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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피겨 신동' 김진서, 새벽에 빙판을 타는 김환진

기사입력 2011.03.01 07:48 / 기사수정 2011.03.01 07:48

조영준 기자



男피겨의 미래, '96년생 동갑내기'가 열어간다 - 하편(김진서, 김환진 편)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미리 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인 '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강원도 강릉에서 개막됐다. 오는 6일까지 펼쳐질 이번 대회에는 '남자 싱글의 간판' 이동원(15, 과천중)이 출전한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이동원은 2차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주니어 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비록,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미래에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96년생 남자 유망주'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가대표인 이동원과 이준형(15, 도장중)과 함께 주목해야할 남자 싱글 96년생 기대주는 상비군인 김진서(15, 오륜중)와 김환진(15, 방산고)이 있다. 지난해 해성처럼 등장한 김진서는 본격적으로 트리플 점프를 배운지 2달 만에 더블 악셀과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시키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또 한명의 기대주인 김환진은 전 국가대표인 김현정(19, 이화여대)의 친동생이다.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는 누나를 쫓아다닌 김환진은 어느새 누나가 거쳐 간 스케이터의 길을 따라가게 됐다.

한국 남자 싱글의 새로운 '신동' 김진서

올 시즌, 한국 남자 싱글의 가장 큰 수확은 김진서였다. 지난 1월 중순에 열린 '제65회 전국남녀 종합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주니어부분에 출전한 김진서는 142.56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의 점수 차이는 13.18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진서가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탄 기간이 2년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진서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하얀색의 여자 선수용 스케이터를 타고 빙판에 선 김진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초고속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김진서는 1년이 지난 뒤, 과천 아이스링크로 훈련지를 옮겼다. 이곳에서 최형경 코치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고 이때까지는 더블 점프 2개만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점프를 배우기 시작한 김진서의 성장은 경이롭게 진행됐다. 더블 악셀을 비롯해 트리플 점프 5가지가 모두 떨어진 기간은 불과 2달도 되지 않았다. 트리플 살코를 처음으로 완성한 김진서는 트리플 룹을 뛰기 시작했다. 또한, 트리플 토룹과 러츠는 동시에 랜딩해냈다.



트리플 플립까지 완성해낸 김진서는 올 시즌 주니어 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종합선수권대회 주니어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물론, 1월 말에 캐나다 켈로나에서 열린 청소년 초청대회에서는 남자 싱글 노비스 부분에 출전해 129.03점의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노비스는 주니어와 비교해 점프와 스핀 요소가 한 가지씩 빠진 상태라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다.

올 시즌 국내대회에서 이룩하지 못한 클린을 이 대회에서 완성해냈다. 캐나다 청소년 초청선수대회는 경쟁대회가 아닌 친선대회였지만 40여국에서 쟁쟁한 유망주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김진서는 2위에 오른 선수를 무려 50.06점 차이로 제압했다.

김진서의 성장이 이토록 빠른 이유는 분명히 존재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던 그는 3살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면역력을 높이려고 시작했던 운동은 곧 김진서의 인생이 되었다.

처음으로 시작했던 운동은 우슈였고 태권도와 수영, 골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1년 동안 정식으로 배웠고 이러한 경험은 처음 스트로킹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김진서는 2년 반 동안 '묘기 줄넘기'를 배우면서 점프의 탄력을 익혔다. 빙판 위에 서기 전, 다양한 운동을 하며 체력과 점프력 등을 익힌 김진서는 스케이트를 신은 지 2년 만에 국내 주니어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몸이 약해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모든 운동을 김진서는 곧잘 해냈다. 수영과 골프, 그리고 육상 선수의 길을 선택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김진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스케이터의 길이었다.

김진서의 아버지는 피겨 팬이었고 아들이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아들을 위해 유명한 선수들의 동영상을 찾아 직접 보여주며 선수의 길을 독려했고 김진서는 이러한 지원에 힘을 얻었다.

점프와 안무, 그리고 지상 훈련이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는 과천 팀의 시스템도 김진서의 성장에 한 몫을 했다. 최형경 코치에게 전체적인 기술을 배우고 안무와 스케이팅은 전 국가대표인 신예지 코치에게 지도 받았다.

또한, 보디빌더 출신인 최철민 코치에게 철저한 지상 훈련을 받고 있다. 남자 선수의 동작 선을 익힐 수 있도록 발라레나가 아닌 발레리노에게 발레를 배우고 있고 현대 무용과 재즈 댄스도 몸에 익히고 있다.

각기 다른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는 김진서는 춤도 잘 추고 팀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점도 운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누구보다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김진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스케이팅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보완하고 점프의 완성도도 높여서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악셀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김진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도전하는 것이 목표이다. 남자 선수들에게 트리플 악셀은 필수적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쿼드러플 점프도 필요하다.

처음 경기에 나설 땐 긴장감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김진서는 밝혔다.

"실전 경기 자체를 즐기다보니 예전처럼 긴장감이 밀려오지 않았어요. 즐기는 마음이 강하다보니 실전 경기도 재미있어졌고 빨리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김진서의 목표는 다음 시즌에 펼쳐질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밝힌 김진서는 힘이 넘치는 점프와 스케이팅을 구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다이스케와 예브게니 플루센코를 가장 좋아해요. 이 선수들이 구사하는 파워풀한 점프와 스케이팅을 구사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인 꿈은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과를 얻는 거예요"

어머니와 누나의 이름으로 스케이트를 선택한 김환진

지난해부터 한국 피겨는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97년생 동갑내기 5명이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전, 김나영(21, 인하대)과 신나희(21, 계명대), 그리고 김현정(19, 이화여대)이 국가대표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들 중, 김현정은 그 누구보다 꾸준하게 활약했었다. 올 시즌에도 선수의 길을 계속 걷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현정의 남동생인 김환진은 스케이터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누나를 따라 아이스링크를 따라다닌 김환진은 자신도 누나가 열정을 쏟아 부었던 스케이트에 인생을 걸었다.

김진서와 마찬가지로 김환진도 뒤늦게 스케이트를 신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환진은 승급시험에 연이어 합격하면서 남자 싱글의 새로운 기대주로 성장했다.

"어릴 적부터 누나가 보고 나도 스케이트를 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늦게 시작해 빠른 시간에 올라와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힘을 얻으면서 스케이트에 인생을 걸기고 생각했습니다"

김환진도 트리플 점프 5가지를 구사한다. 하지만, 올 시즌 실전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김환진의 코치 역할은 누나와 어머니인 전윤숙 씨가 맡고 있다. 지난해 여름, 김현정은 미국 뉴저지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스케이팅 스킬을 많이 배우는 데 전념했다. 본격적으로 코치의 길을 선택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동생인 김환진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김환진의 프로그램은 모두 누나인 김현정의 작품이다. 뒤에서 늘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는 누나야말로 김환진의 든든한 지원자이다.

하지만, 김환진은 현재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상비군에게 주어진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태릉에서 이뤄지는 훈련이 김환진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최근 피겨 열풍으로 인해 아이스링크를 찾고 있는 지망생들의 숫자는 늘어나지만 전용 링크 건립은 여전히 오리무중 속에 있으며 아이스링크 대관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김환진은 오후에 이뤄지는 훈련시간에는 일반인들과 함께 연습을 한다. 여러 명과 함께 링크를 쓰기 때문에 점프 연습을 하지 못하고 스핀과 스케이팅에만 주력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점프 연습을 하는 시간은 새벽 1시 이후부터다. 김환진과 여자 싱글 상비군인 김지원(15, 오륜중), 그리고 새벽에 대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들과 합류한 유망주들은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잠실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동안 대관 시간 부족으로 어린 선수들이 이른 오전과 늦은 밤에 링크장에서 훈련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은 익히 알려져 왔다. 하지만,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인 한밤중에 훈련을 하는 상황은 '가상'이 아닌 생생한 '현실'이었다.

새벽 3시에 훈련을 마치게 되면 짧은 수면을 취한 뒤, 바로 오전에 있을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방학기간이 아니면 한밤중에 훈련을 한 뒤, 졸린 눈을 비비고 곧바로 학교로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새벽에 훈련이 이루어지는 점에 대해 김환진은 "힘들지만 그래도 훈련할 수 있는 시간과 아이스링크가 있는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고된 훈련을 하고 있는 김환진은 언젠가는 다가올 아침햇살을 보기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김환진 역시 다른 96년생 유망주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출전이 꿈이라고 밝혔다.

"누나와 마찬가지로 스케이트에 인생을 걸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대회인 종별선수권에 출전해 좋은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현재 급수는 6급인데 승급시험에도 도전해 7급 자격을 획득하려고 합니다"

[사진 = 김진서, 김환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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