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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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TG삼보의 역대 식스맨들!

기사입력 2005.02.02 12:06 / 기사수정 2005.02.02 12:06

김종수 기자

프로농구가 원년을 시작할때만 해도 원주TG삼보(당시 나래블루버드)는 언론으로부터 그야말로 찬밥신세였다. 스포츠의 불모지인 강원도지역을 연고로 하는 새로운 '개척자 군단'정도라는 관심은 받았지만 정작 중요한 전력 적인 부분에서는 최약체중 하나로 저평가를 받았던 것.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원주TG삼보는 한국·산업은행 농구단을 인수한 팀으로 '3점슛왕' 정인교 외에는 대부분의 멤버들이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철저한 무명들로 구성된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강병수, 장윤섭, 이인규 등 타팀에서는 식스맨 자리도 꿰차기가 쉽지 않은 선수들이 원주TG삼보에서는 핵심멤버로 자리잡고, 팀을 이끌었으니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의 말처럼 '공은 둥글다'고 했다. 전 선수들이 똘똘 뭉쳐 강한 시너지효과를 냈던 원주TG삼보는 언론과 팬들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치달으며 자신들을 저평가했던 사람들에게 멋지게 한방 먹여주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는 원년만이 가지고있는 적은 경기수와 '득점왕' 해리스, '최우수용병' 윌리포드로 이어지는 용병풍년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가장 약해 보였던 팀이 준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원주TG삼보는 정인교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농구천재' 허재를 데려와 이른바 '전국구 팀으로의 재구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허재의 원주 입성은 단지 눈에 보이는 전력 적인 부분의 보강정도가 아닌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이익이 엄청나게 뒤따랐다고 평가되고있는데, 특히 원주이외의 지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팬들과 부쩍 잦아진 언론의 관심은 최대의 소득이 아닐 수 없었다.

정인교, 주희정, 강병수라인을 허재, 신기성, 양경민으로 재정비하면서 결과적으로 훨씬 더 나아진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기틀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식스맨이었다.

'에이스'인 허재의 나이가 당시 이미 30을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서 유능한 벤치멤버의 필요성은 절대적이었으나 주전멤버조차도 힘겹게 만들어놓았던 상황인지라 당장의 해결은 어려웠고, 이후 이러한 사항은 원주TG삼보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남아 지금까지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팀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경우가 있었겠지만 원주TG삼보 같은 경우는 지독하게도 식스맨 난에 허덕였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좀처럼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와중에서도 항상 노장이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파이팅을 선보여 지금의 명가를 만들어놓았다는 점은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될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은 원주TG삼보는 식스맨층이 얇았을 뿐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명, 두명, 많은 때는 세명까지…비록 양적인 부분에서는 불만감이 많았지만 소수의 쓸만한 식스맨들은 그나마 어려운 벤치살림 속에서 숨통을 트여나가는 기폭제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 미들슛이 일품인 식스맨, 윤제한



'성실맨' 장윤섭

정인교, 강병수, 이인규 등과 함께 원년 준우승의 공신인 그는 프로첫해 '수비5걸'에도 들어간바 있는 알짜선수였다. 국민대출신으로 187cm의 단신포워드인 장윤섭은 신장의 열세를 악착같은 수비와 정확한 슈팅으로 커버해나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갔으나 양경민, 신종석 등 신장과 운동능력을 갖춘 젊고 유능한 후배들에 밀려 결국은 벤치멤버로서도 중용되지 못하며 조용히 은퇴의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원년과 두 번째 시즌 이외에는 별다르게 활약을 하지 못했던 선수인지라 필자 역시 그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은데, 유독 한경기 만큼은 지금까지도 강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99년 1월 16일에 펼쳐진 원주TG삼보(당시 나래)와  LG전, 엎치락뒤치락하며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던 양 팀은 종료직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을 펼쳐나간다.

원주TG삼보는 '에이스 용병' 토니 해리스가 34득점(3점슛 6개)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LG는 '일대일의 달인' 버나드블런트가 무려 50득점을 폭팔시키며 괴물다운 모습을 유지해나갔다.

이 경기에서 결국 원주TG삼보가 84대 83, 1점차로 승리를 가져가는데, 이날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허재도, 해리스도, 신기성도 아닌 잊혀져가고 있던 벤치멤버 장윤섭이었다.

1점차로 뒤지고있던 경기종료 7초전, 장윤섭은 상대선수의 파울로 자유투를 얻었고, 자주 출장하지 않아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두 개의 슛을 모두 성공시키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게된 것이었다.

장윤섭은 결승골포함 총 7득점을 해내며 이날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터보 가드' 김승기

1972년 2월 26일생, 182cm, 87kg, 별명 터보가드, 소속팀 울산모비스…

많은 원주TG삼보의 팬들에게는 울산선수 김승기라는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낯설다.

허재, 양경민과 함께 트레이드를 통해 원주TG삼보로 들어온 이후 열악하기 그지없는 벤치 현실 속에서도 리딩가드, 슈팅가드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주며 팀의 소금 같은 존재로 자리 매김 했던 그, 어려운 시절 누구보다도 고생이 많았음에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영광의 순간에도 당당히 공신의 하나로 기억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시즌, '총알탄사나이' 신기성의 합류로 원주TG삼보는 향후 수년간은 리그의 강자로 군림할 위용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김승기는 정훈과의 트레이드로 울산이라는 낯선 팀으로 가게되고 현재는 원주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물론 가능성하나만큼은 으뜸으로 인정받고있는 '장신 테크니션' 정훈과의 트레이드에 관한 부분을 물고늘어지자함이 아니다.

다만 오랜 시간 같이 고생했던 김승기란 선수에 대한 작은 아쉬움, 그리고 현재 소속된 팀에서의 부진으로 '신인왕 후보' 양동근은 물론 안철호에게까지 밀리며 은퇴를 생각해야될 그가 안타까울 뿐이다.

중앙대학교 재학시절, 양경민, 조동기, 김희선, 김영만, 홍사붕 등 호화멤버일색인 라인업 속에서도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았었고, 넘치는 파워와 잠시도 쉬지 않고 코트를 뛰어다니는 불파이터의 기질로 말미암아 '터보가드'라는 영광스러운 닉네임까지 얻었던 그.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 섰을 때는 국내선수중 그나마 파이팅을 보여줬던 많지 않은 이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었었고, 삼성입단 당시만 해도 김현준, 문경은 등 호화멤버를 진두지휘할 주전가드로 각광을 받았었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과 함께 대학리그를 양분했던 '터보가드'가 다시금 에너지를 회복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워보기를 기대해본다.

'2라운드의 보물' 신종석

원주TG삼보의 식스맨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이름, 신종석!
대구 오리온스와의 2002-2003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3점포 5방을 포함 17득점을 2쿼터에 집중시키며 팀의 우승에 큰 공헌을 했던 그는 입단 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벤치의 핵으로 자리잡아온 선수로 원주TG삼보의 보물 같은 존재이다.

패스, 리바운드, 수비, 슛 등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있는 만능선수임에도 특출나게 뛰어난 어느 한 부분이 없기에 때로는 과소평가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그 긴 세월 동안의 원주TG삼보의 벤치는 그야말로 암울 그 자체였을 것이다.

사실 그는 98신인드래프트에서도 2라운드 7순위로 지명을 받은 정말 기대하지 않던, 말 그대로 '진흙 속의 보물'이다.

2라운드에서만 해도 박도경, 황인성, 남진우, 김병천, 강기중, 정락영 등이 먼저 지명을 받았으며 원주TG삼보에서 그를 택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한 운명을 겪었었다.

역시 1라운드 7순위로 지독한 저평가 속에서 원주TG삼보에 입단했던 신기성과 함께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신종석은 언론으로부터 '신씨브라더스'라는 공동 닉네임까지 얻으며 충실히 자신의 자리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원주TG삼보의 진정한 대박 픽은 이때가 아니었나싶다. 비교적 좋지 않은 순위에서 향후 팀의 미래가 될 선수를 무려 둘이나 뽑았으니 말이다.

사실 신종석에 관한 기억을 회상해보면 공격적인 면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현재보다도 신인때가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신인 첫해, 나산전에서 15득점(3점슛 3개), 동양전에서 19득점(3점슛3개),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수시로 1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당시로서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양경민의 몫까지 분담했던 그는 들쭉날쭉한 출장시간과 공격에만 집중할 수 없는 팀 사정 때문에 6득점, 2.3리바운드로 시즌을 마치지만 슈터로, 수비수로 '전방위 활약'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시즌 종료 후 '식스맨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당시의 신종석은 3점의 정확도에서 결코 양경민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보여졌었는데 이후 슈터라는 이미지가 퇴색될 만큼 그 재능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기도 하다. 대구의 이정래처럼 한 부분에만 특별한 재능이 있어 집중조련을 받는 스타일이 아닌, 너무도 다양하게, 하지만 약간은 어설프게(?) '올라운드'였던 그의 플레이가 결국은 식스맨 이상의 위치까지 올라가는데 발목을 잡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쉬운 이름' 이형주

원주TG삼보의 빈약한 식스맨층을 감안했을 때 이형주(李炯周)라는 선수는 참으로 아깝게 느껴지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182cm의 단신포워드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3점포를 무기로 연세대학교의 주포로 활약하던 그는 일명 '많이 쏘고, 많이 실패도 하고, 많이 성공도 하는' 주변에서 밀어주는 에이스급슈터였다.

대학선발에도 꼬박꼬박 선발되며 한국의 외곽을 담당했던 경력의 소유자인지라 원주TG삼보는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그를 선발한다.

단신슈터라는 핸디캡이 있는 선수였으나 과거 신기성과 신종석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원주TG삼보에는 럭키 7순위지명이라는 묘한 행운의 징크스가 있었고, 그런 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었다.

전창진 감독 역시 그에게 식스맨 이상의 주전까지 기대를 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그는 제대로 활약을 펼쳐볼 사이도 없이 침체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야 했고 상무입대 후 이동준(25·186㎝)과 함께 KCC의 장영재(28·196㎝)와 트레이드되고 만다.

이형주 입장에서는 고향인 전주팀에서 제2의 농구인생을 펼칠 수 있어 플러스적인 요인도 있다하겠지만, 대학 때의 좋은 기량을 프로에서는 전혀 펼치지 못한 아쉬움 역시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

이형주를 보면 과거의 명슈터 정인교가 생각난다. 단신에 운동능력도 썩 좋지는 않지만 정확한 슛으로 어필하는 그런 선수, 하지만 속공위주의 요즘 농구에서 그 같은 스타일의 단신슈터는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조성원이나 황진원 같은 경우 단신슈터이면서도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가 있어 활용도가 높지만 이형주,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신동한, 이정래같은 경우는 작은 선수가 한가지 특기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여주고 있는 한 예가 아닌가 보여진다.

'미래의 주전까지 넘보는 당찬 신인' 이상준

빠른 스피드에 돌파력, 정확한 외곽슛 그리고 넘치는 자신감!
신기성, 신종석, 김주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신인기근에 시달렸던 원주팀에 모처럼 좋은 신인이 하나 들어 왔다.

그의 이름은 이상준(23·192㎝)!
신인왕 접전을 벌이고있는 양동근, 이정석, 백인선 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활약해줄 수 있는 신인을 얻었다는 것이 원주TG삼보 입장에서는 얼마 만인지 모른다.

연세대학교 3학년 중퇴 후 프로에 입성한 케이스인지라 많은 우려도 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큰 결정을 내리고 뛰어든 선수인만큼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은 늘어나고 있는 출장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출장시간이 늘수록 기록도 좋아지고 있다.
비록 잘 나가는 몇몇 상위랭커 신인들에 비할 기록은 아니지만, 지난달 26일 창원 LG 전에서 올 시즌 자신의 최다득점인 16득점(3점슛 4개)을 터뜨리는 등 공수에서 완연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그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얼마간의 공격력과 악착같은 수비력을 떠나, 코트에서 파이팅 넘치는 자신만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향후 원주TG삼보를 이끌 든든함이 엿보이고 있다.

그 외… 언제나 한결같이 묵묵히 궂은일을 맡아준 '순둥이센터' 정경호, 기본기가 좋은 포워드 장영재, 미들슛이 일품인 윤제한, 가능성만큼은 여전히 인정받고있는 가드 강기중 등 출장시간은 적지만, 언제나 원주TG삼보의 백업진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는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지출처: 동맥님 뉴스클럽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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