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성룡 기자] 2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이정수, 김정우, 박주영, 이근호의 릴레이골에 힘입어 4-0으로 완벽하고,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해외파의 컨디션과 실력을 단 한 경기를 통해 점검해야 했고, 온두라스의 입장에서는 새로 부임할 감독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전하는 만큼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결론은 둘 다 친선 경기의 의미를 넘어서는 한 판이었다는 것이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대표팀은 4-1-4-1 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듯 보였고 아직 몸이 덜 풀린 듯한 온두라스에게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초반 이청용(볼튼)과 '뼈주장' 김정우(상주)의 날카로운 슈팅은 경기 주도권을 우리에게 가져오는데 큰 힘이 됐다.
결국, 전반 28분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골로 대한민국은 그 결실을 맺었다. 올라온 코너킥을 혼전 상황에서 가볍게 때려넣은 그 한 방의 슈팅은 지금까지 수없이 선방을 보여준 온두라스 골키퍼 노엘 바야다레스의 수고를 헛되게 만들었다.
한 번 골문 열었는데 두 번, 세 번 못여는 법은 없었다. 이어 전반 43분 소속팀, 아니 소속 부대에서 스트라이커로 전향한 김정우가 시원하게 한 방 때려넣었고 후반 37분에는 '뉴 캡틴' 박주영이, 경기 종료 직전에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이근호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전반부터 일찌감치 승기를 확정지으니 조광래 감독은 한층 더 여유를 가지고 다양하게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이근호, 지동원, 조찬호 등 교체 자원을 폭넓게 활용했다. 특히 조찬호와 박기동은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오랜만에 열린 A매치에서 조광래 감독의 '만화축구'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는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패스 플레이와 쉼없이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김정우의 두 번째 골이 터졌을 때 나온 플레이는 화려한 공격 전개를 자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성용의 활약 없이는 이번 경기와 같은 결과를 낳기는 힘들었다. 비록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래도 그는 4백 앞에 든든히 버티고 서서 온두라스의 공세를 훌륭히 막아냈다.
오랜만에 열린 국내 A매치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31,000여명 가량의 관중들에게 완벽하고 멋진 승리를 선물했다. 경기장을 찾은 온두라스 신임 감독은 참 씁쓸했겠지만 말이다.
[사진 = 국가대표팀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성룡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