선수 명단

-한국-
GK : 김대호
DF : 이강진, 이요한, 정인환
MF : 백승민(후반 44분 심우현), 황규환(후반 31분 안재준), 온병훈, 박희철
AM : 이용래(후반 19분 부영태)
FW : 신영록(후반 19분 이승현), 이근호(후반 0분 박종진)
*대형 : 3-4-1-2

-아르헨티나-
GK : 네로오 참빵
DF : 과우타로 포르미카, 프랑코 미란다, 훌리오 바르로소, 루카스 데알레그레(후반 7분 로드리고 아프츠비)
MF : 데일리아노 아르멘테로,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후반 17분 마티아스 아벨라이라스), 니콜라스 도밍고(후반 27분 크리스티만 야그소나), 마르틴 파브로(후반 44분 산체스 프레데)
FW : 마우로 보셀(후반 45분 마리 까라이스), 디에고 마니세로(후반 30분 호세 에레로)
*대형 : 4-4-2

한국vs아르헨티나, 역대 전적(U-19, U-20) : 5전 2승 2무 1패로 한국 우위

한국의 2005년 경기 결과 : 10전 6승3무1패

26일 수원컵 결과

미국 1:0 이집트
한국 1:1 아르헨티나

수원컵 최종 순위

1위 : 한국(2승1무, 승점 7점, 3득점 1실점, +2)
2위 : 미국(2승1패, 승점 6점, 3득점 2실점, +1)
3위 : 아르헨티나(1승1무1패, 승점 4점, 6득점, 3실점, +3)
4위 : 이집트(3패, 승점 0점, 0득점 6실점, -6)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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