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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감독 "더 알아가고 싶은 '태일이', 사명감으로 임한 시간"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1.11.30 08:3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홍준표 감독이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작품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12월 1일 개봉을 앞둔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1970년대 삶의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고 서정적인 작화와 그림체로 완성했다.

영화를 연출한 홍준표 감독에게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바람을 가르는'으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새벽비행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이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애니메이션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3년 스튜디오루머를 설립해 단편 애니메이션 '맵: 프롤로그'(2013), 웹 애니메이션 '요일마다'(2017)까지 감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여왔다. 

'태일이' 개봉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스튜디오루머에서 만난 홍준표 감독은 10월 말까지 마지막 작업을 마친 후 개봉 전 진행 중인 시사회 등와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태일이'를 알리고 있었다. '태일이'는 2011년 기획에 착수해 2017년 홍준표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한 뒤 12월 개봉까지 오랜 여정을 이어왔다. 


"제작사 명필름에서 전태일 열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연출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하셨죠. 그러니까, 어느 날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저의 애니메이션에 훅 들어온 것이에요"라고 말을 시작한 홍준표 감독은 "작품을 하다 보니, 저도 단순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게나마 사명감을 갖고 임했었죠"라고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봤다.

이야기를 전하는 내내 홍준표 감독은 가까운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 '태일이'라는 말을 친근하게 언급했다. 실존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태일이'의 배경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20대 초반의 젊은 형, 혹은 동생 같은 '청년' 태일이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홍준표 감독은 "학문적인 접근보다도,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서 그 사람을 알아가듯이 그렇게 다가갔죠. 정말 친해지고 사적으로 뭔가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어야 내 이야기를 하듯이 전해줄 수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자료 조사를 할 때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조사했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작업이 끝나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굉장히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소개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해요. 3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태일이를 친구로 알아갔고,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아요. 더 알아가고 싶은 친구가 됐죠"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홍준표 감독이 가장 크게 느낀 소재 중 하나는 전태일 열사의 메모들이 담긴 노트들이었다. 

"낙서도 있을 수 있고, 크게 의미 없는 말도 있을 수 있죠. 또 어떤 페이지에는 '월급이 얼마다', '작업을 몇 장 해야 된다' 이런 내용도 있더라고요. 그 안에 '왜'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쓰인 메모지가 있었는데, 그것이 제게는 큰 출발점이 됐었죠.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이라는 시선으로 보게 되면, 스스로도 '이게 맞는 일일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 부분이 그 메모에 남아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 흔적들을 쫓아가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당시 시대상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인데요.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재단사로 일했던 사람이잖아요. 당시 재단사라는 위치는 나름대로 높은 지위와 결정권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도 자신의 위치보다는 동생과도 같은 여공들을 위해서 직접 행동했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주변 사람들이 봐도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에요. 지금 생각해봐도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모습들을 50년 전부터 행동으로 옮기신 분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각으로 그 분을 바라보게 됐었죠."

첫 장편 연출의 과정은 '치열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상당히 치열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라고 말을 더한 홍준표 감독은 "올 한 해만 놓고 보면 여름과 가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해요"라고 얘기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던 스무 살 때부터 '태일이'를 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 개인 작업도 많이 해왔고, 하루도 쉬지 않고 해오던 작업이 애니메이션이었잖아요.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규모가 커지고 방식 면에서도 그 전보다는 체계화돼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도 있었지만,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있었기에 금방 극복할 수 있었어요."

1985년 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홍준표 감독은 자신을 '만화 덕후'라고 칭하며 작업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죠"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만화가가 돼야지, 그림을 그려야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며 학창시절을 지나왔고, 스무 살에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지금의 시간을 보내오며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의 기쁨과 즐거움을 늘 되새기고 있다.

한 컷 한 컷 작업을 해나가며, 찰나의 짧은 컷만으로도 태일이의 절박함과 감정이 느껴질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홍준표 감독은 "사실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약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공간들을 어떤 분위기로 보이게 할 지 또 어떤 색감으로 그 장면을 연출할 지에서는 상상력을 충분히 활용하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신경 썼던 부분은, 극이 흐르면서 같은 공장 안이지만 조금이나마 시간과 계절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보이거든요. 가게에 붙어 있는 달력이 신이 넘어갈수록 바뀌어가고, 공간에서도 빛의 방향이나 색깔을 통해 정서적인 공감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태일이'에는 태일이의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장동윤을 비롯해, 염혜란, 진선규, 권해효, 박철민, 태인호 등 다양한 배우들이 다채로운 목소리 연기로 몰입감을 더했다.

홍준표 감독은 "(캐릭터의 목소리가) 과장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상상했던 연기의 움직임, 호흡이 있고 또 배우 분들이 상상한 연기 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같이 얘기 나눠가면서, 핵심이 되는 대사들의 포인트들을 본인의 연기 스타일에 맞게 자유롭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었죠. 배우 분들이 연기한 그대로 캐릭터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만족했어요"라고 얘기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방향성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전태일 열사와 근로기준법, 그리고 분신이라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많이 지우고자 했었어요"라고 말을 이은 홍준표 감독은 "전태일 열사의 과거를 잊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은 열사라는 기억을 잠시만 잊고 진짜 '청년' 전태일의 모습에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사실 벽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소재로 보일 수 있잖아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장점이, 금방 흡수될 수 있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 '태일이'를 보시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태일이, 친구 태일이로 더 와 닿으면서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점점 더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가까이 맞닿게 되면서 '아, 이게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였구나' 생각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가슴도 답답해지고, 여러 슬픔과 안쓰러움이 한 번에 몰려오게 되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잘 활용해서 벽을 좀 더 쉽게 허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또 홍준표 감독은 '태일이'에 등장하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그 형태가 다양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노동자이잖아요. 그런데 근로기준법 전체를 정독하신 분들은 많이 없을 수 있다고 봐요. 길이가 굉장히 길지 않거든요? 그런데 또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법인데 재미있어? 이런 내용이 있어?' 싶거든요. 법이 바뀌는 과정마다 시대를 거슬러 다 기록이 돼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태일이'를 보시고 나서 혹시나 생각이 난다면 어떤 하나의 재밌는 놀이의 느낌으로, 근로기준법을 찾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웃어보였다.

'태일이'를 통해 청년 전태일의 모습을 그려낸 것처럼, 앞으로도 홍준표 감독은 자신의 머릿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청춘'과 '소년'이라는 키워드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해 오면서, 명필름의 고마운 분들을 만나 좋은 기회를 얻게 돼서 저 역시 자신감을 갖고 이렇게 일할 수 있었거든요. 전태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돼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워요. 많이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죠. 정말 오셔서 봐 주시기만 한다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줄 것이고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거든요. 무거운 소재로 시작했지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고,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 명필름, 김연제 작가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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