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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그리워지는 노장의 미소

기사입력 2007.10.31 20:37 / 기사수정 2007.10.31 20:3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10월 31일, 축구팬들에게는 챔피언 결정전에 임할 또 하나의 팀이 결정되는 날이지만, 성남 팬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날로 다가온다. 故 차경복 감독의 첫 번째 기일이 바로 10월 31일이다.

기업은행 코치를 거쳐 인천대, 경희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뒤 1995년 전북 다이노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 감독직에 입성한 차경복 감독은 성남 일화에서 비로소 감독으로서의 전성기를 맞았다. 엄하게 선수들을 가르쳐 용장, 맹장으로 불렸던 는 특히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의 바른 생활을 중히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은 차경복 감독이 매우 아끼던 선수가 있었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얼마간 슬럼프를 보이던 그 선수는 동료 선수와 함께 밤에 몰래 숙소를 탈출하려다 숙소에 남아있던 코치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차경복 감독은 그 다음날 훈련이 끝난 후 그 선수를 불렀고, 선수는 이미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듯 차경복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차경복 감독은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로 그 선수의 등을 몇 차례 때리며 호되게 야단을 쳤다. 그 이후 그 선수는 부진을 깨치고 지금도 성남에서 주전으로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선수들에게는 호되고 무서운 감독이었지만, 팬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연습 구장에서도 경기장에서도 팬들을 만나면 항상 밝게 웃어주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특히 어린 아이 팬들을 무척 아꼈었다.

성남에 3번의 K리그 우승컵을 안기기도 했던 차경복 감독은 그러나 2004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결승 2차전, 홈이었던 모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사우디의 알 카라마에게 0-5의 대패를 당한 책임을 들어 자진 사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김호, 박종환 감독과 함께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를 결성 한국 축구발전에 큰 힘을 쏟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희귀병인 루게릭 병이 발병하면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는 등 힘든 투병 생활 끝에 지난해 10월 31일 향년 69세를 일기로 영원히 축구계를 떠났다.

성남 선수들은 이후 열린 경기에서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단 채 경기에 임했고,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고인이 된 스승의 영전에 우승의 기쁨을 바쳤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축구 팬들도 축구계의 큰 별이 진 것을 안타까워하며 애도의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올 시즌도 성남은 정규 리그 통합 우승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상태.

남은 성남의 두 경기의 행보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노장의 미소가 그리워지기 때문 아닐까?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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