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박윤서 기자) "변화구 유인구에 잘 속지 않으니 내가 수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올해 KIA 타이거즈 박찬호와 가장 많이 맞대결을 펼친 투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찰리 반즈다. 반즈는 이번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1선발 다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찬호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박찬호는 반즈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냈다. 10타수 7안타 2루타 2개 4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OPS가 무려 1.536에 달한다. 비결이 있을까. 박찬호는 "약간 그런 유형의 왼손 투수 공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변화구 유인구에 잘 속지 않으니 내가 수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박찬호의 킬러 본능이 버젓이 드러났다. 첫 대결에서 유격수 땅볼에 그친 박찬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9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쳤다. 1-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을 기술적으로 밀어치며 안타 생산에 성공했다.
비록 다음 타격에서 출루는 없었지만, 또다시 반즈의 투구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풀카운트에서 5번 연속 파울을 치며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박찬호는 반즈의 직구를 공략했으나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부를 11구까지 끌고 가는 남다른 근성을 발휘했다. 이날 반즈는 박찬호를 상대로만 공 21개를 던져야 했다.
박찬호는 "파울은 치고 싶어서 친 것이 아니다. 감이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앞으로 뻗어나가야 하는데 내가 못 쳐서 파울이 됐다. 감이 좋았으면 파울이 안 됐을 것이다. 딱히 타격감이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승부가 길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김종국 KIA 감독은 "(반즈 상대로) 기록이 좋다. 시즌이 끝나고 봐야겠지만, 헛스윙을 하거나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끈질기게 붙었다"라며 흡족해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박찬호는 5타수 1안타 1득점 성적을 냈다. 12일 만에 실전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100% 컨디션은 아니었을 터. 그는 "아무래도 열흘 넘게 경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아서 (타격에) 조금 영향이 있었다. 근데 크게 느껴지는 건 없다. 이제 조금씩 찾아갈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다음 경기에서 바로 멀티히트를 달성하며 순조롭게 감각을 끌어올렸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중계 화면 캡처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