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25 06:03 / 기사수정 2011.04.25 07:11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처음부터 클라이밍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을 쭉 하면서 클라이밍의 매력에 푹 빠졌고 지금은 제 인생을 걸고 있죠. 선수로 뛰고 있는 현재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기회가 되면 일반 건물 등정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등반)은 대중적으로 생소한 종목이다. 산악 동호인과 인공 암벽 클라이밍 마니아 계층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클라이밍은 '관전하는 스포츠'로서는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못하다.
이러한 국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챔피언이 탄생했다. 김자인(22, 노스페이스 클라이밍)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클라이밍 월드컵 대회 볼더링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열린 월드컵 스포츠클라이밍 6개의 리드(난이도) 대회에 김자인은 5개 대회를 휩쓸었다. 자신의 주 종목인 리드에서 세계 최강에 오른 김자인은 볼더링 부분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여자선수로서 리드와 볼더링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김자인이 세계 최초였다.
"지난해부터는 큰 부상이 없었어요. 특별하게 연습 방법이 달라진 것보다는 몸 관리를 잘한 점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2008년에는 큰 부상을 당해 오랫동안 쉰 적이 있었어요. 공백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재작년부터는 큰 부상을 피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암벽에서 이루어지며 리드와 볼더링, 그리고 스피드 세 종목으로 나뉘어진다. 리드는 일정한 코스를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진다. 또한, 로프 등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볼더링은 리드보다 낮은 높이에 4~5의 코스를 로프 없이 등반한다. 볼더링은 얼마나 많은 코스를 등반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스피드는 리드와 볼더링과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 정해진 2개의 루트를 누가 빠른 시간 내에 오르느냐 따라서 순위가 결정된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전체적으로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과 일본은 리드와 볼더링에서, 중국은 스피드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자인은 주 종목인 리드에서 월드컵 5회 우승을 달성했고 볼더링마저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산악 가족의 막내딸, 주니어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다
김자인은 산악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함께 등산도 많이 했고 스포츠클라이밍도 접하게 됐다. 2명의 오빠도 클라이밍 전문 선수로 뛰고 있고 큰 오빠는 김자인의 개인 코치다.
"제 부모님은 산악 활동을 하시면서 만나셨어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이 일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1년 후에 열린 아시아 주니어 X게임 볼더링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이후로 이 일에 더욱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로프를 사용해 높은 인공암벽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추락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근성이 강했던 그는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오르는 일에 만족감을 얻었고 각종 대회에서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김자인은 자신이 '타고난 클라이밍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52cm의 단신인 그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쉽지 않은 종목이었다. 타고난 재능보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쌓아온 노력 때문에 세계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어느 정도 신장이 커야 유리한 종목입니다. 특히, 볼더링 같은 경우는 큰 동작을 요구하기 때문에 170cm 정도의 신장을 갖춘 선수가 유리한 점이 많지요. 전 키가 작기 때문에 볼더링에서 점프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지속적으로 점프를 많이 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겨요. 또한 단신에서 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이스텝(발을 높게 올려 오르는 기술)도 많이 구사하고 있어요."
리드는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동작이 요구된다. 로프에 의지해 일정한 코스를 올라가는 리드는 단신인 김자은의 주 종목이 됐다. 하지만, 볼더링은 결코 쉽지 않았다. 로프 없이 각기 다른 코스를 두 손과 발만 사용해 등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자인이 하루 종일 가장 많이 잡는 물체는 홀드(인공 암벽에 붙어있는 잡을 수 있는 물체)이다. 딱딱하고 거친 홀드를 수도 없이 잡은 김자인의 두 손은 온통 굳은살로 박혀있었다.
'스파이더걸', 국내 최초로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
김자인은 세계 최초로 월드컵시리즈 리드와 볼더링 두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김자인의 최대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IFSC 세계선수권대회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지난 2009년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리드 부분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열린 리드 종목 월드컵 6개 대회 중, 김자인은 5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리드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볼더링 부분도 출전하지만 리드 종목 우승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2004년부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지금까지 매년마다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리고 월드컵시리즈에서 5회 우승을 달성해 자신감도 얻은 상태입니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만 남았어요. 지금처럼 꾸준하게 준비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싶습니다."
클라이밍 훈련으로 김자인의 손과 발, 그리고 온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이러한 훈련과 함께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자인은 은퇴 후에는 클라이밍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스포츠클라이밍이 제 인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꾸준히 일하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있어요. 유럽 지역에서는 스포츠클라이밍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실제로 관전하면 스릴이 넘치고 재미있거든요. 스포츠클라이밍의 대중화를 위해 제 열정을 쏟을 생각입니다.”
김자인은 인공암벽이 아닌, 일반 건물에도 등정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로에 있는 한 건물에 오른 적이 있었고 강남에 위치한 높은 빌딩도 정복했었다. 김자인은 "건물에 따라 등장이 가능한 것도 있고 힘든 건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만 봤던 '스파이더맨'은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 높은 건물을 자유자제로 오르며 정복에 대한 인간의 열정을 보여줬었다. 세계 최고의 '스파이더걸'인 김자인의 등정은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진 = 김자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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