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플레이오프 2전 전패. 삼성 라이온즈가 6년 만의 가을야구를 단 두 경기 만에 조기 마감했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빛나는 ‘가을 두산’의 벽은 너무 높았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우리만의 야구를 하겠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야구를 하겠다”라며 두산의 경험에 맞서겠다고 했지만, 두산은 노련미로 삼성의 장점을 원천 차단하며 삼성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삼성은 정말 “우리만의 야구”만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과 달리 삼성은 데이터에 의존해 선수를 기용했고, 이는 경직된 용병술로 이어지면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허를 찌르는 승부수나 유연한 대처는 없었다. 반대로 상대의 변칙 기용에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다고 데이터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과한 ‘믿음의 야구’도 함께 했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일부 선수들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감독은 “그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큰 경기에서 잘해줄 거라 믿는다”며 무한 신뢰를 보냈지만, 결국 이들은 부진했던 모습을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반복하며 침묵했다. 흐름을 바꿔줄 대타 요원이나 뚜렷한 승부수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웠다.
부담감과 조급함이라는 변수도 극복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부담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다”는 허삼영 감독의 말대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얼어붙었다. 우려했던 수비 실책을 반복했고, 타석에선 조급한 스윙이 나오면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준비도 부족했다. 삼성은 1위 결정전 후 플레이오프까지 8일이라는 휴식기를 보냈다. 긴 휴식기에 선수들의 타격감 우려는 당연했다. 하지만 삼성은 연습경기나 청백전 없이 라이브 피칭만 두 차례 진행했고, 결국 차갑게 식은 방망이와 함께 가을야구에서 광탈했다.
과거 ‘왕조’를 자랑하던 모습과는 달리 ‘가을 초보’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삼성이었다. 삼성은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29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왕조를 건설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의 암흑기가 너무 길었을까. 삼성은 6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초보의 티만 여실히 드러내다 허무하게 탈락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고아라 박지영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