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경기도 지고 응원도 졌다.
일본 축구의 민낯이 드러난 하루였다. 졸전 끝에 코스타리카에 패한 것은 물론 경기장엔 욱일기가 버젓이 내걸렸기 때문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축구대표팀은 27일 카타르 알라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2차전에서 후반 36분 상대 미드필더 키셔 풀러에 선제 결승포를 내줘 0-1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지난 23일 전차군단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둬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던 기세는 사라졌다. 90분 내내 상대를 밀어붙이면서도 골결정력이 부족해 답답한 경기를 펼치더니 결국 수비 실수에 결정적인 패스를 내준 뒤 풀러에 한 방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코스타리카전도 이기면 16강 진출 조기 확정도 가능했으나 오히려 패했다. 내달 2일 오전 4시 E조 최강 스페인과 힘겨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스페인에 패하면 잡은 것 같았던 16강 티켓도 사라진다.
독일전 이변에도 불구하고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은 이날 필드플레이어 절반인 5명을 바꿔 선발 투입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는 패착이 됐다. 선발로 처음 나온 선수들은 손발이 맞지 않았고 체력이나 기술도 무기력했다.
후반 중반엔 아크 정면에서 직접프리킥 찬스를 두 번이나 얻었으나 슛이 부정확해 땅을 쳤다. 그러더니 수비 실수로 풀러에게 통한의 결승포를 허용했다.
일본 축구의 부끄러운 장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굉장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중이 욱일기를 경기장에 꺼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대다수의 일본 팬이 하얀 바탕에 붉은 원이 그려진 일본 국기를 흔들었지만, 붉은 줄무늬가 그려진 욱일기도 포착됐다.
경기장에 욱일기를 걸어 두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본 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욱일기는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 전쟁에 사용해 온 군대의 깃발로,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유럽인들에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욱일기는 과거 일본의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역사적 상처와 고통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욱일기가 국제경기에 내걸릴 때마다 적지 않은 나라들의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관중이 코스타리카전에서 꺼내려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