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방송인 故 송해가 지난 8일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고인과 관련된 일화가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지난 13일 방송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는 송해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단원들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세월호 참사 당시를 언급하며 "몇 백 명이 졸지에 물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낄낄대고 웃고 이게 안 되니까 KBS에서 한 두세 달 됐을 거다. 일시적으로 전국노래자랑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이 있다. 이제 녹화를 안 하니까 악단의 멤버들이 개런티를 못 받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개런티를 못 받으니까 생활이 안 된다. 그래서 이분(송해)이 올라가서 그냥 담판 지어서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를 해 줘라.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 담판을 지어서 밀린 출연료를 다 받게 하셨다"며 "그런 걸 보고 아무나 방송계에서 방송 PD, 연예인 이런 관계에서 아무나 갑이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인이 누구보다도 공평, 대등한 것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의 행정가들,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그러고 공평해야 한다.이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라 국민들이고 시민들이기 때문"이라며 일화를 공개했다.
이어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며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까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 (송해 선생님이) ‘당장 치워라.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하셨다.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설명했다.
평전 집필을 위해 1년 간 송해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다는 오 교수는 "무대 위와 아래가 똑같은 건 다정다감하다는 거다. 정이 그렇게 많다. 그리고 사람을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배려하는 것. 그것은 실제로 무대 밖에서는 더 깊고 심하시다"고 고인을 되돌아봤다.
한편, 송해는 1988년부터 2022년까지 35년 동안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으며 '국민 MC'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최고령 TV음악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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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