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박소진이 가슴 찡한 호연을 보여줬다.
지난주 안방극장을 찾은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 네 번째 작품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에서 극 중 질풍노도의 임산부 ‘영주’를 연기한 박소진의 연기 변신이 단번에 이목을 끌었다. 박소진은 임신 중 겪는 감정의 여정을 현실적이고 야무지게 그려내면서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의지와 성장을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남편 찬범(데니안 분)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전환점을 만들고자 시험관 시술을 재시도했고, 3년 만에 기적같이 아이를 가진 영주(박소진). 과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결 보관해둔 재영(김남희)의 정자가 병원 측의 실수로 뒤바뀌면서 재영이 영주 뱃속 아기 ‘찰떡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된 터다. 영주는 이웃을 가장해 앞집으로 이사와 자신에게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을 보이는 재영을 잠시 경계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물심양면 챙겨주는 재영과 점차 인간적인 신뢰와 두터운 정을 쌓아 나갔다.
영주에게는 과거 배드민턴 선수 시절 갑작스러운 공황장애로 한일전에서 기권하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았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재영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엄마라는 것을 들키기도, 실패한 엄마로 보이기도 싫다고 고백하며 온라인 속 흔적을 지울 수 있는지 묻는 영주의 눈빛에는 쓸쓸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찰떡이한테 한 번 넘어졌다고 숨고 좌절하라고 가르치지 마요”라는 재영의 위로에, 작은 깨달음을 얻고 서랍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선수 시절 사진을 다시 꺼내 서랍장 위에 세워 두는 장면이 보는 이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을 토하는 영주의 모습이 그려졌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죽은 찬범과 똑같은 목소리를 구현한 재영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이를 알지 못하는 영주는 찰떡이가 다운증후군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나왔다며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어떻게 당신은 찰떡이가 생겨도 이렇게 날 혼자 둬? 왜 항상 옆에 없냐고!”라며 마음속에 뭉쳐 있던 분노 섞인 응어리를 터뜨리는 영주의 모습이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이어 양수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영주가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찰떡이는 사랑받는 게 어색하지 않게, 그게 당연한 것처럼 키울 거다”라며, “좋은 엄마는 몰라도 강한 엄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영에게 조곤조곤 다짐을 전한 영주. 찰떡이가 어떤 아이든 똑같이 키우기로 마음먹었으니 검사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영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저릿하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관통했다.
이처럼 박소진은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에서 뱃속 아기를 향한 숭고하고도 비장한 모성애, 극적인 내적 변화까지 브라운관 속 빛나는 순간들을 남겼다. 황당한 운명 앞에서 바위처럼 단단하고 꿋꿋하게 대처하는 영주의 이야기를 다채롭고 인상 깊은 연기로 담아내며 진한 여운을 전했다.
사진 = tvN 방송화면
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