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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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의 오만, 대가를 치르나?

기사입력 2007.08.24 19:26 / 기사수정 2007.08.24 19:26

김범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범근 기자] 퍼거슨의 오만, 대가를 치르나?

최근 퍼거슨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사상 초유의 무승 행진 때문. 왜일까? 퍼거슨의 오만 혹은 실수 때문이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초반 3경기에 승리를 한 번도 하지 못한 적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더욱이 지난 시즌 챔피언이 바로 맨유 아니던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웨인 루니가 개막전에 2달 부상을 입은 게 컸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경기에는 지난 시즌 에이스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상대 선수에게 박치기를 하며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아 차 포를 떼게 됐다.

과연 이뿐일까. 숨은 이유는 더 있다. 우선 맨유의 전술이 상대에게 읽혔다는 점.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길목에서 만난 AC밀란과의 경기에서 보듯, 호나우두를 자극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기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타깃형 공격수가 없다 보니 미드필드에서 거칠게 압박할 경우,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올 시즌이 시작되자 이 점을 파고든 맨체스터 시티와 레딩FC는 경기 내용상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아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다. 슈팅은 많지만 정작 골은 터지지 않는 맨유. 이게 초반 맨유의 현주소다.

맨유가 이런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맨유의 영광을 이끌었던 드와이트 요크와 앤디 콜 등 고참선수들을 물갈이 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여론이 잉글랜드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과 폴 스콜스 그리고 로이 킨, 게리 네빌 등 '퍼거슨의 아이들'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리빌딩에 성공해 잉글랜드 유명 감독에서 유럽의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삐걱거린 적도 있었다. 퍼거슨의 2차 팀 개편 작업(리빌딩)으로 불리었던 '킹' 반 니 중심의 전술을 위해 데이비드 베컴까지 팔아 치웠지만 정작, 반 니스텔루이가 부상으로 전력이 잇따라 이탈하며 웨인 루니가 최전방 공격수가 되어야 했고, 때때로 라이언 긱스가 왼쪽이 아닌 공격수로 활약하며 시즌 3위에 그쳐야 했던 힘든 시기도 겪었다.

이 삐걱거림이 눈에 띄기 시작했던 적은 바로 2005/06시즌. 반 니스텔루이가 이적하고 웨인 루니와 루이 사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최전방 공겨진을 이루면서였다. 정통파 타깃형 공격수가 없이 왕성한 활동량과 개인기로 팀 공격을 꾸리자 38경기 72골이라는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했던 경기마다 덜미를 잡히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게 리버풀과 첼시에게 잇따라 패하며 리그 2위 로 첼시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것.

그러나 역시 퍼거슨은 명장이었다. 이런 삐걱거림에 "퍼거슨이 은퇴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지난 시즌 그의 공격적인 팀 개편은 리그 우승이라는 멋진 결과물로 나타났다. 호쾌하고 전격적인 공격은 리그 우승컵을 다시 가져오게 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아쉽게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달랐다. AC밀란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노련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 균형잡힌 팀에 한 번의 패스로 결정을 짓거나 흔들 수 있는 공격옵션이 없던 맨유는 점수 차를 떠나 경기 내용상 완패하며 이전 AS로마전 대승의 기억을 악몽으로 바꿔야만 했다.

이제 그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일고 있는 시점이다. 퍼거슨의 맨유는 손 꼽히는 부자구단이다. 한 마디로 그가 마음 먹고 이적자금을 풀어 선수를 영입한다면 타겟맨을 구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부자구단이 올 시즌 25인 로스터에 출전시키지도 않을 동팡저우의 자리를 위해 타겟맨을 영입하지 않고 웨인 루니와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등이 번갈아가던 자리를 메우기 위해 테베즈를 영입했다는 사실은 마치 농담처럼 들린다.

과연 시즌 중반 측면공격자원 영입에 열을 올리며 나니(측면공격자원) 안데르손(스콜스의 후계자) 테베즈(웨인 루니와의 로테이션) 영입으로 만족했던 그가 오만의 댓가를 치를지 아니면 풍부한 이적자금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그는 건방질 정도로 오만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전술적 실수를 곧바로 고치기로도 유명한 감독이다. 며칠 남지 않은 이적시장 동안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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