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2002 월드컵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전을 담당한 비론 모레노 주심이 당시 경기를 회상했다.
대한민국은 1998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까지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만큼 국제대회에서 '최약체'에 해당했다. 그러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이변을 만들어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당시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4강에 진출한 것.
포르투갈전 결승골 박지성, 이탈리아전 골든골 안정환, 스페인전 승부차기 선방 이운재 등 대한민국 대표팀 모든 선수들이 영웅이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붉은 함성을 내지르던 '붉은 악마' 국민들도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전 주심 모레노.
에콰도르 출신의 모레노 주심은 올곧은 판정으로 국내 팬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토티에게 퇴장을 선언할 때의 단호한 표정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모레노 주심은 이탈리아전 판정으로 인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모레노 주심은 지난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언론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SNS 상으로 여전히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비난 받고있다"라고 밝혔다.
단 한 번의 경기로 20여 년의 시간동안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모레노 주심은 판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커리어 역사상 최고의 경기"라고 말하며 당시 경기를 회상했다.
모레노 주심은 "토티에게 준 퇴장 판정은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다시 본다면, 한국 선수가 먼저 볼을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토티는 걸리기 전에 이미 넘어지고 있었고, 카드를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파울을 유도했다"라고 밝혔다.
토티의 퇴장은 연장 전반에 나왔다. 당시 1-1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기에 이탈리아 선수들은 토티의 퇴장에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나 퇴장의 주인공 토티는 조용히 있었다. 모레노 주심은 "토티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게 항의한 선수는 카드를 받은 토티가 아니라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안겔로 디리비오였다"라고 말했다.
토티의 퇴장 판정을 정당하다고 밝힌 모레노 주심은 한 가지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모레노 주심은 "72분 쯤에 황선홍이 지안루카 잠브로타를 넘어뜨렸다. 부상을 당할 정도로 심각한 반칙이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황선홍에게 퇴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엔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이 없었다. 경기 내 모든 결정은 주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오심은 경기의 일부로 용인되기도 했다. 모레노 주심은 "나도 사람이다. 많은 경기를 담당하면서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한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한 적은 결코 없다"라고 말하며 당시 판정이 편파적이었다는 비판에 반박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