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순재가 아흔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넘치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며 젊은 후배 배우들이 좋은 길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쓴소리를 함께 남겼다.
이순재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VIP라운지에서 열린 영화 '안녕하세요'(감독 차봉주)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안녕하세요'는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호스피스 병동에 죽음을 기다리는 소녀 수미(김환희 분)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극 중에서 이순재는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글 공부를 하는 노인 인수 역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깊은 여운을 전한다.
올해 89세인 이순재는 65년이 넘는 연기 내공을 가진 현역 최고령 배우로 현재까지도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국을 대표하는 대배우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순재는 출연 이유에 대해 "배우니까, 당연히 출연해야 한다"며 "물론 역할이 정말 적성에 안 맞는다든지, 이미지 때문에 안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배우라면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였다"고 답했다.
평소 인터뷰 등에서 연예계의 여러 상황은 물론, 후배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온 이순재는 이어 "가만히 보면 젊은 배우들이 돈 좀 많이 벌어서 톱스타가 되면 자꾸 작품을 고르는 것 같더라. 그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작품으로 자꾸 고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인기인으로 남는 것이지 배우로서 남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이 인상 깊게 본 후배 배우들의 실명도 직접 언급해 온 이순재는 '안녕하세요'를 함께 한 김환희를 향해 "참 똑똑하다"며 연신 애정 어린 눈빛으로 격려를 전한 것은 물론, 김명민의 이름을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순재는 "젊은 배우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연기 형태나 자세 같은 것을 지켜보곤 한다. (김)명민이의 경우는, '베토벤 바이러스'(2008) 때 처음 만났는데 처음 봤던 인상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 모습이 어떤 자세인가 봤더니, 스탠바이를 하면 딱 나와서 서 있는 것이다. 대사를 다 외워오는 것은 물론이고, NG도 없다. 정확하더라. 그 이후에 내가 명민이 마니아가 됐다. '자네, 연기 평생 해'라고 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 함께 출연한 이준기의 이름도 직접 얘기한 이순재는 "(이)준기도 싹싹하고, 참 잘 하는 친구다. '그래, 너 잘한다'고 얘기도 해줬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시간도 안 지키고, 뒷자리에 앉아서 어른들이 다 앉아있는데도 안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 자세가 안됐다는 얘기다"라고 쓴소리를 전하며 "각자 입장에서 연기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린 것인데, 연기는 정말 끝이 없다. 완성이 없는 것이다. 배우의 개성은 백지에서부터 시작해서 필요할 때 빨간색, 노란색 이렇게 개성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날이었던 18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김새론의 이야기도 더했다. 이순재는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는 말도 하는데,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의 성격을 띠고 있단 얘기다. 나도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있고,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부터 법규 같은 것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새론의 이름 세글자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제도 그 사고 소식이 있지 않았냐"면서 김새론의 음주운전 소식을 말한 이순재는 뉴스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히며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대중을 상대하고 있는 일을 한다면, 항상 절제할 수 있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나로 인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근신해야 한다. 돈 많이 벌고 인기 있다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지 말고, 늘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옆에 함께 앉아있던 김환희에게도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다독였고, 김환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순재의 말을 경청했다.
극 중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무튼, 잘 살아야 잘 죽습니다'라고 말하는 인수의 대사를 언급한 이순재는 "정말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을 지키자'라는 교훈이 있었다. 그 때는 어렸으니까, 속으로는 '매일 세수하는데 당연히 깨끗하지'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그건 나중에 사회에 나왔을때 지켜야 할 덕목과도 연관이 됐던 것이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세상에는 반드시 있어야 될 사람, 있으나마나 한 사람, 있어선 안 될 사람 이렇게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나. 있어야 될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깨끗하자'는 말은 세수 얘기가 아니라, 심신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고 '부지런하자'는 것은 열심히 하라는 것, '책임을 지키자'라는 것은 모든 일에 책임은 본인이 지라는 것이다. 지금도 보면 책임 회피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바르게 살다 가는 방법은, 그런 말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래도 죽을 때가 되면 부족했다고 느낄 것이다. 나도 연기를 한 지가 65년째인데, 아직도 부족한게 많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미나리'의 윤여정,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와 이정재 등 K-콘텐츠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 배우들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도 전했다. 이순재는 "정말 글로벌이 됐지 않나. '오징어 게임' 뿐만 아니라 이제 '문어 게임', '꼴뚜기 게임'같은 길도 열려 있다"고 넉살을 부리며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나가면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길이 열려있다"고 독려하면서 "윤여정, 오영수 씨가 상 타려고 연기했겠나. 진솔하게, 정말 열심히 했더라"고 거듭 얘기했다.
최근까지도 가천대 석좌교수로 연기 수업을 하고, 워크숍을 이어가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체력 관리가 된다고 말한 이순재는 여전히 다양한 연기에 목말라 있다며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웃으면서 "배우의 최고의 행운은 좋은 감독, 작가를 만나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저를 작품에 써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는 25일 개봉한다.
사진 = 이순재 프로필, ㈜디스테이션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