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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토레의 다저스와 지라디의 양키스.

기사입력 2007.11.08 01:53 / 기사수정 2007.11.08 01: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년 월드시리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열광적인 레드삭스 팬들에겐 달콤한 일이었겠지만 많은 야구팬은 다소 시시하게 끝난 월드시리즈에 맥이 빠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스토브리그는 벌써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AL과 NL의 최고 명문팀의 감독이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AL 최고의 명문팀을 10년이 넘게 이끌었던 명장이 NL를 대표하는 팀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사건은 꽤 떠들썩하게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뉴욕 양키스의 사령탑을 맡은 조 토레 감독은 12년 연속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그 중에서 네 번의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토레 신임 LA 다저스 감독은 한국시간으로 6일에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감독 취임식에서 진심으로 다저스 감독을 맡은 것은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에서 물러날 때도 꽤 잡음이 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저스의 감독에 오를 때도 구설수가 많았습니다. 바로 다저스 구단이 보인 이중적인 행태가 많은 언론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2007시즌이 종료될 무렵, 다저스 구단은 이제 전임 감독이 된 그래디 리틀 감독에 대해 강한 신임을 보였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변해갔습니다. 겉으론 재신임을 확인하면서도 그 사이에 조 지라디 현 양키스 감독과 협상을 펼쳤던 것입니다. 이런 다저스의 반응에 지라디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끝내 자신이 꿈꾸던 양키스 감독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지라디에게 보기 좋게 퇴짜 맞은 다저스는 역시나 양키스에서 버림받은 조 토레 감독과 협상에 들어가지만 현 감독직에 리틀 감독이 버젓이 앉아있는 다저스와는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한 토레 현 다저스 감독의 반응을 듣고 리틀 감독의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러한 다저스의 몰인정한 방침에 그래디 리틀 감독은 사임하게 됩니다. 그리고 리틀 감독 자신이 개인적인 일로 감독에서 물러난다는 그럴듯한 해임사유를 언론을 통해 보도하게 됩니다.

다저스의 이런 방식 때문에 토레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서면서도 여러 가지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저스 팬들이라면 그 누구도 아닌 조 토레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팬들도 드물 것입니다.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빅 마켓 팀이자 서부에 위치한 모든 팀들 중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명문구단입니다. 그리고 브룩클린 다저스 시절부터 시작된 뉴욕 양키스와의 라이벌 관계도 유명합니다.

두 팀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1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월드시리즈 매치업이 바로 이 두 팀의 대결일 것입니다.

지금도 월드시리즈 시청률 사상 최고치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1978년도엔 무려 32%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으로 붙은 1981년도에도 30%에 이르는 시청률이 나왔습니다. 정말 단일 경기도 아닌 7차전까지 치러지는 시리즈에서 슈퍼볼에 근접하는 시청률이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수치입니다.

그때에 비해 많은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에서는 그 정도까지 기대할 수는 없어도 90년대 이후 최고의 시청률이 나올 거라는 예견은 충분히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홈 관중을 동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두 팀은 2007시즌에서 기대치에 미달하는 성적표가  나오자 모두 팀 개편 차원에서 사령탑을 과감하게 교체했습니다.

양키스의 새로운 감독이 된 조 지라디 감독은 양키스 포수 출신으로 강인하고 터프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그가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을 맡은 2006년엔 내셔널리그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구단과의 불화로 짧은 감독생활을 지냈지만 그 기간 동안 보인 지도력은 전문가와 언론들에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조 토레 감독은 지라디와는 달리 선수들을 다독이고 인간적으로 이끄는 덕장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양키스 시절에도 모든 선수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토레감독은 이번에 다저스로 자리를 옮기자 양키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돈 매팅리 코치와 래리 보와 코치가 다저스에서 다시 함께할 것이란 기사가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지에서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조 토레가 양키스 감독으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연패를 이룰 당시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지금보다 선수들을 덜 믿는 편이었으며 투수교체도 한 타이밍 빠르게 진행됐고 다른 선수들의 교체도 과감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감독직에 있으면서 장기적으로 양키스에 머문 선수들은 물론 새로운 선수들까지 믿고 맡기는 경향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선수들과 지내오면 냉정한 지도방식을 떠나서 일단은 믿고 가는 편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는데 덕장으로 유명한 토레 감독은 이 점을 고수했습니다.

이러한 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토레 감독의 평가는 여전히 높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수들을 믿고 가는 성향은 강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술에 득이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현재 다저스는 양키스에 비하면 젊은 선수들이 많은 편이고 조직력이 결여된 모래알 팀입니다. 과연 같은 모래알 팀이었던 양키스를 단합시켜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토레 감독의 역량이 다저스에서도 발휘될지 궁금해지는 사항입니다.

현재, 토레 감독의 경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온 양키스의 베테랑 선수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토레 감독의 화합으로 뭉쳐온 양키스를 자신에 걸맞은 팀으로 새롭게 단장할 지라디 감독의 역량입니다.

일부 성질 급한 언론들은 사령탑을 교체하며 새로운 쇄신에 들어간 동부 최고 명문구단과 서부 최고 명문구단과의 월드시리즈 대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토레 감독과 지라디 감독의 만남이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만약 두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다면 그것은 9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의 관심거리가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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