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골만큼 빛났던 것은 바로 긱스의 명품 발 끝이었다.
13일 오전(한국시간)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첼시를 2-1로 꺾고 4강전에 진출한 경기에서 긱스는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2개의 어시스트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비록 원정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둔 맨유였지만, 근소한 차이로 앞서있기 때문에 쉽게 공격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따라서 이날 맨유의 전략은 먼저 탄탄한 수비를 구축하고 빠른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역습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다. 정확하지 않은 패스는 공격 시간을 지연시키고 역습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긱스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그의 활약은 첫 번째 골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반 43분 존 오셔의 침투패스를 받아 멋진 돌파를 한 후 치차리토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존 오셔의 침투패스 역시 훌륭했지만, 페널티박스 안을 가로지르는 과감한 패스는 일품이었다.
한국 팬들을 새벽부터 흥분시킨 박지성의 골 역시 긱스의 발 끝에서 이루어졌다. 후반 32분 드록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흔들린 맨유였지만,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침투하는 박지성을 보고 정확히 패스한 긱스의 시야는 정확했다.
라이언 긱스는 1973년 생으로 현재 한국 나이로 39세다. 축구 선수들의 평균적인 연령을 고려할 때 긱스는 사실 은퇴해야 할 나이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를 굳게 믿었고 이번 경기에서도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2008년 체력적 부담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전향한 긱스는 비록 측면 미드필더 시절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완벽한 패스라는 무기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나이로 인해 이적 시장이 열리면 다양한 루머에 휘말리는 긱스였고 본인도 "은퇴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인정했지만 이날 경기 만큼은 그가 왜 아직도 맨유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더 오래 남아야 하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사진 = 라이언 긱스 ⓒ 엑스포츠뉴스 DB]
조성룡 기자 WISDRAG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