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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민 감독의 톡톡] 아름다운 비행

기사입력 2011.04.27 18:30 / 기사수정 2011.05.16 22:37

황하민 기자



[엑스포츠뉴스 = 황하민 칼럼니스트]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에이미, 9년 간 보지 못했던 아빠를 만나게 되고 아빠를 따라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9년이란 긴 시간과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에이미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하지 못하죠.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빼먹고 개발업자들의 횡포로 속이 훤히 드러난 늪 주위를 걷던 에이미는 미처 부화하지 못한 야생 거위 알을 발견합니다. 조심스럽게 헛간으로 알들을 옮기고 에이미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새끼 야생거위들은 태어나게 되죠. 태어날 때 본 것을 어미로 여기는 야생거위의 특성 때문에 새끼거위들은 에이미를 엄마로 여기고 따릅니다.

에이미는 돌아가신 예전의 엄마처럼 어미 잃은 새끼 거위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하지만 야생 거위를 키우는 것이 불법인 것을 알게 되고 새끼 거위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에이미와 아빠의 노력이 시작됩니다. 새끼 거위들의 날개를 자르려 했던 보완관의 방해가 시작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에이미는 직접 비행을 하며 16마리의 새끼 거위들과 함께 새 보금자리를 위한 기나긴 여정의 비행을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16마리 거위들과 비행하는 장면은 어느 누구라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비행’의 백미입니다. 이 장면들을 위해 에이미는 실제 비행훈련을 받아야 했고 약 60마리의 거위들이 알에서 부화되어 날개 짓하기까지 그 생활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거위들이 에이미를 엄마처럼 따르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아름다운 비행’은 1996 토론토 국제 영화제, 1997 브로드캐스트 영화제, 1997 크리스토퍼 어워드, 1997 제네시스 어워드, 1997 영 아티스트 어워드의 수상경력과 평론가들로부터 가족영화의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영화들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뛰어나고 아름답고 수려한 영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따뜻함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영상들이 담아내고 있는 가족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에이미의 여정입니다.

 

에이미가 알들을 헛간으로 옮겨 부화된 새끼 거위들을 돌보는 과정들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 속에 등장하는 도구들이 모두, 엄마가 남긴 유품들 입니다. 알을 옮기는 포대기, 부화시키기 위해 쓰는 스카프...... 엄마를 잃은 새끼 거위들과 관계 속에서 끊이지 않고 돌아가신 에이미 엄마의 이미지와 흔적들이 등장하죠. 이것이 에이미의 성장이고 엄마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이어짐입니다.

에이미는 엄마를 닮고 싶어 했고 자신도 모르게 닮아 가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새끼 거위들에게 그리고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사랑을 통한 성장인 것이죠. 사랑은 이처럼 단순히 치유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성장시켜줍니다.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아름다운 비행은 우리에게 상처의 치유와 회복의 과정들을 통해 가족이 무엇인지. 자연이 무엇인지. 만남과 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면의 성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시작되고 변화되고 완성됩니다.

이 세상 가장 흔한 단어중 하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흔적들을 찾기란 쉽지 않죠. 한 번쯤, 사랑한다 말하기보다 사랑한단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도 어떨까요. 그 행동의 시작이 끊이지 않을 사랑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 (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 개봉 1997.01.04 / DVD 출시 소니픽쳐스 / 전체 관람가 )



 



황하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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